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경쟁의 콘텐츠 노마드 시대
미디어 스타트업을 공동창업한지 5년이 되었다. 매년 기대와 희망은 있어도 예측하기는 참 어려운 시장이었는데 2020년에 성공한 콘텐츠들은 나온 시점과 의미를 보았을 때 한 동안 영향을 미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정리하는 글
개인적으로 2020년 성공한 콘텐츠 중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콘텐츠 TOP7
- 개인적인 의견이고, 순위는 의미없음
1. 가짜사나이 (피지컬갤러리)
2. 네고왕 (달라스튜디오)
3. 싱어게인 (JTBC)
4. 펜트하우스 (SBS)
5. 경이로운 소문 (OCN)
6. 철인왕후 (tvN)
7.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SBS)
콘텐츠는 만드는 비용보다 많이 벌고, 화제성이 높아야 지속적인 생산이 가능하다. 이제 TV혼자서는 콘텐츠를 만드는 비용 충당이 점점 어려워지는 시대에 결국 1)TV에서 유튜브/OTT로 콘텐츠가 이동하거나, 2)TV는 보다 적극적으로 유튜브/OTT를 활용하거나 할 수 밖에 없는 흐름으로 갈 것이다.
유튜브 프로그램으로 보면 가짜사나이, 네고왕이 지속가능한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둘 다 TV에서 익숙한 아이템을 가져와 TV에서는 할 수 없는 방식으로 풀어내서 크게 성공했는데, 유튜브 프로그램이 성공하려면 아이템은 익숙하지만 그간 다룰 수 없던 방식으로 접근하는게 중요하다.
가짜사나이가 의미있다고 본 지점은 유튜브만으로도 화제성이 이제 TV프로그램 못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고, TV프로그램처럼 가짜사나이를 통해 주목받은 스타들을 탄생시켰으며, 크리에이터를 중심으로 프로그램화할 게 무궁무진하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네고왕은 유튜브만으로도 광고주의 니즈를 온전히 충족시켜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고, 직접적인 구매전환 등 퍼포먼스가 높아지는 성과를 유튜브만으로, 유튜브이기에 TV보다 효과적으로 성과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주었다.
2021년에는 유튜브이기에 할 수 있고, 유튜브만으로 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확실히 스케일업하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2019년에 펭수, 워크맨 등이 유튜브 프로그램의 인식을 높여주었다면 2020년에 가짜사나이, 네고왕 등이 유튜브 프로그램이 하나의 지나가는 현상이 아닌 특정분야를 대체해나갈 흐름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싱어게인, 펜트하우스, 경이로운 소문, 철인왕후,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가 성공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유튜브가 이제 크리에이터들만의 영역이 아니라 방송사들의 영역이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듯이 방송사 프로그램 클립본들이 유튜브 인기급상승순위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싱어게인은 JTBC, 디스커버리 채널 코리아에서 동시편성하는 작품이다. 유튜브 영상들이 홍보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기획자체가 유튜브에서 좋아할 키워드들을 많이 담고 있다. TV에서 동시방송을 하는 것 이외에도 JTBC, 디스커버리 채널 코리아 유튜브 채널, 카카오TV 에서 방송본을 다양한 지점에서 활용하는 모습을 보면 TV에 먼저 트는 콘텐츠일 뿐이지, 콘텐츠를 자신이 보유한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제공하는 서비스에 가까워진다는 생각이 든다.
펜트하우스또한 클립본들만 봐도 재미가 있을 드라마인데, 캐릭터와 사건전개가 뚜렷한 특징이 있다. 펜트하우스에서 재밌는 점은 주성태와 베로나 스토리만 따로 놓고 보면 신박한 웹드라마를 보는 느낌이 들 정도로 유튜브에서 보기에도 잘 맞는 지점이 있다. 여기에 펜트하우스는 시즌1이 끝나기도 전에 시즌2를 확정하고, 바로 2월에 방영예정인데 드라마의 성공이후 광고이익을 극대화하기위한 자연스러운 전략으로 보인다. 어찌보면 중편으로 진행되는 드라마를 쪼개서 편성하는 것인데, 콘텐츠 수익화가 TV에 편성함으로써 끝나던 시대가 저물고 있고, 영향력을 다양한 방식으로 유지하여 수익을 극대화해야한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겠다.
경이로운 소문은 웹툰을 아주 재미있게 봐서 기대하고 있던 작품인데, OCN 최고 시청률을 돌파하고 아직 8부인데 9.3%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드라마는 드라마 자체가 재밌어야 하지만 스토리가 탄탄한 원작을 드라마로 만드는 것이 가진 장점과 꾸준히 장르물을 만들어온 OCN의 일관성, 경이로운 소문을 유튜브에서 활용하는 방식들을 보면 성공 안 할래야 안 할 수 없는 콘텐츠라는 생각이 든다.
철인왕후는 기대하지 않았던 작품인데, 이 작품 역시 중국 웹드라마 원작이라 그런지 캐릭터들이 유튜브에서 소구되기 아주 적합한 점이 있다. 중국 웹드라마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 웹소설 원작이 많고, 캐릭터가 심플하다는 점인데, 이러한 점이 지금 한국에서도 잘 먹히는 지점들이란 생각이 든다. 앞으로 중국 웹드라마 원작인 작품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겠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SBS 유튜브채널 등을 통해서 화제가 되어 본방 시청률 4.7%로 시즌1을 마무리하고 시즌2 제작이 확정되었다고 한다. 프로그램 포맷이 유튜브에서 보기에도 TV에서 보기에도 충분하게 제작되었고, 유튜브에서 반응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2021년에는 특히 유튜브에 교양, 지식정보 프로그램들이 많이 선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에는 이미 TV방송국도 유튜버도 다 유튜브채널에 올라갈 오리지널 프로그램을 만든다. 경계는 이미 없고 동등한 경쟁이 있을 뿐이다. 무한경쟁속에 콘텐츠 노마드 시대에서 유튜브를 적극적으로 잘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 영향력을 다양하게 편성하며 서비스할 수 있는 프로그램, 스토리가 탄탄한 원작IP, 중국 웹드라마 원작IP, 지식정보 프로그램이 늘어나리라 예상되어 진다.
웹드라마라는 말보다 이미 쇼트폼, 미드폼이란 말이 더 많이 쓰이기 시작했다. 2021년에는 유튜브이기에 할 수 있고, 유튜브만으로 할 수 있는 쇼트폼 드라마,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력을 늘리며 편성하며 서비스할 수 있는 미드폼 드라마, 1020이 알고 싶은 걸 알려주는 지식정보 프로그램에 집중해보려고 생각 중이다.
유튜브채널만으로 지속가능한 콘텐츠들도 필요하고,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콘텐츠들도 필요해진다. 시청자들의 시간은 유한하고, 콘텐츠는 무한한 경쟁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콘텐츠가 시청자한테 찾아가야 할 것이다. 만드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이리저리 어디서든 존재할 수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