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시장 만만하게 보지 마셔유
1. 지금 태국 대세는 본촌 치킨
본촌 치킨이라고 들어 보셨나요? 교촌 치킨 아니고, 본촌 치킨이요. 처음 들어보신다고요? 태국, 미국, 필리핀에서는 대박 맛집으로 통해요. 뉴욕에서도 반가워서 한 번 가줬어요. 한국보다 외국에서 사랑받는 특이한 경우죠. 방콕 우리 동네에 둘둘치킨이 크게 열었는데, 얼마 못 가서 문을 닫더라고요. 교촌 치킨도 들어오기는 했는데, 본촌 치킨에게는 상대도 안 돼요. 현지화 전략이 먹혔다고 봐요. 태국 사람들은 메뉴 하나 먹으러 식당 가지 않아요. 평양냉면, 칼국수 집은 들어오면 망한다에 오백 원 겁니다. 다양한 메뉴가 있어야 해요. 본촌 치킨은 순두부도 팔고, 떡볶이도 팔아요. 치킨은 우리 입맛에 좀 짜요. 밥이랑 먹으면 그럭저럭 합이 잘 맞아요. 음식은 뜨겁고, 서빙 속도도 빠른 편이에요. 태국 사람들이 느긋하다고 해서, 느린 서비스를 좋아하는 건 아니에요. 이왕이면 빠릿빠릿하고, 이왕이면 뜨거운 음식이 좋죠. 손님을 대하는 긴장감이 한국식이라, 붐벼도 속이 덜 터져요. 서비스 정신, 다양한 메뉴, 탄탄한 기본기가 성공 요인이 야닐까 싶어요.
2. 떡볶이 뷔페, 두 끼 떡볶이
코로나로 다른 매장들이 파리 날릴 때도 두 끼 떡볶이는 손님으로 바글바글하더군요. 호기심에 저도 가 봤어요. 1인당 가격은 299밧(약 만 원)이에요. 우리나라에서도 떡볶이 뷔페 만 원이면 비싼 편이죠. 태국에서 그 돈으로 해산물 뷔페나 고기 뷔페, 배 터지게 먹을 수 있어요. 양념 치킨, 프라이드 치킨, 각종 튀김류, 유부 초법, 꼬마 김밥, 한국 라면 등이 있더군요. 떡볶이 소스도 다양해서, 먹는 재미는 확실히 있더라고요. 태국 사람들이 궁중 떡볶이를 어디서 먹어 보겠어요? 지금만 보면 성공인 건 맞는데, 좀 더 두고 봐야 해요. 태국 사람들도 많이 변했어요. 예전엔 한 번 마음 주면 끝까지 갔지만, 이젠 안 그래요. 아니다 싶으면 돌아서요. 당장은 신기해서 손님이 몰리지만, 그런 손님들은 새로 생긴 가게로 또 옮겨가게 되어 있어요. 충성도 높은 고객을 얼마나 만들어 내느냐가 성공의 열쇠죠. 끊임없이 새로운 메뉴가 나와줘야 해요. 초반 반짝 성공에 취하면 절대로 안 돼요.
3. 아니 방콕에 서가앤쿡이 문을 열었다고?
서가앤쿡에서 밥을 먹어본 적은 없어요. 한국에서도 가봐야지 하면서 가보지 못했어요. 한상 메뉴로 유명하더라고요. 뭐 먹을까 고민하게 되잖아요. 한상 메뉴를 주문하면, 시그니처 메뉴(새우 퐁듀)와 식사 메뉴(파스타, 리조토에서 택 1)를 한 번에 먹을 수 있더라고요.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시각적으로 워낙 푸짐해서 후기가 좋더군요. 태국 사람들도 반응이 엄청 좋아요. Eatigo라는 식당 할인 어플에서 평점이 5점 만점에 4.8점이에요. 이 정도면 1등 맛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태국은 비싸도 사 먹어요. 팔아줄 고객층은 두터워요. 하지만 눈이 높아요. 쉬운 고객이 아니라는 거죠. 서가앤쿡의 후기를 보면 성공할 확률이 높아 보여요. 태국에도 고가의 프랜차이즈들이 없지 않은데, 가격 대비 서비스 마인드가 부족해요. 제값 내고, 제대로 먹고 싶다. 이런 소비자들만 잡아도, 대박은 당연한 거예요. 태국의 중산층은, 돈 쓰는 거에 거침이 없어요. 기분파 부자들을 잡으세요. 떼돈 버십니다.
4. 없는 게 없는 고급 분식집, 더비빔밥
프랜차이즈 이름이 더비빔밥이에요. 이곳도 다양한 메뉴로 손님을 불러 모으고 있어요. 가격은 비싼 편이에요. 열무 국수 하나에 만 원이 넘으니까요. 그 돈 주고 먹어도 안 아깝냐고요? 괜찮은 것도 있고, 그저 그런 것도 있더라고요. 한국 맛이 그리우면 한 번 가보세요. 식당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비빔밥이 주메뉴예요. 이렇게 다양한 비빔밥 메뉴는 한국에도 없어요. 유동 인구가 많은 쇼핑몰에 주로 입점해 있어요. 목이 좋은 곳에서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는 중이죠. 차근차근 매장을 늘려서 10호점까지 열었더라고요. 제가 여기서 순댓국밥을 먹었는데요. 받아온 육수 덥힌 걸 텐데, 원조집 맛이 나더라고요. 깜짝 놀랐어요. 그렇다고 전 메뉴가 다 훌륭한 건 아니고요. 같이 시켰던 떡볶이는 평범했어요. 다양한 메뉴와 깔끔함, 정돈되고 예쁜 메뉴판. 아기자기한 걸 좋아하는 태국 사람들이 이런 요소들에 반한 게 아닐까 해요.
5. 특이하게 태국에서 폭발적인 화장품, 스킨 푸드
요즘엔 한풀 꺾이긴 했는데 스킨푸드 인기가 대단했어요. 아모레, LG 등 쟁쟁한 회사보다 스킨푸드가 체감 인기가 더 많았어요. 이유는 이름 때문이 아닐까 해요. 직관적이잖아요. 피부에 주는 음식. 건강하고, 믿음이 가는 이름이 태국 사람들을 사로잡은 거죠. 태국 브랜드로는 스네일 화이트가 대표적이에요. 스네일(달팽이) 화이트(미백) 두 단어가 합쳐진 제품이죠. 태국은 미백에 목숨 건 나라예요. 뽀얀 피부에 대한 열망이 그 어느 나라보다 강렬해요. 오죽하면 샤워젤에도, 남성용 페이셜 폼에도 미백 성분을 추가하겠어요? 달팽이로 탄력을 잡아주고, 화이트로 뽀얗게 해주는 제품이겠군. 그래서 스네일 화이트가 날개 돋힌 듯이 팔렸어요. 태국 사람들은 어렵지 않고, 재밌고, 이왕이면 영어로 된 제품명을 선호해요. 실제 효과는 사실 이름보다 덜 중요해요. 감성으로, 재미로 접근하면 태국 사람들의 지갑은 의외로 쉽게 열릴 수도 있어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쓰지 않았던 삶과 비교하면, 쓰는 삶이 훨씬 행복해요. 조금은 더 고생스럽더라도, 더 행복하고 싶어요. 매일 할 수 있는 일을 몇 개 더 찾아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