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커리는종어렵고,마사만커리는좀쉬워요
이태원에서 태국 음식점을 하는 선배가 있어요. 서양인들에게 그린 커리가 그렇게 인기래요. 한국 사람들은 잘 찾지 않고요. 대신 한국 사람들은 마사만 커리를 좋아한다더군요. 한국인 입맛이 조금 더 보편적이라고 해도 되겠네요. 왜냐면 마사만 커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거든요. 순위 매기는 거 좋아하는 언론사에서 선정한 거긴 하지만, CNN 맛 순위에서 10등 안에 항상 들더라고요. 마사만 커리의 라이벌로는 인도네시아의 렌당 커리가 있어요. 마사만 커리와 1,2위를 다투죠. 저야 둘 다 먹어 봤죠. 알아요. 뭐가 알고 싶으신지요. 둘 중 뭐가 맛나냐고요? 렌당 커리는 소갈비찜에 코코넛 밀크를 넣은 맛이고, 마사만 커리는 닭볶음탕에 코코넛 밀크를 넣은 맛이에요. 그래서 어느 쪽이 더 맛나냐고요? 닭볶음탕과 소갈비 중에 뭐가 더 맛있나요? 저는 다르게 맛있어서, 우열을 못 가리겠어요. 핵심은 코코넛 밀크예요. 맛의 정체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죠. 향에 민감한 사람만 아니면, 마사만 커리나 렌당 커리 둘 다 맛나게 드실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장벽이 좀 있어요. 어디서 먹느냐가 또 중요해요. 이미 조리된 식은 마사만 커리나 렌당 커리는 별로라고 느끼실 수도 있어요. 미지근한 닭볶음탕이나 식은 갈비탕을 좋아하는 한국 사람 없잖아요. 태국에 오셔서 마사만 커리를 드시고 싶다면, 좀 괜찮은 식당에서 주문하세요. 푸드 코트에서 드시면, 절대로 그 맛이 안 나요. 아니면 포장해서 전자레인지로 덮여 드시든가요.
마사만 커리는 이슬람 음식이에요. 그래서 돼지고기는 잘 쓰지 않아요. 가장 흔한 건 닭고기 마사만 커리예요. 반찬 가게에서 붉고, 기름 둥둥 떠있는 닭고기 탕 같은 게 있다면, 그게 마사만 커리예요. 그 기름 코코넛 밀크 기름이니까 기겁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럼 그린 커리는 또 뭘까요? 이것도 기본적으로 코코넛 밀크가 들어가요. 그럼 마사만 커리와 비슷한 거 아니냐고요? 연세 좀 있으신 분들은 그냥 뱉으실 거예요. 카피르 라임과 레몬 그라스가 독특한 향을 만들어요. 바질도 들어가는데 그 향도 만만치 않죠. 민트 초코 아이스크림을 먹네, 마네로 싸우는 사람들은 그냥 포기하세요. 민트 찌개 정도는 드실 수 있어야 그린 커리를 평정심 안 잃고 드실 수 있어요. 고수와 고수 씨앗도 들어가는데 다른 향이 너무 강해서 존재감도 없을 정도라니까요. 실제로 화장품이나 향수에 쓰이는 재료들이 대거 투입되는 세상 독특한 커리라고 보시면 돼요. 시트러스 계열의 상큼 터지는 향수로 커리를 만들었다고 생각해 보세요. 묘사만으로도 토가 쏠리신다고요? 제가 그랬어요. 이런 미친 음식은 누가 생각해낸 걸까? 먹을 때마다 화가 나더라고요. 적응하는데 5년 이상은 걸린 것 같아요. 지금요? 지금은 고향 밥 먹듯이 먹어요. 밥에 척척 비벼서, 속눈썹 떨어가며 음미하면서 먹어요. 입 안에서 향수 터지는 축복을 왜 거부하나요? 가그린만 입에 뿌리지 마세요. 그린 커리로 입안을 정리하세요. 고귀한 향기로 혓바닥 코팅 한 번 해보셔야죠. 어떤 맛일까 궁금하시죠? 감당은 각자가 알아서 하시기를 바랍니다. 어르신들은 비닐봉지 옆에 두고 드세요. 울릉도 가는 배에서 멀미로 고생하셨다면, 그린 커리도 못지않게 힘드실 거예요. 저는 마사만 커리와 그린 커리를 50대 50으로 좋아합니다. 아이고, 침 고이네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나의 기록이 아니라, 세상의 기록을 쓰고 싶어요. 내 안에 갇히지 않고, 세상과 연대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깨끗하고, 가벼운 글을 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