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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컴퍼니 Nov 06. 2017

너... 살아있었어... 유용한 건 여전하구나...

지지직 / 다이모 라벨기 핸디라벨 1880

"이거 나만 질렀어?" 그렇습니다. 직장인은 종종 접신을 합니다. 바로 지름신을 영접하는 것인데요. 지름신을 영접하게 되면 언제나 지름 지름 앓습니다. 신병은 신내림을 받으면 낫는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지름병은 불치병입니다. '쇼핑'이라는 미봉책이 있기는 합니다. 지름 지름 앓다가 지르면 일시적으로 증상이 완화됩니다. 하지만 다시 또 다른 무언가를 지르고 싶어 지죠. 병입니다. 정 안 되면 참새가 방앗간 찾듯 다이소라도 찾아들어가 1천 원짜리를 흩날리며 부자가 된 기분으로 나오는 게 직장인의 섭리. 잼 중의 잼은 탕진잼 아닙니까. 그렇게 하루하루 지름 지름 앓는 직장인이 쓰는 지름 투병기를 빙자한 쇼핑 제품 리뷰입니다.




아 대박. 어릴 적 쓰던 다이모 라벨 메이커. 아직도 나오고 있었구나. 살아있었어. 내가 미처 몰랐다. 갑자기 집 정리를 하면서 좀 더 진보한(=디자인이 좀 더 예쁜) 라벨을 만들어 주는 라벨 메이커가 있는지 찾고 있었는데 여전히 대세는 다이모였다. 가왕 조용필 문화대통령 서태지 급으로 오랫동안 집권 중이잖아요? 그렇게 집어온 다이모 라벨기 핸디라벨 1880 리뷰.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다? 그런데 정말 헬멧에도 저렇게 라벨을 붙이는 거야...?

꽃분홍 말고 다른 색을 원했지만, 밤무대 복장 뺨치는 반짝이가 없는 모델을 원했지만, 불행히도 이 매장에서 내게 그런 선택의 폭은 주어지지 않았다.

다이모 테이프를 넣고 이렇게 남은 치약이나 소스 쥐어짜듯 꾹 눌러주면 글씨가 찍힌다. 생각보다 힘을 더 줘야 선명하게 글씨가 찍히는데 그런 부분이 개선되지 않은 것까지 여전하다. 못해도 몇 년 전에 처음 다이모 라벨 메이커를 사서 썼던 것 같은데 정말 달라진 게 없네.

아 달라진 점도 있긴 하다. 예전에도 이 모델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이렇게 돌려서 분해하면...

돌려 돌려 돌림판을 바꿔 끼울 수 있다. 교체형 다이모. 자꾸 다이모를 쓰다 보니 다이소라고 쓴다. 올라가서 또 다이소라고 쓴 게 없나 체크하고 내려왔다. 그런데도 또 다이소라고 썼으면 댓글로 알려달라. 영어 필기체와 한글 휠을 바꿔 끼울 수 있는데 일단 내가 간 매장에는 그 다른 종류의 휠을 팔지도 않았을뿐더러 남들이 찍어놓은 라벨을 보니 썩 예쁜 것 같지가 않아서 영어 알파벳 휠에 만족하기로 했다.

처음 사니까 사은품으로 준 라벨은 재고 처리용이었는지 너무나 안 예뻐서 다이모 핸디라벨 1880 사면서 같이 산 리필 테이프. 검은색이다. 투명한 걸 사고 싶었는데 내가 간 매장에 투명한 리필 테이프가 없었다. 대체 있는 게 뭐야.

예전에 쓰던 다이모 제품은 본체에 테이프를 넣어놓고 쓰는 방식이라 훨씬 제품 자체가 퉁퉁했는데 얘는 바로바로 꽂아서 쓰면 되니 한층 슬림하다. 그리고 나는 이 방식이 더 편하다. 테이프 색을 자주 바꾸기도 했었기에. 라벨 만드는 방법이야 뻔하다. 이렇게 테이프를 밀어 넣고...

또! 각! 또! 각! 아! 이! 고! 손! 아! 파!

마지막에는 가위 부분에 휠을 맞추고 세게! 누르면 이렇게 잘려 나온다.

잘못하면 이렇게 되니 주의하자.

잘못하면 이렇게 되니 주의하자. (2)

이렇게 찍어낸 후 내 손은 멸망했다. 아 진짜 손 아파... 이래서 좀 힘 덜 쓰고도 예쁘게 라벨 뽑히는 기계 있으면 기필코 사려고 했던 건데...

아직 테이프는 한참 남았다. 오랫동안 쓸 수 있겠다. 그런데 문제는 집에 이제 더 라벨 붙일 제품이 없는데...? 물컵에라도 CUP이라고 써 붙여야 하나...?

이렇게 정리하려고 그렇게 열심히 노동했나 보다.

깔끔한 척~ 이 구역의 정리왕인 척~ 집안일 잘하는 척~

심플한 척~ 미니멀 라이프 지향하는 척~ 호텔 디스플레이인 척~


라벨 찍느라 손이 너무 아파서 후기는 이쯤에서 끝낸다. 다이모는 여전히 라벨 메이커계의 가성비 최고 강자다. 더 비싼 라벨 메이커는 가격대도 높고 그렇다고 다이모 라벨보다 더 예쁘게 나오지도 않는다. 왜 아무도 라벨 만드는 기계에 신경을 써주지 않는 것이죠?! 프로 지름러에게는 좋은 라벨 기계가 필요하다고요!



글&사진 조랭이 / 지름 지름 앓는 직장인(일명 지지직) 운영자이자 보기 좋은 회사가 다니기도 힘들다의 주인공. 이 시대 직장인답게 언제나 지름 지름 앓고 있다. 오래 앓다가 한 순간에 훅 지르고 한동안 써본다. 10분 동안 사진 찍고 20분 동안 글 써서 3분 안에 소화되는 리뷰를 지향하고 있다. kooocompan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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