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직 / 페리페라 잉크 틴트
"이거 나만 질렀어?" 그렇습니다. 직장인은 종종 접신을 합니다. 바로 지름신을 영접하는 것인데요. 지름신을 영접하게 되면 언제나 지름 지름 앓습니다. 신병은 신내림을 받으면 낫는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지름병은 불치병입니다. '쇼핑'이라는 미봉책이 있기는 합니다. 지름 지름 앓다가 지르면 일시적으로 증상이 완화됩니다. 하지만 다시 또 다른 무언가를 지르고 싶어 지죠. 병입니다. 정 안 되면 참새가 방앗간 찾듯 다이소라도 찾아들어가 1천 원짜리를 흩날리며 부자가 된 기분으로 나오는 게 직장인의 섭리. 잼 중의 잼은 탕진잼 아닙니까. 그렇게 하루하루 지름 지름 앓는 직장인이 쓰는 지름 투병기를 빙자한 쇼핑 제품 리뷰입니다.
‘남자 친구랑 키스하고도 지워지지 않는 립 제품이 없을까?’ 여성 유저가 많이 상주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 보면 이 질문이 꽤 스테디 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거의 꾸준글이다. 분기마다 올라오고, 그때마다 핫하고, 댓글도 많이 달리고, 드립도 터진다. 그런데 근래 이 질문에 공통으로 답이 달리는 제품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페리페라 틴트. 왼쪽은 페리페라 잉크틴트 심쿵주의, 오른쪽은 페리페라 벨벳틴트 심쿵유발이다. 이렇게 사 오고 보니 그냥 흔한 심쿵 성애자 같네.
말 그대로 잉크병처럼 생겼다. 페리페라 잉크틴트는 나온 지 꽤 된 제품이지만 외관 때문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저 캐릭터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기도 했다. 광고만 봐도 타깃이 너무나 어린 층을 겨냥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일단 한 번 써 보자. 페리페라 잉크틴트를 안 써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써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 단호박이냐고. 내가 그렇기 때문이다.
일단 써 보자. 틴트 팁 부분은 이렇게 생겼다. 케이스가 불투명해서 안에 얼마나 남았는지 볼 수 없는 것은 아쉽다. 그리고 케이스 컬러와 틴트 실제 색상이 일치하지 않아서 쓸 때 조금 불편하다. 실제로 오랜만에 새로운 페리페라 제품을 케이스만 보고 다른 제품인 줄 알고 샀는데 나중에 집에 와서 보니 있던 제품이라 당황했던 적도 있다. 바보라서 그런 게 결코 아니다!
페리페라는 사실 괜찮은 제품력에 비해 많이 알려진 브랜드는 아니다. 과거 같은 브랜드의 립스틱을 쓰면서도 ‘이 정도의 발색을 보여주는 로드샵 브랜드가 이 정도로 알려지지 않았다니’라며 놀라기도 했다. 그리곤 여느 뷰티 마니아처럼 딜레마에 빠졌다. 너무 많이 알려져서 모두가 쓰는 국민 아이템이 되는 건 싫지만, 그렇다고 나만 쓰다가 단종되어 버리거나 브랜드가 망하는 것 또한 싫었다. 유통기한이 한정된 립 제품을 여러 개씩 쟁일 수도 없고. 그렇게 어쩌다 보니(?) 가장 처음 나온 잉크틴트부터 벨벳틴트까지 다 써보았는데 공통점이 있다면 물 세안으로는 안 지워진다는 것이다. 괜히 세게 비비면 조커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반드시 클렌징 오일이나 클렌징 워터가 있어야 한다. 지속력을 시험해 보고자 일부러 입술 가득 바른 채 설렁탕과 돼지국밥, 찜닭 등 기름지고 국물이 많은 음식을 먹어보았는데, 입술 안쪽을 제외하면 다른 부분은 처음 발랐던 그대로 남아 있었다. 나는 샌드위치를 먹을 때 화장을 하는 일이 없어(?) 잘 몰랐으나 많은 여자들이 음식을 베어 먹다가 식빵에 립스틱을 묻혀 불편해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이 제품은 그럴 걱정이 없다. 안 지워지니까.
이 제품과 유사한 지속력을 보여줬던 제품을 찾아보자면 수년 전 구입했던 클리오의 립니큐어가 떠오른다. 립스틱에 매니큐어를 더한 이름처럼 지속력은 끝장이었으나, 입술의 건조함도 끝장인 것이 단점이었다. 그래서 아쉽지만 몇 차례 쓰고 봉인했다. 페리페라 잉크틴트는 건조하지도 않고, 요플레 현상도 생기지 않아 매우 만족스러웠다. 발색이 다채로운 것도 장점이다. 많은 립 제품이 오렌지빛이나 귤빛을 내는 척하다가 기승전핑크로 끝나는 것과 달리 이 제품은 버건디면 버건디, 오렌지면 오렌지로 확실한 색감을 보여준다. 너무 확실해서 과하다고 느껴질 수는 있어도 최소한 오렌지인 줄 알았는데 힝 속았지 사실은 핑크지롱은 아니라는 것이다.
페리페라 페리스 잉크 3호 심쿵주의(위쪽)와 페리스 잉크 더 벨벳 2호 심쿵유발. 위는 플래시 없이, 아래는 플래시를 터뜨려 찍은 사진이다. 수정 화장을 잘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너무나 편하고 좋은 제품임을 부정할 수 없다. 여름에는 촉촉하게 마무리되는 잉크촉촉틴트를, 가을 겨울에 차분하게 입술 화장을 마무리하고 싶다면 벨벳틴트를 추천한다. 틴트마다 케이스 디자인과 애플리케이터가 조금씩 다르니 테스트는 필수. 옷에 묻으면 절대 안 지워진다, 절대. 하다못해 잘못 발라서 앞니에 묻었을 때도 바로 지우지 않으면 강제 앞니 문신이 생기니 주의해야 한다. 많은 뷰티 블로거들이 이 제품군의 입술 발색을 하루 안에 마치지 못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이제 제일 중요한 처음 질문에 대한 답. 이걸 바른 채 키스하고도 과연 입술색이 살아남는가. 그건 상대의 클렌징(?) 스킬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가장 많은 이들이 키스 후에도 살아남는 립 제품으로 이 제품을 꼽았다는 점이다.
글&사진 조랭이 / 지름 지름 앓는 직장인(일명 지지직) 운영자이자 보기 좋은 회사가 다니기도 힘들다의 주인공. 이 시대 직장인답게 언제나 지름 지름 앓고 있다. 오래 앓다가 한 순간에 훅 지르고 한동안 써본다. 10분 동안 사진 찍고 20분 동안 글 써서 3분 안에 소화되는 리뷰를 지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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