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클래식을 찾아서
자꾸 미루는 내가 꼴 보기 싫다는 고민을 털어놓자 하기 싫은 일을 미루지 않는 팁을 얻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5분만, 좋아하는 것과 함께 하기 싫은 일을 해 보라는 것. 15분만 하자고 마음을 먹고 시작하면 '하기 싫다'라는 생각이 사라져 있을 거라고. 이를테면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꾸역꾸역 15분만 해 보는 거다. 선호 순위의 상위권을 차지하는 곡은 이내 음악에 마음을 뺏겨버리니까, 일부러 귀에 익지 않은 새로운 앨범을 골라잡고 맘속에서 가장 구석에 미뤄둔 일을 꺼낸다. 취미 클래식 덕후는 방대한 클래식 세계에서 헤엄칠 때 제일 신나는 통에 신보를 고르는 일마저 즐겁다.
분명 생경한 플레이리스트를 골랐는데 갑자기 익숙한 음악이 흐른다. 머리털이 쭈뼛 선다. 잘 아는 곡이라고 심장이 반응하는 건가. 이거 뭐지, 분명 어딘가에서 들었는데 어디였지, 한참을 골몰한다. 꽤 오래도록 익숙함의 출처를 찾아도 쉬이 떠오르지 않는다. 몇 날 며칠이나 되었을까. 드디어 알아냈다. 영어 듣기 평가! 수능 영어 듣기 평가에서 흐르던 배경음악이다. 제목부터 멜로디까지 분명 아름다운 곡인데 대한민국의 몇십만 수험생에겐 듣자마자 자동으로 긴장하게 만든 선율이다.
친구와 이 웃기고도 슬픈 일화를 나누다 영어 듣기 평가에 진짜 삽입된 버전을 찾아냈다. 맞아, 이거야. 미림바로 연주된 '아름다운 로즈마린'을 들으니 가슴이 벌렁거린다. 이 덕택에 오랜만에 친구와 한참을 웃었다. 일상 속 익숙한 음악을 발견하는 건 취미 클래식 덕후의 소소한 재미다.
https://youtu.be/vT4nJYykAS0
주의 : 클릭하자마자 수능 시험장에 앉아있는 느낌 들 수 있음
https://youtu.be/OkgOCE6aNFA
여러 연주를 들어봤는데 김봄소리 연주가 제일 로맨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