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
글로 정리한다는 것에서 갖게 되는 불편함이 있다.
글은 증거가 되고, 정리된 것들은 수정되면 안될 것 같다는 부담감. 그래서 처음 글로 정리할때 완벽해야만 할 것 같아 글을 쓸 때 쉽게 써내려가기 어렵다.(물론 나만 그런걸 수도 있지만)
하지만 완벽해야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세상도 변하고 사랑도 변한다는데 기획 정도야 언제든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약간의 뻔뻔한 마음을 가지고 정리를 시작하니 편하게 적어 내려갈 수 있었다.
처음 기획을 할 때는 큰 정책들을 간단하게나마 정리하고 기획을 시작한다는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기획이 끝나는 시점에 변하고 또 변하는게 정책인데 정리하는게 의미가 있을까? 라고 생각했는데,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뻔뻔한 마음가짐으로 가볍게 적고 시작한 정책덕분에 처음의 마음을 프로젝트 끝까지 기억하게 했고, 상황에 따라 바뀌는 내용들의 업데이트를 통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그렸던 청사진이 구체화되어간다는 느낌을 갖게 했다.
하지만 이렇게 말은 하지만 아직도 기록한다는건 부담으로 다가온다. 모든걸 처음부터 계획대로 변함없이 진행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들이 매우 많이 벌어지는데 그렇게 변경해야하는 상황들이 나의 부족한 실력 때문인걸까 생각이 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변경사항은 잘못된 기획때문에 생기는 것만은 아니다. 개발하다보니 개발환경에 맞춰서 바꾸는 경우도 생기고 사업적으로 그때와 지금의 상황이 바뀌면서 변경해야만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 모든걸 고려하지 못한 기획자 잘못인 것처럼 느껴질때도 있다.
거의 초반에 기획했던 HIVE라는 시스템은 시스템을 사용하는 주체가 '여행판매 플랫폼', '랜드사', '현지업체' 세가지로 구분되어 있고 각 다른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랜드사'라는 용어는 여행업에서는 매우 흔한 단어이지만 개발자 입장에서는 어떤 역할을 하는 유저인지 모르기 때문에 어떤 시스템 권한을 갖게되는지를 정책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글로 다 정리하는게 부담스럽다면 처음에는 도식화나 메모같은 느낌으로 간단하게 틀을 잡고 기획안을 마무리 하는 단계에서 점차적으로 정책들에 살을 붙여나가는게 효율적이었다.
하나의 시스템을 새로 만드는 프로젝트는 매우 복잡해서 프로젝트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처음 생각을 잃기도 한다. 그럴때 생각정리들을 기록한 것들은 길을 잃지 않게하는 등대가 되곤했다. 정책이라는 느낌으로 작성하지 않더라도 간단하게 정리한 것들이 큰 도움이 되곤 했다.
여러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면서 느낀 점은 정책을 작성하는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정책은 법이 아니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성할지에 대한 정리다! 수정하고 변경되는것에 부담감을 내려놓자였다.
과거에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작성했던 정책들을 다시 보니 많은 고민의 흔적들이 보였다. 꽤나 열심히 했구나 스스로를 다독여 볼 수 있었다. 아직도 부족함은 있지만 과거의 기록을 보며 어떤 부분들을 더욱 꼼꼼하게 고민해야할지를 알 수 있는 기록이 되기로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