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쿠컴퍼니 Dec 29. 2017

직접 만든 마스킹테이프로 2018년 다이어리를 꾸며봤다

지지직 / 2018 스타벅스 다이어리&자작 마스킹 테이프

"이거 나만 질렀어?" 그렇습니다. 직장인은 종종 접신을 합니다. 바로 지름신을 영접하는 것인데요. 지름신을 영접하게 되면 언제나 지름 지름 앓습니다. 신병은 신내림을 받으면 낫는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지름병은 불치병입니다. '쇼핑'이라는 미봉책이 있기는 합니다. 지름 지름 앓다가 지르면 일시적으로 증상이 완화됩니다. 하지만 다시 또 다른 무언가를 지르고 싶어 지죠. 병입니다. 정 안 되면 참새가 방앗간 찾듯 다이소라도 찾아들어가 1천 원짜리를 흩날리며 부자가 된 기분으로 나오는 게 직장인의 섭리. 잼 중의 잼은 탕진잼 아닙니까. 그렇게 하루하루 지름 지름 앓는 직장인이 쓰는 지름 투병기를 빙자한 쇼핑 제품 리뷰입니다.

모름지기 스타벅스 호갱님이라면 누구나 가슴에 스타벅스 다이어리 하나쯤은 있는 거 아닙니까. 방탄소년단 팬 아미들은 BTS  굿즈로 팬임을 인증하고 스타벅스 호갱이라면 스벅 다이어리로 골드회원임을 인증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업무 스트레스받을 때마다 나가서 사 마시고 받은 스타벅스 2018 다이어리. 마음이 상큼하지 않아서 컬러라도 상큼할 수 있게 코랄로 골랐다. 어차피 조만간 업무용 다이어리로 전락하겠지만 그래도 늘 새 거를 만지는 건 기분이 좋잖아.

코랄코랄한 안쪽. 지난번에는 몰스킨과 컬래버레이션을 했는데 이번에는 팬톤과 했다. 그런데 팬톤 예전에는 한두 컬러만 밀다가 요즘에는 다 밀더라...?

새해 운동하기는 왜 강제로 위시리스트에 들어있는 거죠. 나를 사찰하는 것이냐 스타벅스여.

별 것 없는 위클리 페이지. 처음엔 글씨를 예쁘게 쓰려고 노력하다가 한 2주 지나면 발로 쓴 글씨가 되는 게 어쩜 그리 매년 한결같은지.

메모할 수 있는 페이지. 여기도 이제 업무로 가득 차겠지. 비트코인은 없어도 일은 많은 나는야 일개미이니까. 일하러 가즈아~~~

하지만 스타벅스 다이어리는 오늘의 포스팅을 거들뿐. 페이크였다! 오늘의 지지직은 직접 만든 마스킹 테이프이니까. 내 돈 주고 만든 것이니 이것도 크게 보면 지름의 범주의 들어갈 테고. 내 마음에 쏙 드는 직장인용 문구가 있는 마스킹 테이프를 찾다가 없어서 '있으면 사서 쓰고 없으면 만들어서 쓰라'는 평소의 신조를 지키고자 주문 제작했다. 본격 파워지름러. 심지어 한두 개 제작도 안돼서 몇십 개 만든 게 함정. 이제 평생 직장 다녀야겠다. 이 마스킹 테이프 다 쓰려면.

뭐 그렇게 되었습니다. 월급날마다 다이어리에 붙이려고 탕진잼에 저렇게 공들여 조랭이를 잔뜩 그린 나의 정성을 보라. 그런데 그 와중에 지름지름물건지름도 또 있음...

마스킹 테이프 굿즈를 태어나서 처음 만들어보니 시행착오도 많았다. 따로 업체 홍보를 할 생각은 없으니 혹시나 자신만의 DIY 마스킹 테이프를 만들어서 쓸 생각이라면 포털 사이트에서 마스킹 테이프 주문 제작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여러 업체가 나오니 비교해보고 주문하면 된다. 세네 군데 눌러봤는데 가격은 담합한 듯 비슷하더라. 그리고 잘라쓸 것을 감안해서 띠지로 만들게 아니라면 간격을 잘 조절하길 바란다. 글씨 크기도 인쇄되는 크기를 감안해서 넣는 게 좋다. 이상 만들면서 어려웠던 내용.

2018년 1월 2일, 즉 신년 첫 출근일에 저렇게 깜찍한 마스킹 테이프를 붙여줬다. 한층 더 출근하기 싫어지는 느낌이 배가 레이서된다. 내친김에 매월 첫 출근일마다 저 부분을 잘라서 붙여줬다. 오... 출근하기 핵 싫어. 그전에 그만두진 않겠...지.

마스킹 테이프를 만들어 보니 배경색을 진하게 하든 투명하게 하든 가격 차이가 없었다. 아쉬워서 패턴지를 배경에 깔아봤는데 손때 묻은 것처럼 뭔가 지저분하잖아... 약간 실패한 기분... 하지만 돌이킬 수 없고 이런 마스킹 테이프가 집에 잔뜩... 나는 이 한 롤을 위해서 얼마를 쓴 것이냐며... 그래도 직접 만든 찰흙 인형처럼 보고 있으니 조금 뿌듯하기도 하면서...

보통 마스킹 테이프를 다이어리에 붙이면 아무래도 기념일이나 특별한 날 자리에 쓰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 보면 월요병 걸리는 월요일이 너무 쓸쓸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직접 만든 핸드메이드 마스킹 테이프라면 걱정 없다. 매주 월요일마다 월요병 #monday 마스킹 테이프를 붙여주면 되니까! 하하하하하하하하

욜로(YOLO)하다가 골로 가고 있는 나의 정신세계를 표현한 마스킹 테이프의 일부. 뭔가를 지르라며 나를 조종하는 머릿속 뉴런의 골짜기를 조랭이로 형상화했다.

마지막은 역시나 아무도 안 만들어주니 내가 직접 만든 수제 스티커로. 문제는 이 다이어리 회사에서 업무용으로 쓸 건데 어디서 시원하게 펼치기가 쉽지 않다. 하하하하하 역시 보기 좋은 회사는 다니기도 힘들어.


*(마감했습니다. 많이 신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발송 완료했어요! 이모티콘 내라고 응원해 주신 분들도 감사드려요^^) 처음에는 회사 다니며 스트레스받아 그리던 지하철 낙서로 시작한 블로그였는데 하다 보니 봐주는 분들도 많아지고 공감하는 분들도 생기며 업데이트에 대한 의무감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최근 개인적인 일 때문에 업데이트를 자주 못하면서도 항상 마음이 쓰였어요. 인생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서 홧김에 보기 좋은 백수가 놀기도 힘들다 모드가 될 뻔도 하였는데 우여곡절 끝에 직장인 생명을 연장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의 직장인 생명 연장 기념으로 혹시나 제가 만든 마스킹 테이프를 예쁘게 잘 써주실 분들은  2018년 1월 15일까지 제 이메일 kooocompany@gmail.com로 이름/주소/휴대전화번호/짤막한인사 를 남겨주시면 몇 분을 뽑아서(라고 써놔야 있어 보이니까! 신청자가 많이 없을 거 다 알아요!) 제 방에 쌓여있는 마스킹 테이프를 우편으로 보내드릴게요. 돈은요? 나중에 좀 더 프로다운 굿즈를 만들면 그때 팔아주시기로 해요~ 싫어하는 선배 자리에 슬쩍 붙여두고 우리 서로 모른 척 눈감아줘요. 여러분 모두 한 해 동안 고생 많이 하셨어요. 새해에는 오늘보다 최소 200g씩은 무조건 더 행복해지세요!

 


글&사진 조랭이 / 지름 지름 앓는 직장인(일명 지지직) 운영자이자 보기 좋은 회사가 다니기도 힘들다의 주인공. 이 시대 직장인답게 언제나 지름 지름 앓고 있다. 오래 앓다가 한 순간에 훅 지르고 한동안 써본다. 10분 동안 사진 찍고 20분 동안 글 써서 3분 안에 소화되는 리뷰를 지향하고 있다. 


쿠컴퍼니 KOOOCOMPANY : 보기 좋은 회사가 다니기도 힘들다 kooocompany@gmail.com
홈페이지 kooocompany.com
네이버포스트 post.naver.com/kooocompany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kooocompany

브런치 brunch.co.kr/@kooocompany


매거진의 이전글 너... 살아있었어... 유용한 건 여전하구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