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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말룡 Nov 12. 2017

생각지 못했던 역사도시, 일본 나라 지역 여행.

누가 나라 지역에 볼 게 없다고 그랬냐.

이튿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일어났다. 오늘 나라 지역을 가야 한다. 다행히 비가 그쳤다. 아침식사를 규동과 소바로 가볍게 먹었다.(가볍게 먹은 게 맞다.) 긴테츠 나라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오사카 난바역에서 출발해야 했는데 역을 찾는 데 있어서 이제는 일본의 어느 도시에 가더라도 큰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


배가 많이 고팠나? 아침은 꿀맛이었다.
그냥 움직일 수야 있나.. 커피도 한잔 구입.


지하철을 타니 때마침 유치원 생들이 단체로 지하철을 타고 소풍인지 나들인지 모를 어디론가 떠나는 듯했다. 일본에 올 때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지하철 역에서의 안전, 기관사는 출발 전에 열차 주변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고 열차와 타는 곳과의 간격이 너무 넓으면 합판 같은 것도 대주기도 하고. 뭐랄까 우리나라는 지하철 역사 내 직원들이 점점 줄어드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랄까?


덜컹덜컹 덜컹덜컹

지하철이 편안해서였을까? 10시가 넘어가면서 햇살이 전동차 내부를 내리쬐서였을까? 잠이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잠시 눈을 옆으로 돌리니 열차에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개중에 내 옆의 커플은 어떤 치고받고 싸우는 모바일 게임을 서로 웃음꽃이 떠나지 않도록 즐겁게 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적은 지하철은 묘하게 애정을 나누기에 좋은 공간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합법적인 보통의 연애 공간 같은 느낌이 들었다.


긴테츠 나라 역


긴테츠 나라역에 도착했다. 역을 나오자마자 다소 번화해 보이는 시장이 보였다. 그 시장을 비켜지나 국립 나라 박물관으로 향했다. 이곳 나라 지역도 일본의 오래된 수도중 하나이다. 흔히들 교토를 우리나라의 경주와 비교하며 여행 가이드북과 같은 데에서는 꽤 비중 있게 다루는데 비해 나라 지역에 대한 내용은 그렇게 많지 않다. 뭐 결과론적인 이야기를 먼저 하자면 볼 것 자체가 꽤나 밀집되어있어서 다양한 구경거리가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볼것들의 가치는 교토의 그것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것들이었다. 이곳은 정말 역사적인 분위기가 풍기는 역사도시였다.


국립 나라 박물관으로 향하기 위해 꼭 지나쳐야 했던 나라 사슴공원 때문에 깜작 놀랐다. 정말 방목이라는 게 이런 걸 두고 방목이라고 하는 거구나 싶었달까. 32년 살면서 이렇게 많은 사슴을 본 것이 처음이다. 이렇게 엄청나게 많은 사슴들을 키우고 이지만 먹이 주는 노점상은 정말 한두 곳 밖에 되지 않았다. 어릴 적 학교에서 운동회를 할 때면 학교 앞에 여러 노점상들이 갖가지 불량식품들을 팔려고 경쟁하던 모습. 입학을 하거나 졸업을 할 때도 언제 그렇게들 알고는 학교 앞에서 꽃을 팔기 위해 경쟁하는 모습들. 나는 이런 것들을 보고 자라왔는데 이 넓고 큰 공간에 정말 사슴 먹이 파는 노점이 몇 곳 되지 않았고 그것도 어떤 블록단위로 영역이 나눠져 있는 것 같았다. 물론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지만 아마 이런 부분을 시에서 통제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국립 나라 박물관 내부로 들어왔다. 이전의 일본 여행 동안 가보았던 일본의 박물관(국립 교토박물관, 후쿠오카 시립박물관, 국립 도쿄박물관)에서 어떤 특별한 느낌을 받은 적은 사실 없었는데 이곳 박물관은 조금 달랐다. 다른 박물관과는 다르게 묘하게 자연친화적인 느낌에 뭔가 백제의 느낌이 드는 일본 불상들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특히 이 자연친화적인 느낌 너무 좋았다. 공원에는 사슴이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박물관은 그 속에 자리 잡고 있는데 이것만으로도 기분 좋게 만들어주었다. 누가 나라 지역에 볼 게 없다고 그랬는가! 왜 여행 가이드북들은 그렇게 비중을 작게 할당했는가! 내가 만약 일본 간사이 지역 여행 가이드 북을 만든다면 “역사도시를 느끼고 싶다면 나라로 떠나라!” 이런 챕터로 제일 앞장에 실었을 것이다. 그렇다. 잠시 잊고 있었지만 나는 이런 오래된듯한 도시, 자연 속에 있는 현대적 건물, 그냥 이런 느낌이 너무 좋다.


국립 나라 박물관
넓은 공원 속에 자리잡고 있어서 더 좋았다
화장실에서 신기해서.. 비누, 물, 건조까지 일체형 제품
박물관 안에서 밖으로 보는 풍경, 이런 풍경들은 정말 좋았다.
포켓몬고 아니되오!


도다이지는 정말 웅장하면서 묘하게 친근감이 들었다. 이 친근감이라는 것이 꼭 불교사원이라서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백제를 통해서 들어온 일본 불교의 흔적이랄까 냄새랄까.. 솔솔 이곳 도다이지에서 풍겼다. 그래서 친근했던 것 같다. 도다이지도 멋지지만 이번 나라 여행에서 가장 큰 멋짐은 아무래도 와카쿠사산을 등산했던 것이다. 도다이지에서 조금 더 걸으니 와카쿠사 산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입장료까지 받는 거 보니 관광지는 맞는가 보다 싶었다. 사실 산이라고 말하기보다는 약간 동산 같은 느낌이지만 그래도 이 저질체력이 와카쿠사 정상까지 올라가려 하니 버겁긴 했다. 등산의 묘미는 올라갔을 때 그 고통이 정상에서 지상을 내려다봤을 때 그 풍경으로 보상받는 것 아니겠는가. 그리고 나도 그랬다. 힘들게 와카 사쿠 산 정상에 올랐을 때 나는 이번 오사카 여행 전부를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한눈에 나라 일대가 다 보였다. 이렇게 산을 올라 체험할 수 있다니! 마치 내가 드론이 돼서 나라 지역 하늘을 비행하는 기분이 들었다. 물론 등산 후 내려오니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다리는 후들후들 떨리고 있는데 지나가던 소빠(소니제품 애호가)가 똑같이 와카쿠사산을 등산하려고 이 더운데 블루투스 헤드폰으로 귀를 덮고 소니 디지털카메라를 목에 걸고, 엑스페리아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면서 지나가는데 진짜 너무 웃겼다. 덕분에 조금 피로를 회복할 수 있었다.


사람 신체 크기를 생각한다면 크기가 정말 어마어마 하다.
날씨 한번..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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