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꽤 오래전부터 혼자 살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20대 초반 때나 한참 생각이 많아지는 군 생활 때에도 앞으로의 30대를 상상했을 때 혼자 사는 내 모습들이 그려졌다.
한 살 두 살 먹어가면서 혼자 살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적으로 커져갔다. 그냥 가족 이외의 누구도 신경 쓰지 말고, 나 혼자 생각하고, 나 혼자 소비하고, 나 혼자를 책임지며 그렇게 사는 삶을 꿈꾸게 되었다. 물론 사이사이 여자 친구들이 있었지만 여자 친구 이상의 관계, 상대가 나의 평생 반려자라는 생각을 가져보지 못했다.
나는 잡생각이 많았다. 결혼을 하면 집은 어떻게 구하고, 자식은 몇을 놓으며, 맞벌이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런 쓸데없는 걱정들이 먼저 앞서다 보니 여자 친구를 만나도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어려서부터 없이 살아왔기 때문에 결혼을 위해 어디 은행에 빚을 내고 갚아나갈 거 걱정하면서 이런 식으로 구질구질하게 살고 싶지 않았다. 꼴에 다 갖추어놓고 살고 싶었다. 역세권의 아파트도, 혼수도 최고 좋은 것으로 말이다. 어려서부터 어렵게 살아와서 이제 겨우 사람답게 살아가는 중인데 이제 결혼이라니? 나는 그 모험 속으로 뛰어들 자신감이 없었다.
그래서 지금 나는 혼자다. 내 나이는 35살이고, 학교 다닐 때는 그렇게 자주 들어오던 소개팅도 이제는 들어오지 않는다. 직장도 고만고만해서 맞선 자리가 들어오는 것도 아니다. 적게 벌지도 그렇다고 많지 벌지도 않는다. 그냥 나를 위해 먹고 쓰고 할 정도의 수준인 것 같다. 나는 생각했다. 이것도 행복이라고 결혼의 행복, 자녀를 갖게 되는 행복과는 조금 결이 다른 행복이지만 충분히 행복한 것이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또래의 유부남, 유부녀들이 하는 고민들을 하지 않아서 행복한 편이다.
어릴 적부터 그렇게 생각해 오던 혼자 즐기며 사는 삶, 이제는 대중매체에서도 비혼이니 뭐니 하면서 나처럼 사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아니 내가 그들처럼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흐름도 일종의 트렌드 일지는 모르겠지만 주변의 결혼한 친구들에게 나는 항상 부러움의 대상이다. 나도 좋다. 혼자 살아서 좋고 부러움을 받아서 좋고 유뷰들의 걱정 가지지 않아서 좋다. 나는 당당했다. 자신 있다고 이대로 이렇게 살면 되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2020년 새해부터 몸이 아프면서 깨달았다. "아 나는 아무것도 준비한 게 없었구나" "혼자 살 자신 있다고 당당하게 씨부리고 있었구나"라고. 그래서 나를 비롯한 대한민국에서 혼자 사는 삶을 그리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얼마나 많이 준비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하는 생각들을 공유하고 싶어 글을 쓰게 되었다. 아니 이러한 이야기로 정말 글을 쓰고 싶었다. 부디 바라옵건대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작은 공감이라도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