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할만한 것‘만’
과거를 뜯어보는 게 아니라 그냥 더 좋은걸 많이 채우기.
지나간 과거를 마구 이리저리 뜯어본다 해서 일어난 일들이 없던 일이 되는 것도 아니며 정신건강에도 해롭다. 물론 저절로 떠오르는 감정들을 억압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자연스레 흙탕물처럼 뒤엉킨 감정들에 맑은 물을 부어 그 흙탕물에 자갈이 있었는지 모래가 있었는지를 비로소 바라보라는 것이다.
회사에서 그냥 이유 없이 눈물이 나고(어쩌면 이유가 있었을지도) 어쩔 땐 퇴근을 해서도 울었다. 이대론 안 되겠다 한계다 하며 버텨낸 게 약 한 달 전이다. 그래서 그날부터는 진짜 내가 좋아할만한 것‘만’해봤다. 가령 싫어하는 사람은 안 보기, 좋아하는 사람이랑 괜히 약속 잡기, 훌쩍 떠나 요가하기, 커피 마시기, 책 읽기, 멍 때리기, 반신욕 하기 등등이다. 그러다 방금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 달 전 일들을 떠올렸다. 엄청 아득한 과거를 떠올리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런 일이 있었나 보다. 그랬구나. 집에 가서 저녁에 뭐 먹지?
아 나의 흙탕물이 나도 모르게 정화됐나 보다.
아니 사실은 내 끈질긴 노력 끝에 드디어 정화됐다.
코끝이 찡했다. 이제 맛있는 저녁 한상을 차려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