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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우 Feb 11. 2021

태국 살이 12년 차, 여전히 놀라운 태국 문화

1. 귀신을 좋아하는 거야? 무서워하는 거야?


태국에선 귀신은 믿고, 안 믿고의 존재가 아니에요. 실존하는 일상의 한 부분이에요. 드라마는 시대물과 현대물로 나뉘는데, 시대물은 거의 대부분 귀신이 나온다고 보면 돼요. 청취자들이 자신의 귀신 체험담을 전화로 들려주는 라디오 방송이 얼마나 인기가 많은지 몰라요.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도 벌벌벌 떨면서 TV 귀신을 무서워해요. 유치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일종의 도덕 교육 같기도 해요. 타인에게 원한 살 일은 하지 마라. 죄지으면 귀신에게 갈기갈기 찢겨 죽을 수 있다. 이런 교훈을 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간직하고 살아요. 제가 겁이 많은 편인데도, 태국 귀신을 딱히 안 무서워하는 거 보면 태국 방송팀 분장 좀 신경 좀 써야겠어요.


2. 그놈의 복권 사랑, 복권에 살고, 복권에 죽는다


복권이 인기가 없는 나라를 찾는 게 더 빠를 거예요.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오락은 축구가 아니라 복권이죠. 태국 사람들의 복권 사랑은 상식적인 수준을 넘어서요. 한 번에 우리나라 돈으로 5,6만 원어치 사가는 사람도 흔해요. 평균적으로 한 달에 5,60만 원 벌면서요요. 자신의 인생을 복권에 몰빵하는 거죠. 태국은 그래서 숫자에 관심이 엄청 많아요. 죽은 오래된 나무가 발견되면, 온 마을 사람들이 출동해서 나무껍질에 하얀 가루를 뿌리고 숫자를 찾아요. 숫자 비슷한 무늬를 발견하고는, 행운의 숫자라 믿는 거죠. 차 사고가 났는데, 사람이 무사했다면 그 차 번호가 행운의 번호가 되는 식이에요. 코로나를 태국에서는 Covid19라고 불러요. 19로 끝나는 복권은 어디나 품절이었어요. 태국은 가판대 복권 중에서 골라서 사는 방식이거든요.


3. 은근 보수적인 태국 드라마


태국은 개방적인 나라일까요? 보수적인 나라일까요? 저는 개방적인 나라라고 생각했어요. 성전환 수술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태국은 성지예요. 얀희 병원이라는 곳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요. 얀희 병원에서 수술받기 위해서, 전 세계 트랜스젠더들이 돈을 모으죠. 그만큼 태국은 성전환 역사가 길어요. 솔직히 태국에 밤문화 때문에 오는 사람 많잖아요. 그래서 태국은 매우 개방적인 나라라고 생각했어요. 태국에서 가장 큰 방송국이 채널 3인데요. 요즘 시대에 키스가 뭐라고, 주인공 남녀가 입술이 가까워질락 말락 하다가 그냥 꼭 안아요. 키스를 보고 싶은 것도 아닌데, 그런 식으로 김을 빼니까 성질이 나더라고요. 최근에야 입술 닿는 게 나오더라고요. 개방적인 문화도 일부 있지만, 보수적인 문화도 분명히 공존하는 나라예요. 실수하지 마시라고요. 외국인들의 눈살 찌푸리는 행동이 뉴스에 자주 나와요. 태국에서는 이래도 되겠지. 그렇게 오해한 외국인들이 좀 많아야죠.


4. 아니 솜땀에 왜 양배추를?


솜땀이 뭔지 아시나요? 태국의 국민 샐러드, 태국의 김치라고 할 수 있죠. 파파야라는 과일이 익지 않았을 땐, 우리네 무와 식감이 비슷해요. 그린 파파야를 채를 썰어서, 피시 소스, 땅콩, 마른 새우, 고추, 레몬즙 등을 넣고는 쿵쿵쿵 찧어요. 양념 섞이라고요. 딱 첫 느낌은, 우리네 무생채와 비슷해요. 이걸 포장 주문하면, 꼭 생 양배추를 몇 가닥 넣어 줘요. 뭐든 공짜로 주면 고맙기는 한데, 굳이 왜? 이럴 거면, 그냥 같이 버무려 주든가요. 솜땀이 매우면 입가심을 양배추로 하라는 거겠죠? 채소 샐러드에, 채소를 얹어서 준다는 게 저는 약간 섭섭합니다. 그럴 거면, 소시지라도 하나 얹어 주든가요. 아,  그건 원가에서 너무 오버하는 아이템이려나요?


5. 쌀국수를 먹으면서 굳이 물을?


음식 먹으면서 물 마실 수야 있죠. 태국은 물을 사 먹거든요. 공짜로 주는 곳도 있지만, 사 먹어야 하는 경우가 훨씬 많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쌀국숫집에서 뭐 마실 거냐고 물으면, 좀 부담스러워요. 안 마실 건데, 안 마신다고 하면 눈치가 보이더라고요. 태국 사람들은 꼭 뭘 마시거든요. 저는 쌀국수 맛있게 먹고, 카페에서 음료수를 마시고 싶은 사람입니다만. 태국 사람들은 쌀국수를 먹으면서도, 꼭 생수를 시켜요. 국수 먹으면서, 물 마실 수야 있는데, 그걸 누구나 한다는 게 신기해요. 쌀국수 국물은 남기면서요. 옆 나라 베트남과도 확연히 비교가 돼요. 베트남은 물을 마시고 싶은 사람만 마시거든요. 태국은 몸속 수분이 다른 나라보다 10%는 많은 나라일 거예요.


6. 신에게 바친다면서 환타여야만 할까?


태국은 집집마다 작은 사원을 만들어요. Spirit House라고 하는데요. 태국 사람들은 집이나 땅에는 수호신이 있다고 믿어요. 매일 아침 꽃이나, 물, 음료수를 바쳐요. 집 없이 떠도는 귀신은 사람을 공격한다고 생각해요. Sprit House를 지으면, 수호신이 머물면서 떠도는 악귀를 물리친다고 믿죠. 그런 믿음이야, 아시아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죠. 환타를 그렇게 많이들 바치더라고요. 수호신이 과연 환타를 좋아할까? 태국 친구에게 물어봤어요. 뭘 바쳐도 된대요. 그걸 바쳤더니, 복권이 당첨됐거나 복이 들어왔다면 계속 같은 걸 바친대요. Sprit House에 환타가 많은 이유는 '역시 환타였어' 기도발이 상당했나 봐요. 빨대까지 꽂아져 나란히 진열된 환타를 보면, 가끔 마시고 싶어져요. 그렇다고 제가 감히 손을 대겠어요?


7, 정말 운전 그렇게 할래? 태국은 운전의 나쁜 예


저야 운전면허도 없고, 남의 차나 택시 정도 타죠. 그래도 속이 부글부글 끓을 때가 많아요. 택시를 운전한다면서, 어쩜 그렇게 즉흥적으로 차를 세울까요? 손님을 내려주거나, 태워줄 때요. 뒤에 차가 오는 게, 아무 상관이 없나 봐요. 사고도 그래서 엄청 많이 나요. 시골에서 음주 오토바이는 너무 흔하고요. 송크란(태국의 설) 때는 교통사고로만 400명에서 500명이 사망해요. 아기를 가슴팍에 안고 오토바이 운전하는 엄마들 보면 저까지 조마조마하다니까요. 대신 경적을 잘 안 울리고, 끼어들라고 양보도 잘해주는 편이에요. 신호등이 주황색이면 포기가 빨라요. 우리처럼 기를 쓰고 액셀을 밟지 않고요. 그래도 한국 사람들이 태국에서 운전하려면 속 꽤나 썩을 거예요. 예고도 없이 골목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오토바이 때문에 간이 콩알만 해질 걸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무엇을 이루겠다는 마음보다, 이루지 않아도 된다. 그 속에 자유와 우주가 있다고 믿으면서요. 우리 안의 우주는 찾는 게 아니라, 이미 존재함을 확신하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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