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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말룡 Oct 12. 2016

후쿠오카를 뒤로하며

여행은 나조차 미처 모르던 나를 알게 하기에

2박 3일 후쿠오카 여행을 계획하면서 조금 욕심부린 것이 있다면 매 순간순간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하나하나 네이버 메모장에 기록하면서 움직였다.

신호 대기가 길어 마치 시동을 끄는듯한 버스 소리도, 식당에서 친절하게 맞아주는 종업원을 나긋나긋한 목소리도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기록해둬야 할 것 같았다. 그래야 내 여행이 아깝지 않은 여행이라 생각했다.


결국 그 기록한 것들은 글을 작성하는데 많이 도움이 되었다. 핵심만 적어놓았던 메모 기록에 한국에 다시 돌아와 살만 조금 보태서 이렇게 글을 올릴 수 있으니 말이다.

처음 이렇게 공개적으로 올려보는 글이 내게는 많이 낯설다. 이걸 여행기라고 해야 할지, 소감문이라고 해야 될지, 시간순의 흐름대로 그냥 막 쓴 글이라고 해야 될지 뭐라 정의 내리기는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이것을 시작으로 나도 무언가를 쓰기 시작했다는 점일 것이다.


이번 일본 여행은 국내여행에서 느끼지 못했던 해외여행을 통해 미처 모르던 나를 발견한 시간이었다. 말 못 하는 어려움, 평소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보이는 어떤 것들, 스스로 찾아가야 하는 즐거움 까지. '내가 이렇게 잘 걷는 사람이었나?' '내가 이렇게 피로감이 없이 쌩쌩한 사람이었나?'를 느끼게 한다. 일상 속 차마 몰랐던 나의 모습.


다시 돌아온 이곳에서 내가 새롭게 준비할 것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만약에 내년에도 일본 여행을 계획한다면 지금부터라도 일본어 공부를 틈틈이 해두는 것이겠지. 하지만 언제나 여행은 얘기지 못한 시점에 계획하고 떠나게 된다. 예기치 못한 일탈을 꿈꾸고, 예기치 못한 스트레스를 겪게 되고, 예기치 못한 새로움을 경험하고 싶을 때 우리가 여행을 생각하는 게 아닐까?


후쿠오카는 이제 뒤로 하고 다시 현실 속의 치열함이 먼저 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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