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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말룡 Jun 09. 2017

라라랜드 부산 콘서트 후기

영화관의 웅장한 사운드와 별반 차이가 없었던 공연

작년 말 라라랜드라는 영화를 본 이후 주변에서 “영화 어땠어?”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내 주변에는 라라랜드를 관람한 지인들이 꽤 있는 편이었다. 나는 그 질문에 다분히 의도적인 한심한 대답을 했다. “결국엔 여자가 못된뇬 아니냐? 여자는 유명한 배우가 되고, 남자는 저어기 시내 술집에서 물장사하면서 피아노 치는데. 그 남자는 그 여자의 꿈도 일깨워줘, 오디션 합격했다고 알려줘, 오디션 장에 태워줘. 오디션 기다려줘. 다 해줬는데 결국 여자는 배우로서 성공하고 꿈도 이루고 다른 남자랑 결혼했잖아. 그 남자가 불쌍해. 엠마 스톤 샹뇬”(웃자고 하는 얘기는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길. 남녀 비하 아님)


말은 그렇게 했지만 어떻게 그 영화를 그렇게 단순하게 말할 수 있겠는가. 앞서 내가 언급한 그 대답의 밑바닥에는 꿈=사회적 성공(또는 부)의 크기로 환산한 다분히 속물적인 발상에서 나온 말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사람의 꿈을 부나 사회적 성공의 가치로 평가할 수 있을까. 더군다나 그 꿈을 이뤘다는 것은 꿈을 목표로 한 그 자신의 성취감이지 그걸 타인인 내가 뭐라고 어떤 잣대로 평가할 수 있을까. 영화를 본 이후 ‘꿈’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나는 무엇을, 어떤 사람이, 앞으로는 어떻게.. 하지만 아직까지도 선명하게 그려지는 것이 없다. 아마 선명하게 그려지지 않는다는 이 생각은 10년이 지나도 똑같이 생각 하면서 그저 그렇게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작년 연말, 남자 2명이서 라라랜드를 보았다.지금 확인 해보니 하필 크리스마스 였구나.. 


서론이 길었지만 라라랜드는 그런 영화였다. 꿈에 대해서 진지한 고민을 하게 만든 영화이자 꿈을 이루기 위해서 지금 당장 무엇을 도전해야 되는가 하는 화두를 던져준 작년 한 해 동안 보았던 영화 중 감히 최고의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영화 관람 이후에는 OST가 마음에 들어 주구장창 들었었다. 특히 ‘City Of Stars'와 ’Epilogue‘는 귀가 마르고 닳도록 들었다. 어느 날 라라랜드 콘서트를 한다는 기사를 접했을 때 너무나도 기뻤다. 와! 그 음악들을 오케스트라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니. 더군다나 부산 공연도 잡혀있었으니 이건 무조건 가야 된다고 생각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라라랜드 서울 콘서트는 매진에 서버 다운에 예매 실패자들이 속출하는 단순히 영화 콘서트로는 보기 드문 기현상까지 나았다.


딱 거기까지 였다. 서울 콘서트 예매 이후 진행된 부산 콘서트를 예매하고는 그냥 잊고 살았다. 라라랜드 서울 콘서트 후기가 어땠는지, 공연 운영은 어땠는지 등 아무것도 검색해 보지 않았다. 그리고 6월 5일. 콘서트 하루 전날 갑자기 문득 궁금해져서 서울 콘서트 후기들을 살펴보았다. 살펴본 결과 “아 후기 안 볼걸..”이라고 육성으로 튀어나왔다. 인터넷에 올라온 후기들은 거의 대실망 쇼에 가까웠다. 꽤나 기대한 공연이었는데 서울 공연에 실망한 사람들이 많다니 부산 공연이 걱정되었지만 이젠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다. 취소할 순 없지 않겠는가.


오랜만이네요. 남천동 KBS 부산홀!


공연 당일 남천동 KBS 부산홀에 도착했을 때는 시작부터 기분이 언짢았다. 공연 대행사가 운영을 너무 못하는 것이었다. 이번 라라랜드 콘서트는 인터넷 예매를 해도 모두 현장 직접 수령이었는데 그래서 그 직접 수령하는 길고 긴 줄이 KBS 부산홀 정문까지 뻗어있었다. 문제는 티켓을 성의 ‘ㄱ~ㄷ’, ‘ㄷ~ㅁ’ 뭐 이런 식으로 배부하였는데 여기에 대한 안내가 하나도 없었다. 사람들은 영문도 모르고 마냥 기다리면서 줄을 섰는데 티켓 배부처가 보이는 위치까지 와서야 안내를 해주는 것이었다. 아니 사람 1명만 더 써서 입구에서부터 안내를 해줘야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서부터 기분이 언짢았다. 이 언짢은 기분을 품고 공연장으로 향했다. 애당초 나는 이런류의 공연은 듣는 것만 잘 들어도 된다는 생각에 제일 낮은 좌석에 예매를 했었다. 60,000원 정도면 들을 만하다고 생각했다. 입장하는 3층으로 향했는데 공연 시작 15분 전인데도 아무도 표를 검수하는(표를 뜯는) 진행요원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들어갔다. 하지만 내심 속으로 ‘아니 이러면 표도 안사고 멍멍이나 송아지나 다 들어오겠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장판인 티켓 배부처. 오른쪽에 보이는 'ㄱ'으로 가라는 안내를 입구에서 부터 해줬어야 했다.
홀에 입장할 때는 아무도 표를 검수하지 않았다.


근 1년 만에 다시 찾은 KBS 부산홀. 그 넓은 홀에 나는 최상단 꼭대기에 있었다. 딱히 나쁘지 않았다. 오후 2시 공연이었기에 공연장 사진도 찍고, 혼자서 셀카도 찍고 공연 시작을 기다렸다. 그러나 혹시나가 역시나 였나 보다. 그렇게 표 수령하는 안내가 없이 줄만 길게 세우더니 결국 공연을 15분이나 늦게 시작했다. 사람들이 미쳐 다 입장하지 못한 것이었다. ‘내 그럴 줄 알았다’라고 생각하면서 그냥 이 공연이 시작되기 전부터 운영 미숙에 괜한 화가 났다.


반가워! KBS 부산홀. 아래는 혼자 왔으니 셀카도 찰칵! 찰칵!


공연이 시작되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인사로 스크린엔 영화가 보이고 연주는 오케스트라가 하는 형식이었다. 우려했던 후기와는 다르게 화면과 연주 간의 싱크로율은 꽤나 잘 맞았었다. 아마 서울 공연에서 싱크 안 맞다고 많이 얻어터진 덕인 것 같다. 내 짧은 기억으론 세바스찬의 피아노 솔로에서 싱크가 좀 안 맞았던 것 같고(연주가 먼저 끝났다. 화면은 피아노를 치고 있고), 특히 가장 클라이막스이자 중요한 에필로그 연주에서 트럼펫은 내가 음원으로 듣는 그것과는 확연히!! 아니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트럼펫의 음이 더 치고 못 올라간 느낌이랄까? 삑사리라고 해야 할지? 그냥 뭔가 연주자가 삑사리를 안 내려고 조심스러워했다고 해야 할지 생동감 있지가 않았다.


인터미션은 20분 이었다.


이렇게 조마조마하면서 관람한 약 3시간의 공연이 끝났다. 이번 라라랜드 콘서트를 보면서 내가 느낀 점을 몇 가지 정리해 보자면 먼저 첫 번째로, 어떻게 보면 영화를 2번 본 꼴인데 다시 보니 영화가 더 명작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대사 하나하나가 정말 너무 현실적이고, 처음 봤을 때는 그 마지막의 10분 회상씬이 별로 슬프다기보다는 그냥 안타깝다고 다가왔는데 이번에 보니 슬프게 다가옴과 동시에 바로 자리를 일어나는 여주 미아의 표정이나 모습에서 쓸쓸함까지 느껴졌다. 두 번째는 우리나라 영화관의 음향이 좋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류의 공연은 처음이었다. 필름 콘서트 형식으로 영화가 나오고 연주는 라이브로 하는 그런 공연이었는데 연주가 사실상 영화관에서 돌비로 듣는 것과 비슷하거나 어느 어느 부분에서는 그것보다 못하다는 느낌을 조금 받았다. 정말 오케스트라 연주자분들께는 죄송하지만 그곳의 음향이 안 좋은 건지 뭔지는 모르겠는데 연주 자체가 힘이 없었고, 깊은 감동도 없었고, 그리고 음원을 뛰어넘지 못하는 라이브라는 기분이 강하게 들었다. 세 번째는 이건 공연 내용과는 관계없는 공연 진행과 관련된 어찌 보면 칭찬인데, 이때까지 무수히 많은 콘서트를 가보았지만 라라랜드 공연만큼 진행요원들이 카메라로 동영상 촬영하는 사람들을 잘 제지하는 공연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정말 눈 거슬리지 않고 영화와 음악에 집중하면서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다. 이건 정말 칭찬할 점인데 이렇게 인원이 있는데도 공연장 밖 운영은 왜 그렇게 했는지 의문이긴 하지만.


정말 이지 내 인생 공연이 되어주길 바랬었는데 ㅠㅠ


쓰고 보니 너무 혹평을 해놓은 것 같지만 그냥 나는 내가 좋아서 공연을 예매한 것이고 거기에 대한 솔직한 감정들이다. 앞으로도 라라 랜드는 내 인생 영화 중 손에 꼽는 영화일 것임은 분명할 것이고.(공연은 내 인생 공연 중 손에 꼽는 공연은 분명 아닐 것이다) 나는 언제쯤 주인공 세바스찬과 미아처럼 꿈을 위해 ALL-IN 할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마무리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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