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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달토끼 Apr 07. 2024

레츠고! 기저귀 차고 사회 속으로!

우당탕탕 어린이집 적응기




"엄마 보고 싶어!"

 며칠 동안 밤새 같은 소리를 계속 지르며 울어댔다. 야경증이 찾아온 건가 싶었다.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자기 시작하고 생긴 일이었다. 그동안 엄마랑 떨어져서 자본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혼자 자는 것이 힘들었나 보다. 낮잠시간에 한 시간을 소리도 못 내고 흐느껴 울었다고 전해 들었다.

"낮잠 어린이집에서 안 자면 어때, 잠은 집에서 자자!"

은총이는 낮잠을 집에서 재우기로 한 후로 안정을 되찾았다. 하지만 가끔 서운하게도 은총이는 엄마가 어린이집에서 못 자게 해서 못 자고 온다고 말했다.

 요즘 은총이는 집에 친구를 데려오고 싶어 한다. 그런데 친구들과 같은 시간에 하원해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안정은 되찾았는데, 친구에 대한 갈구가 심해졌다. 밤마다 자기 전에 친구놀이를 하자고 하며 상황극을 한다. 어린이집에서 친구와 놀고 싶었던 대로 나에게 연습 삼아 말을 건다.

"친구야, 너는 몇 동에 살아? 우리 집에 가서 같이 놀자."
"친구야, 너네 집에 책 많아? 소개해줄래?"


 친구와 만족스럽게 놀고 오지 못한 것을 속상해하는 마음이 보인다. 그렇게 좋아하던 잠자리 독서시간이 연극시간으로 바뀌었다. 책을 같이 읽을 때면 어느새 그림책의 내용마저 친구와 노는 이야기로 바뀐다. 은총이에게는 모든 그림책 속 아기들이 친구들로 보이나 보다.

하지만 나는 도와줄 방법을 몰라 안타까웠다. 그러던 와중에 엊그제 하원시키러 갔더니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신나는 등원 길, by 글짓는 달토끼







"이따가 전화드려도 될까요?"

가슴이 철렁했다. 이렇게 한 문제가 해결됐나 싶게 다른 문제들이 찾아온다. 은총이 어린이집 담임선생님의 전화를 받고는 많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쉽게 잠에 들지 못했다.

선생님의 전화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1. 아직도 은총이는 아이들 주변에서 관찰만 하는 경향이 있다.
2. 선생님께 아이들에 대한 정보를 많이 물어본다. 친구들에게 관심이 넘치게 많다.
3. 오늘은 몸으로 노는 남자친구들을 관찰하더니 그걸 따라 하려고 했다.
4. 3시 반 아이들 하원시간에 놀이터에 나가서 놀아보면 좋을 것 같다.
5. 빨리 친구 사귀는 법을 알려주어야 할 것 같다.

 집에서 매일같이 친구에게 할 말을 연습해 가더니, 한마디도 전하지 못했나 보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우리 아이가 그 한 달 동안 이방인처럼 헤매고 있었다니. 가슴이 아팠다.

일찍 하원을 하다 보니 놀이터에 나가 노는 시간이 다른 게 큰 영향이었나 싶었다. 핑계라면 은총이의  낮잠 시작시간이 다른 아이들 하원시간과 같다는 것. 하지만 그날은 작전을 변경했다.

1. 먼저, "대발이 유치원" 유튜브 동영상 한 개를 보여주며 교육시켰다.
2. 낮잠 패스! 무조건 세시 반에 놀이터로 향한다.
2. 아이들이 좋아하는 비눗방울도 준비했다.





'오늘은 친구와 말을 꼭 시켜봐야지!'

 역시 친구들은 은총이가 들고 있는 비눗방울 총에 홀린 듯 모여들기 시작했다. 은총이는 자신감을 얻어 같은 반 지한이에게 비눗방울을 빌려주고 싶다며 말을 먼저 걸었다. 그리고 나도 지한이 엄마와 언젠가 각자 집에 놀러 가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그 둘은 한동안 같이 다니며 잘 놀았다.

 은총이는 그렇게 한마디 말을 건네보고는 신이 나서 집에 오자마자 춤을 추었다. 나는 은총이에게 내일은 친구에게 "같이 놀자!"를 말해보라고 권했다. 내일은 친구와 원 없이 놀고 와보기를 바라본다.

 이렇게 은총이는 하나씩 배워나간다. 은총이는 이제 31개월, 어린이집에 다닌 지 딱 한 달 되었다. 그 한 달 동안 은총이는 빠른 속도로 많은 것을 배워왔다.

1. 인사를 쑥스러워 안 하던 아이가 동네 어른들에게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2.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 끝까지 조르던 모습이 줄어들고, 인내를 배우기 시작했다.
3. 매일 뭔가를 사달라고 서슴없이 말하던 은총이에게 장난감을 사주니 필요한 것만 사라고 나를 타일렀다.
4. 밥을 혼자 먹어보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다.
5. 친한 친구를 사귀고 싶어 무지 애쓴다.

이렇게 사회화라는 것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은총이가 오늘은 친구들과 좀 친해졌는지 선생님께,
"다음에는 선생님이랑 친구들이랑 자고갈게요."
라고 몇 번이나 말했단다.
 어젯밤에 나와 친구놀이 상황극을 하며,
"친구야, 엄마가 보고 싶어도 참고 자고가."
라고 나에게 반복해서 말했던 것이 기억난다. 친구를 사귀고 싶어서 엄마가 보고 싶어도 참고 자고 와보겠다는 것이다. 은총이가 그렇게 마음을 정했나 보다.

그래, 다시 어린이집에서 낮잠 자기 도전이다.
은총이가 이렇게 노력하는데 그 용기를 응원해 줘야지.
 엄마의 노력이 부족했구나 싶어 마음이 안 좋다. 엄마도 낯을 많이 가리는 스타일이니, 날 닮은 어린 은총이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런데 아가야,
다음 달엔 우리 기저귀부터 좀 떼볼까?






 은총이는 계란 알레르기가 심해서 1년 전 1세 반 어린이집 입학을 포기했다. 그리고 1년 동안의 노력과 자연치유로 계란알레르기반응이 없어지게 돼서 올해 3월 어린이집에 2세 반부터 다니기 시작했다. 36개월 이전에 기관에 보내는 것을 반대하는 의사들이 많이 있다. 나는 그 말이 떠올라 등원시킬 때마다 아이가 울면 너무도 미안했다. 그러나 기관에 다니며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예상외로 많이 있었다.

 우리의 경우에는 오히려 다른 친구들과 시작하는 시기가 달라 힘든 일이 생겼다. 다른 엄마들은 이런 점을 고려해서 어린이집을 1세 반부터 시작하는 것도 생각해 봤으면 한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생각보다 잘 적응하고, 빨리 배워나간다. 믿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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