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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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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ymymeyou us Aug 19. 2022

방 좀 치우고 살아라는 말은 제대로 살라는 말이었다.

내가 사는 환경은 내가 바꿀 수 있다.

“으이구 방 좀 치우고 살아라!”
  

엄마에게 늘 듣던 잔소리였다. 부끄럽게도 나는 방을 잘 정리하는 편에 속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일단 옷을 벗으면 마치 뱀이 허물을 벗어놓은 것마냥 몸만 빠져나오곤 했다. 그렇게 일주일을 살다보면 옷 무덤이 만들어진다. 옷 무덤 주변에는 자연스레 잡동사니가 쌓인다. 잡동사니가 잔뜩 쌓여있는 방에서는 왠지 더 게으름을 피우고 더 도태되고 싶어진다. 요즘 개인시간이 많아지면서 부쩍 방에 있는 일이 늘어났다. 주변을 둘러보니 현타가 왔다. 내가 나를 아껴줘야 겠다는 마음을 먹은 어느날 그 첫걸음은 방치우기부터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날은 한여름이었지만 지금 당장 해내지 않으면 앞으로 영영 주저앉아 있을 것만 같은 조바심에 바로 몸을 움직였다.

  제일 먼저, 계절이 바뀐 만큼 겨울옷은 오른쪽 장롱에 몰아넣고, 여름옷은 새로 꺼내 개어 놓았다. 내 방은 양 쪽으로 장롱이 두 개가 있는데, 자주여는 왼쪽 장롱에는 현재 계절의 옷들을, 닫아놓는 오른쪽 장롱에는 겨울옷들을 정리했다. 운동복과 속옷도 분리해서 이번에는 운동복을 3단 서랍장에 상의 하의를 구분해서 정리했다. 바닥에는 물건이 떨어져 있지 않도록 모두 서랍장에 분류별로 정리했다. 오후에 땀을 뻘뻘 흘리며 정리를 마치고 엄마의 퇴근 시간에 맞추어 바뀐 방을 보여주었다.


“애좀 썼겠는데, 수고했다.”

  

방정리의 긍정적 연쇄작용은 지금까지 잘 유지되고 있다. 잘 정리된 운동복들을 보면 운동이 하고 싶어졌고, 30회 등록했던 필라테스 수업도 이제 15회 가량 남았다. 필라테스를 하다보니 자연스레 올라온 체력 덕분에 이렇게 글도 맑은 정신으로 쓸 수 있게 되었다. 최근에는 내 내면을 가꾸고 싶어져 새벽요가도 시작했다. 오전 6시 50분에 시작하는 새벽요가는 기상 시간을 맞추지 못해 지금까지 포기했었는데 현재 일주일째 출근 도장을 찍었다. 잘 다스려진 내면으로 이번엔 어떤 긍정적인 연쇄작용이 일어날까? 9월 부터는 배우고 싶은 것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엄마의 방 좀 치우고 살라는 말은 결국 나를 일으켜 제대로 살아보라는 말이었다. 일으켜 세운 너의 뒤에는 자신이 있어줄 터이니 너는 일단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치우고 너의 세계를 만들어 가라는 뜻이 아니었을까 내 멋대로 해석해본다.


내가 사는 환경은 내가 바꿀 수 있다. 정돈된 방, 정갈한 식사, 깔끔한 매무새는 내가 결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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