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한 최대한 데드라인이 될 때까지 업무를 미루던 건 완벽하게 잘 해내고 싶기 때문이었다. 잘 못하고 부족한 자신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답답한 나머지 채찍을 든다. 그르친 건 하나도 없는데 마치 단죄하듯 호되게 맞는 게 고통스러웠다. 스스로를 책망하는 그 마음이 두려워 피하고 있던 셈이다. 어찌어찌 기한 내에 완성을 하긴 했지만 보완할 것 투성이라는 사실은 달갑지 않다. 미흡했던 부분을 다시 보아야 한다는 건 계속 속상함을 상기해야 한다는 점과 같은 말이다.
백상예술대상 중 한 꼭지의 최고의 상을 받음으로써 코미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다는 점에 인정을 받았다는 사실은 정말 감사한 일이지만, 그 시기가 너무 빨랐다고 아쉬워하는 이들의 관점이 새롭게 다가왔다. 나와는 정 반대로 과정을 하나하나 즐기고 곱씹는 모습. 잘 나가던 <한사랑산악회>, <05학번이즈백>과 같은 코너를 뒤로 하고 <피식 쇼>를 처음 시작했을 때, '원래 하던 거 해라'. '제발 그만해', '왜 이러는 거야?'라는 우려와 반응에도 불구하고 걸어가는 방향을 우직하게 고집하고 그 길을 흥겹게 누린다.
사실 지독하게 피해 다닌 슬픈 감정을 인정하는 과정 속에는 내가 꼭 배워야 하는 요소들이 있었다.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는 게 가장 위험한 상태고, 그렇지 않기 위해 경계하자고 매번 다짐함에도 이번 업무를 직면하면서 처음으로 프로듀서의 본질에 가까운 정의를 깨우칠 수 있었다. 나는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몰랐지만, 선배의 눈에는 잘 모르고 헤매는 내가 보였던 건 하늘에 감사할 일이다. 후배의 구멍을 발견하고 메워주고자 조언과 도움을 아끼지 않는 선배의 날카로움과 다정함을 통해 난 참 복 받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정을 정답고 알뜰하게 즐기기. 그 과정에서 깨우치는 배움을 즐겁게 받아먹어 보자.
<백상예술대상> 예능 작품상 받고 뭐 달라지던? 세상이 조금 달라지는 게 있었어?
- 세상이 달라진 건 없었던 것 같아요.
- 근데 저희는 솔직하게 상 받은 건 너무 감사한데, 언더독일 때만 가질 수 있는 그 느낌, "쟤네 더 잘 됐으면 좋겠다". 그 느낌을 마음껏 누리기도 전에 상을 너무 빨리 받은 것 아닐까 하고 생각했어요. 우리는 더 고생하고 싶은데. 상을 받고 나니까 사람들이 보는 시선이 "정말 응원하고 있어요"가 아니고 "축하해요"가 되어 버리더라고요. 우리는 더 공격적으로 하고 싶지만 이제 코미디를 하는 데 제약이 생기겠다. 무기 하나를 뺏겨서 더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느낌이에요.
youtube 요정재형 | 피식대학 김민수, 이용주 그리고 정재형과 요정재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