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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달토끼 Mar 30. 2024

꼬마 장화야 달려!

너의 걸음마를 응원해

"새 운동화 사줘!"

"그래, 사줄게. 늦었으니 오늘은 이 신발 얼른 신자."


순간 어린이집 등원이 급해서 몰랐다.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혼자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 보니, 그 한마디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생각되었다.



 우리 아기 은총이는 다른 친구들보다 늦게 걷기 시작했다.


"언젠가는 다 걷잖아. 겁이 많아서 그런가 봐."


 주변 사람들이 물어보면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하지만 매일 마음조리며 빨리 걷게 해달라고 남모르게 기도하던 때가 생각난다.


"우리 은총이에게 걷는 두려움을 물리쳐주세요."


 그리고 15개월 3일.

 드디어 혼자 두 발로 걷기 시작했다.


"두 걸음 혼자 걸어오길래 뒷걸음질 치니 중심 잡고 서다가 앞으로 네 걸음 더 걸었다. 여섯 걸음을 혼자 걸은 건 처음이다. 하루종일 걷기 연습하는 건지 내 손 잡고 돌아다녀서 다리에 알 배긴다."


 지난 내 일기장을 들춰보았다. 보기에는 귀찮은 듯 적었지만 분명 기쁨이 넘쳤다. 첫 몇 걸음을 디딜 때의 감동을 표현할 수 없어 안타까울 뿐이다. 밀려오는 안도감에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 후로도 조금씩 대근육발달이 느린 우리 아기. 이제 와서 편하게 말하지만 뛰는 것도, 점프하는 것도 오래 기다렸다. 엄마, 아빠가 모두 겁이 많은데, 은총이는 그 두 배의 겁을 물려받았나 보다. 뭐든지 첫 발 떼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래봤자 이제 고작 30개월. 나에게는 너무도 작은 아기이다. 오래 무언가를 기다렸다고 말하기엔 앞으로 아기를 위해 기다릴 날들이 너무 길다. 그러고 보니 완전히 독립할 때까지 족히 30년은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이 무게감을 느끼게 한다.



 은총이가 어제 이야기를 계속한다.

"어제 우리가 장화 신고 첨벙첨벙했지."

우산을 쓰고 우비를 입고 장화를 신었던 경험이 꽤 즐거웠나 보다.


 몇 주전에 장화를 사놓고, 집에서 한 걸음씩 장화 신고 걷기를 연습했었다. 그 몇 주 동안 비 오는 날이면 나가고 싶어서 장화를 신고 창문에 붙어 있었다. 그리고 어제 드디어 밖에서 엄마와 비 오는 길을 장화 신고 달려봤던 것이다.

 발목까지 오는 장화를 신고 걷는 것이 처음에는 물론 어려웠다. 한 걸음 걷다가 넘어지고, 두 걸음 걷다가 뒹굴었다. 하지만 천천히 한 걸음씩 함께 연습하니 달릴 수 있게 되었다.



 은총이가 앞으로 빠르게 나아갈지 느리게 나아갈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함께라면 무엇이든 언젠가 목표지점에 닿게 되겠지. 오늘도 은총이는 자신만의 속도로 앞으로 향해 가고 있다. 그리고 나도 옆에서 함께 달린다.

"꼬마 장화야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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