덕분에 서비스 기획자가 되었습니다.
먼저 살짝 두려움이 앞선다. 목표를 하나 잡았는데 그게 "꾸준히 글을 쓰기"이기 때문이다.
일기는 한글을 적을 수 있던 때부터 대학생때까지 꾸준히 적어왔다. 하지만 일을 시작하고 어느 순간부터 일기를 작성하지 못했다. 매일 챗바퀴처럼 굴러가는 일상을 적어내려가는게 더 이상 즐겁지 않아서였는지 모르겠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한 달에 한 번? 꼴로 일기 아닌 일기를 적었다.
그런데 거의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꾸준히 글을 적어보자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기억력이 흐려져서인 것도 있고, 고군분투하면서 일하는 과정들을 기록해서 언젠간 써먹겠다는 의지도 조금 있다.
아무튼 아무도 보지 않을 글에 서론이 길었다.
2018년 조인했던 스타트업이 대차게 망하고 다시 취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할 때 즈음. 개발자가 동업을 제안했다. 망했던 스타트업하고 비슷한 서비스 모델이긴했는데 내가 하고 싶은 방향대로 개발해 줄테니 한 번 해보자는 이야기를 했고 젊고 패기 넘치던 나는 꽤나 솔깃했다.
여행과 관련된 업무였고 당시 아웃바운드 여행업을 하기 위해서는 자본금이 6000만원이 필요했다. 스타트업에서 같이 일했던 또 다른 동무(?)를 개발자가 꼬셔왔고 그렇게 셋이서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처음하는 스타트업에 창업이라는데 무지했던 우리는 셋이서 누가 대표를 맡은 건지 상의도 했다.
co-founder였던 개발자는 풀스텍 개발자였고 나는 여행업에서의 경험이 많았다. 또 다른 한 명은 약간 애매한 포지션이었는데 그냥 조금조금씩 다 할 줄 아는 스타일이었다.
기획의 시작은 창업을 하면서였다. 3월에 함께 스타트업을 해보면 어떨지 이야기를 했고, 바로 4월에 법인 회사를 설립했다. 2018년 6월 18일로 서비스 런칭일로 잡았을때에는 우리에게 딱 2개월이 시간이 남아있었다.
웹, 모웹, Admin 이렇게 세 개의 서비스를 딱 2개월만에 런칭한다는건 지금 생각해 보면 미친 일이었다.
기존에 알고 있던 UI/UX 디자이너에게 기획 외주를 맡겼는데 한 달안에 웹, 모웹을 그리는건 불가능하다고 답변을 받았다. 그래서 모웹을 3주안에 기획/디자인 해주기로 했고, 돈과 시간이 모두 없던터라 고민하다 웹은 내가 해보겠다고 했다. 런칭 당시에는 퍼블리싱도 따로 지인에게 요청했는데 퍼블리셔가 디자이너 출신이라 어느 정도의 기획만 해주면 디자인은 디벨롭 해 주신다고하여 용감하게 시작했다.
웹이라 그런것도 있었고 퍼블리셔를 믿고 시작한 것도 있었다. 또 모웹으로 나온 기획화면이 있으니 그걸 참고하면 되겠다 싶었다.
처음시작은 카카오 오븐으로 기획을 시작했다. 지금은 여러 툴들을 사용하고 있어 더 이상 오븐을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처음엔 요소로 제공되고 있는 것들을 활용할 수 있어서 꽤 쉽게 시작할 수 있었다.
처음으로 기획한 내용을 지금 다시 보니 좀 기분이 새롭다. 이때의 열정이 생각나는 것 같다.
오븐이 쉽게 화면을 그리는 용도로는 좋은데 디스크립션이나 정책 등을 함께 정리하기엔 조금 어려운 툴인데 나름 이런저런 상황에 따른 정책들을 작성하려고 노력한 흔적들을 보니 꽤나 진심이었구나 느껴진다. (물론 부족한 기획서였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정부지원사업을 하면서, 사업에 필요한 추가적인 시스템을 기획하면서 계속해서 기획자의 업무를 해왔다. 무언가 잘 알고했던건 아니었지만 먹고살기 위해 했던거 같은데 꽤 재미가 있었다.
개발자와 싸우는일도(?) 적성에 잘 맞았고, 기획물이 개발되어 사용되는걸 보면서도 가슴깊은데서 희열을 느꼈던것 같다.
2018년 6월 런칭 후 꽤 그럴듯한 성장을 해왔다. 관광벤처기업으로 선정도 되었고 경기관광벤처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도 참가했다. 어느정도 자리를 잡아간다고 느꼈던 2020년의 시작. 예상치 못한 COVID19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금방 괜찮아 질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6월까지는 팀원들과 함께 다른 서비스 모델도 고민해보고 정부 지원사업을 해야하나 고민도 했었는데, 6월이 되자 이 상황이 금방 좋아지지 않을거라는걸 직감했다.
창업 후 채용했던 팀원 세 명에게 이별을 고했고, Co-founder중 한 명이 떠나갔다.
이후 개발자와 둘만 남아 먹고살기 위해 외주를 시작했다.
그렇게 여행 상품 기획자에서 서비스 기획자로 본격적으로 직무를 전환하게 되었다. 본격적으로 직무를 전환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여러 기획관련 강의도 듣고 책도 사서 보고 했던 것 같다.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현재 PO로 또 다른 회사에서 기획일을 하고 있다.
Covid19로 본격적으로 직무를 전환하고 다음 커리어를 생각해보니 기록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획자에 전공이라는건 딱히 없지만, 개발자도 아니고 디자이너도 아닌 내가 가진 강점은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거고, 창업을 통해서 사업적인 마인드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도 자기계발을 위해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하나 더 늘려서 주간 기획일기를 작성해 볼까 한다.
어쩌면 또 다른 변화의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