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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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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ymymeyou us Aug 15. 2022

플렉시 테리언? 그게 뭐야?

채식, 그런데 융통성을 곁들인

 #음식과 나의 관계


어느 한여름, 친구와 나는  제주도 여행을 떠났다.

올해로 30살이  우리는, 여행은 돈과 시간 그리고 마음의 여유 삼박자가 갖춰져야만   있는 소중한 기회라는 것을 진즉 깨달았다. 그래서 오랜만에 만나 근황이나 듣고자  자리에서 일주일  제주도 여행을 결정했다. 친구의 제주행 면접을 기회삼아 나도 시간을 맞추어 3 4 여행을 계획했다.


뭐 먹을래? 제주까지 갔으니 맛있는 거 먹자!



여행하면 무얼 먹을지 고민해야하는 것이 인지 상정이다. 우리가 친해진 계기를 떠올렸다. 고2, 우리는 18살때 처음 같은 반 친구로 만났다. 여느 고생학생들처럼 야자를 하며 함께 공부했고 가끔은 일탈도 하며 친해졌다. (일탈이래 봐야 노래방가기, 베스킨라빈스 먹기였다.)

고3 때에는 반이 달라졌지만 우리는 종종 낙지볶음 회동을 했다. 고2 담임선생님이 수업 중 기사식당에 낙지볶음이 맛있다고 추천해주셨는데, 우리는 정말로 그 기사식당엘 가서 종종 식사했다. 주로 택시 기사님들이 손님이었던 그 집에 여고생 두 명이 밥까지 야무지게 볶아먹으며 감탄사를 연발해댔으니,

지금 생각하면 사장님의 그 신기한 시선이 납득이 간다.


12년이 지난 지금 30대의 초입에 선 두 친구는

 제주도에서 제2의 맛집 회동을 시작한다.


day 1


‘앞뱅디 식당’-각재기국, 멜국

첫 식사는 제주 향토음식으로 시작했다. 배추가 싱싱한 것이 인상 깊었고, 밑반찬으로 고등어 구이가 나와서 쌈을 싸 먹기에도 좋았다. 특히 저 동글동글한 콩의 고소한 맛과 양념의 단 맛이 조화를 이뤄서 맛있게 먹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멜국’은 육지사람이 먹기에는 다소 비릴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바다향이 잘 느껴져 첫끼 식사로 만족했다.


이호태우의 노을, 첫날 본 노을이 유일한 노을 이었다.

첫 식사 후 시간이 늦었지만 밤바다를 보기 위해 이호태우 해변을 걸으며 친구와 그간 쌓여왔던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의 공통사는 둘 다 원하는 바가 있다면 다시 기꺼이 도전할 용기를 가졌다는 것과 그 시간을 최근에 가졌다는 것이다. 밀린 이야기를 풀어내고 나서 나온 이야기는 ‘음식’에 관한 이야기였다. 나는 작년 말 즈음 식이장애 전조 증상을 겪었다.

내가 겪었던 증상은 이상하리만큼 머릿속에서 음식 생각이 떠나지 않았고, 먹어도 먹어도 허기는 채워지지 않았다. 문제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음식을 먹고 나면 ‘죄책감’이 따라왔다. 나에게 건강하지 못한 것들로 벌을 주는 느낌... 그 음식들을 먹는다고 상황이 나아지는 것도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었지만 우겨넣는 것 외에는 방법을 몰랐다.

그러다 식욕은 충족 시켜주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의 욕구를 회피하지 않고 제대로 바라보고 나니 더이상 식사는 나에게 허기짐을 주는 행위가 아닌 충족감을 주는 즐거운 행위로 바뀌어 나갔다.

친구에게 털어 놓은 당연한(?) 깨달음


친구는 작년 즈음부터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몸의 상태가 달라지는 것을 몸소 느꼈다고 한다. 채식을 실천하고 부터는 그동안 느껴왔던 복부의 팽만감이 사라졌고, 여드름이 한번도 나질 않았다고 한다.


  ‘음식’에 대한 고찰을 지난날 해왔다는 공통점을 발견하고 나서 우리는 진짜 먹고 싶은 것들을 의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음식을 먹고 싶은 욕구가 채워지고 나서 내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까지가 식사라는 것을 인지한 경험을 공유했다.


day2
‘한림칼국수’-보말칼국수, 보말죽

두 번째 날 아침 메뉴로 결정한 것은 고소한 보말죽과 보말 국수였다. 한림 칼국수는 제주도에서 프랜차이즈화 된 음식점으로 여러 지점이 있다. 이 가게의 특징은 보말 칼국수에 매생이를 넣어 고소함과 바다향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진한 국물 맛에 제주도가 입 안에 춤추는 기분이었달까. 아, 이곳은 마늘향이 나는 김치가 일품이므로 꼭 같이 드시길!




제주도에서 먹었던 후식들은 제주도 스타벅스에만 있다는 ‘쑥떡크림 프라푸치노’ 그리고 ‘오설록 녹차 세작과 아이스크림’이다. ‘쑥떡 크림프라푸치노’는 정말 쑥떡이 말캉말캉하게 씹혀서 음료를 먹는 내내 심심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두유로 베이스를 바꾸면

그 고소함이 두배가 된다! 그리고 오설록에 가면 대다수가 녹차 아이스크림과 크림 종류를 먹곤 하는데, 세작을 마셔보길 추천한다. 기본이 제일이다라는 여느 말처럼 오설록 녹차는 ‘녹차’가 제일 맛있다. 

한여름이었지만 에어컨 바람을 쐬며 마시는 따땃한 녹차는 입 안을 개운하게 헹구어준다.


좌-이름 모를 물회집, 우-‘쯔루네’ 2인 세트


저 맛깔스러운 물회에는 기분 좋은 합격의 기운이 가득 담겨있다. 날이 생각보다 더워서 더위를 피할 겸 찾아간 물회집에서 친구는 준비했던 면접의 합격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네,네! 감사합니다."

(0.0)

"나 합격이래!"
"이건 내가 쏜다!”




마치 내가 합격의 일등 공신인 것처럼 기분 좋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유독 저 전복들과, 멍게, 새우들이 상큼하게 느껴졌던 건 기분 탓도 있겠지?


기분 좋은 합격 후 드라이브를 즐기다 보니 출출해진 우리가 찾은 곳은 어느 마을 회관 앞에 있던 ‘쯔루네’였다. 잘 보면 지금까지 한 식사 중 유일하게 육류가 들어간 식사였는데, 이맘때쯤 우리는 플렉시 테리언에 대한 이야기를 더 나누었다.


제약 없이 식사를 하던 사람이 급하게 식습관을 바꾸려 들면 탈이 나기 마련이다.  (내가 그러했다.)

플렉시테리언은 ‘Flexible’과 ‘Vegetarian’의 합성어로 가장 낮은 단계의 채식 습관을 지닌 사람이라고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정의 내리고 있다.친구도 자신이 지금껏 채식을 지향할 수 있었던 것에는 이런 융통성이 한 몫했다고 한다. 회식이나, 약속이 있을 경우 죄책감을 가지지 않고 즐겁게 식사하되, 혼자서 식사를 할 때는 채식 위주의 식단을 유지하려 노력하다고 한다. 조금씩 지향하는 식재료로 몸이 적응해 나가게 두고 그에 따른 긍정적 영향을 몸으로 느끼는 과도기를 지나면 자연스레 습관으로 자리를 잡는다는 것이다. 이 대화에서 나는 한때 내가 겪었던 식이장애의 원인들도 다시금 찾아냈다. 지나치게 완벽하려던 욕심들이 나의 식사의 방향성을 잃게 했다.


방향이 옳다면

속도쯤이야 까짓거 뭐어때?


지난날 나는 변화의 속도에 적응할 시간도 주질 않고 더 빠르기만 바라지는 않았을까? 이번에는 내가 적응할 시간을 줘야겠다. “반드시 ~해야 한다.”가 아니라 “기왕이면 ~해보는 것은 어떨까?”로 나의 변화의 속도에 내가 길을 잃지 않길 바라본다.



day3
좌-‘그루브’에서 브런치 세트 A,B’, 우-‘제주 동문시장’ 황게튀김


마지막 날 했던 식사에서 인상 깊은 식사로는 ‘그루브’에서의 브런치 세트와 야식으로 먹었던 황게 튀김이 있다. 제주도에서 이색 체험을 해보고 싶다면 ‘카페 그루브’의 주말마다 진행되는 요가 수업과 필라테스 수업을 추천한다. 여행이지만 건강도 챙겼다는 뿌듯함에 더 알찬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우리는 필라테스 수업을 체험했고, 세트로 나온 그릭 요거트와 브런치 세트는 체험비 55,000원에 포함된 것 치고 구성이 좋았다. 와플이 좀 더 바삭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야식으로 먹은 황게 튀김은 짭잘해서 맥주 안주로 제격이다. 치즈맛 달콤한 맛 반반을 선택했고 개인적으로 달콤한 양념 맛이 좀 더 감칠맛있게 황게와 어우러졌다.


day4

마지막 날 아침 식사로는 어제 야시장에서 사 온

오메기떡과 두유를 먹었다. 흑임자 맛과 팥맛을 먹었는데, 덜 달아서 본연의 맛이 느껴졌다. 달달이 아닌 달큰한 재료들의 맛을 느끼며 고소한 두유와도 조합이 좋았다. 생각해보면 이번 여행에서 우리가 실천한 것이 플렉시테리안이 아닌가! 나의 식사의 식재료들을 다시금 바라볼 기회를 열어준 소중한 여행이었기에 이번 여행은 더욱 뜻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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