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고 싶은 어른에게는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있다. 타인을 보배롭게 대접함은 물론이고 스스로를 존중한다. 어느 날 나의 지향점을 적확하게 지닌 할머니를 보고 놀랐다. 자신을 포함해 주변 모든 것을 귀하게 대접하는 모습. 오래도록 함께한 물건을 어떤 것보다 소중히 대하는 태도. 그 순간 할머니의 고정관념이 와장창 깨졌다. 내게 나이가 든다는 건 미워진다는 뜻이라 노화는 곧 두려움이었는데, 나의 노년이 이런 모습이라면 늙는 게 더 이상 무섭지 않았다. 그때부터 장래 희망은 '귀여운 할머니 되기'로 정했다.
스스로를 소중하게 여기는 건 쉽게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일이다. 이기적인 건 나쁜 거라는 가르침 아래서 자신을 철저히 후순위로 내려놓았다. 자기희생이 절대적으로 옳은 가치라 여겼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희생이란 자신을 견고히 한 뒤에 붙는 추가 옵션이어야 내게도 상대에게도 의미가 있다. 나를 1등으로 여기자는 다짐은 그 방법을 모르는 서투름으로 머뭇거리다, 고작 인생 8개월 차인 조카를 돌보며 힌트를 얻는다. 새하얀 도화지 같은 아이의 깨끗함이 오래 지속될 수 있도록 애지중지하는 마음을 베풀면 된다. 건강한 음식을 먹이고, 예쁜 옷을 입히고, 이로운 경험을 하도록 돕는 것. 귀하게 여기는 마음은 그런 것이다.
돌봄은 시간이 갈수록 태가 난다. 천천히 쌓여 지혜로 발현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처음으로 노년의 나를 긍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