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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우 Oct 15. 2020

재미있는 태국의 음식 문화

다르니까 궁금하고, 다르니까 여행 다니는 거죠 

1. 뜨거운 국물도 OK, 국민 용기 비닐봉지 


비닐봉지에 음식을 담는 건 필리핀에서 처음 봤어요. 콜라나 환타를 담아 주더라고요. 태국에 왔더니, 모든 음식은 다 비닐봉지예요. 뜨거운 걸 비닐봉지에 담아도 되나? 당연히 안 좋겠죠. 그래도 어쩌겠어요? 선택지가 없으면 받아들여야죠. 락엔락을 들고 가서 담아 오기도 하는데, 이미 비닐봉지에 담은 반찬은 그냥 가지고 와요. 이젠 뭐 큰 거부감 없이 잘 먹어요. 한국에선 플라스틱 락앤락도 미심쩍어하던 사람이었는데 말이죠. 음식을 봉지에 담아서 고무 밴드로 묶는데, 이것도 요령이 있어요. 잘 풀리게끔 돌돌 말아서 매듭을 짓는 요령요. 그걸 제대로 못해서, 풀다가 짜증이 확 밀려올 때가 있어요. 이 집 장사 이렇게 할 거야? 네, 저도 태국 사람 다 됐다는 거죠. 


방콕에서 어머니와 큰 이모, 어머니랑 나이차가 많이 나서, 어릴 때 누나라고 부르다가 많이 혼났어요)

2. 우리는 함부로 입 대지 않는다. 빨대 사랑 


여러분은 잔에 물을 따르고 빨대 쓰시나요? 위생에 철저한 한국 사람도 빨대 잘 안 쓰죠. 컵이 깨끗하면, 빨대를 쓸 일이 없으니까요. 태국은 컵에 따른 물을 입 대고 안 마셔요. 무조건 빨대예요. 맥주는 또 그냥 마셔요. 페트병에 있는 생수를 마시는데도, 빨대를 써요. 콜라도, 환타도 빨대가 필수예요. 이해가 가시나요? 비닐봉지의 유해성에는 둔감하지만, 페트병 입구에 혹시 모를 먼지는 또 예민해요. 이렇게나 시각이 달라요. 마트에 가면 빨대만 사가는 사람들을 봐요. 가정에서도 빨대를 구비해서, 굳이 잔에 있는 물을 빨대로 쪽쪽 마시는 거죠. 


3. 맥주에는 얼음이지. 맥주를 온 더 락으로 마시는 나라 


위스키를 마실 때는 얼음 몇 개 넣고 온 더 락으로 마시죠. 술이 독하니까, 좀 묽어져도 마실만 해요. 맥주는 얼음을 넣으면 묽어지잖아요. 맥주 애호가들이라면 얼음 넣은 맥주, 백이면 백 발끈하지 않을까요? 맥주를 차갑게 해 놓으면 되지, 그 소중한 맥주 맛을 얼음으로 다 망가뜨려? 네, 태국은 무조건 얼음이에요. 동글동글 가운데 구멍 뚫린 얼음을 두세 개 넣고, 맥주를 따라요. 신기하게 맛있어요. 더운 곳이니까요. 더운 곳에선, 일단 차가움이 반은 먹고 들어가죠. 그래서 태국 맥주는 더 개운하고, 알싸한 느낌이 들어요. 얼음 발인 거죠, 뭐.  


4. 알록달록, 플라스틱 사랑 


플라스틱을 좋아해도 너무 좋아해요. 가격이 저렴해서겠지만, 식당이 플라스틱 천지예요. 플라스틱 의자, 플라스틱 테이블, 플라스틱 컵, 플라스틱 용기, 플라스틱 젓가락. 온통 플라스틱이라서, 과연 이런 식문화가 태국 국민 건강에 영향이 없을까 의구심이 들기는 해요. 솔직히 싸구려로 보이기는 하는데, 또 이게 이 나라의 정체성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워낙 강렬한 색감이라서 그런가 봐요. 우리나라 태국 음식점 중에는 대놓고 이런 분위기를 강조한 곳도 많이 생기더라고요. 베트남엔 앉은뱅이 의자가 그렇게 많은데, 태국은 또 앉은뱅이 의자는 안 써요. 가까운 곳의 두 나라, 비슷하면서도 달라요. 


5.  음식을 왜 덥혀 먹어?


국물 요리가 미지근하면 한국 사람은 질색을 하잖아요. 태국 사람은 그런 거 없어요. 미지근하면 미지근한 대로 잘만 먹어요. 우리처럼 전자레인지로 덮여 먹는 문화가 없죠. 뜨거운 음식에 대한 집착은 우리나라가 유난스러운 쪽이긴 하죠. 펄펄 끓는 음식을 눈앞에 대령하는 게 일상인 나라니까요. 비닐봉지 음식을 접시에 담아서 온 가족이 먹는, 시간 낭비 1도 없는 식사 문화죠. 아침에 분주히 요리를 하는 태국 가정은 소수예요. 가족 중 한 명이 시장에 가면, 그게 요리 노동의 전부예요. 밑반찬 개념도 없어요. 더운 나라지만, 냉장고가 훨씬 덜 중요해요. 냉장고는 한국이 훨씬 더 크고, 훨씬 더 꽉 차 있죠. 


6. 국민 외식 샤부샤부와 찜쭘, 이열치열이란 이런 것 


더운 나라지만, 뜨거운 국물을 즐겨 먹어요. 태국을 대표하는 샤부샤부 프랜차이즈로 MK가 있죠. 태국 여행 와서 MK 한 번 안 간 한국 사람은 없을 거예요. 어머니, 아버지 모시고 갔더니 맛있게 잘 드시더라고요. 싱싱한 고기, 생선, 어묵을 맛있는 육수에 끓이는 요리라 익숙한 맛이 나거든요. 찜쭘은 좀 더 서민적이에요. 토기 항아리에 갖가지 재료를 넣고 끓이죠. MK는 실내에서 에어컨이라도 있죠. 찜쭘은 후끈한 야외에서 땀 뻘뻘 흘리면서 먹어야 해요. 왜 태국 사람들이 찜쭘이나 MK를 좋아할까요? 태국 친구에게 물었더니 건강식이라고 생각한데요. 채소를 듬뿍 넣어서 먹는 요리라, 단백질과 섬유질 균형이 잘 잡힌 메뉴이긴 하죠. 


7. 국수에 설탕을? 국수에 땅콩 가루를? 


쌀국수 집에 가면 양념통이 있어요. 고추가 들어간 식초, 설탕, 땅콩 가루가 있는 양념통이에요. 식초야 그러려니 하는데, 설탕은 당혹스럽더라고요. 땅콩 가루는 어느 식당에나 있는 건 아니지만, 보이면 꼭 넣어요. 국수에 땅콩 가루를 공짜로 넣는 거니까요. 워낙 시고, 짜고,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나라예요. 같은 국수도 이렇게 넣어보고, 저렇게 넣어보면 전혀 다른 맛이 돼요. 지루한 맛을  못 견디는 민족이에요. 고명으로 갖가지 어묵, 미트볼, 내장, 생선 껍질 튀김 등등이 올라와요. 베트남 쌀국수가 깊은 육수로 직진을 한다면, 태국 쌀국수는 온갖 재료의 현란한 드리블이에요. 태국 국수는 천 가지도 넘어요. 왜냐면 같은 국수여도, 식당마다 레시피가 다 다르니까요. 우주만 무한한 게 아니라니까요. 태국 쌀국수도 무한해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글을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조금씩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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