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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노노 Aug 17. 2024

잠 못 이루는 새벽

깜깜한 새벽. 새벽이라 칭하기엔 한밤중에 좀 더 가까운 시간. 잘 자다가 별안간 눈이 뜨였다. 열어 놓은 창문 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빗소리가 사납다. 다시 잠들지 못한 건 잡아먹을 듯 내리는 비에 대한 경계심이었을까. 있는 힘껏 가시를 세운다 한들 폭우를 물리칠 재간은 없으니 천재지변이라 하는 걸 테지만, 큰 피해라도 있을까 촉각을 곤두세운다. 인력(人力)으로 세상 만물을 움직일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얼마나 오만한지. 오늘처럼 거대한 자연 앞에 한낱 미물이라는 현실을 마주하면 흘려보내지 못하고 가슴에 붙들어둔 고민들이 무용해서 초라해진다. 소극적이라 해서 무력한 건 아니다. 순풍이 나아가는 배를 도와주듯, 그렇게 자연의 흐름에 몸을 맡긴다. 어느 지점에 흘러 흘러 닿더라도 분명 기쁠 거라 상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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