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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컴퍼니 Jan 07. 2018

매니큐어인 줄 알았더니 볼에 바르는 거라고 하더이다

지지직 / 어퓨 쥬시팡 블러셔 3종

"이거 나만 질렀어?" 그렇습니다. 직장인은 종종 접신을 합니다. 바로 지름신을 영접하는 것인데요. 지름신을 영접하게 되면 언제나 지름 지름 앓습니다. 신병은 신내림을 받으면 낫는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지름병은 불치병입니다. '쇼핑'이라는 미봉책이 있기는 합니다. 지름 지름 앓다가 지르면 일시적으로 증상이 완화됩니다. 하지만 다시 또 다른 무언가를 지르고 싶어 지죠. 병입니다. 정 안 되면 참새가 방앗간 찾듯 다이소라도 찾아들어가 1천 원짜리를 흩날리며 부자가 된 기분으로 나오는 게 직장인의 섭리. 잼 중의 잼은 탕진잼 아닙니까. 그렇게 하루하루 지름 지름 앓는 직장인이 쓰는 지름 투병기를 빙자한 쇼핑 제품 리뷰입니다.

하나만 사야 되는데 또 다 사버렸다. 친구에게 추천받은 어퓨 쥬시팡 블러셔. 그전부터 궁금했는데 어퓨 오프라인 매장이 없어서 참고 있었다. 원래는 매장에서 테스트해 보지 않고도 곧잘 사는데 자금 사정이 그렇게 좋지 않았기 때문. 그러다 결국 어퓨 매장을 발견했다. 홀린듯 들어갔다. 어퓨 매장은 워낙 잘 없는 데다가 매장에 들어가 보니 제품 가격도 나쁘지 않아서 충동구매했다. 이래야 나지. 

정확히 말하면 다는 아니고 연보라색 빼고 다. 연보라색은 그래 나도 알아 나한테 어울리지 않을 거라는 거. 모양이 매니큐어 같은데 사이즈도 매니큐어다. 파우치에 넣고 다니기 편한 느낌.  

컬러는 대략 이렇다. 코랄, 핑크, 레드 하나씩 샀다. 네이밍 센스는 무난하다. 인간계 복숭아나 터져 나오는 체리, 아임스트롱베리 정도 에뛰드하우스의 엄청난 네이밍 센스에도 굴하지 않았던 나 정도면 극복 가능하지.

톡 하면 과즙이 팡 터질 정도는 아닌데, 아무튼 액상 블러셔다. 볼에 톡톡 바르고 팡팡 쳐주면 된다. 잘 알다시피 베네틴트 같은 액체류가 그렇듯 잘못 바르면 헬게이트가 열리고 불고구마가 되니 주의해야 한다.

사이즈 마음에 들고 무광 케이스라 더 마음에 든다. 손에 착 감긴다.

이 사진만 놓고 보면 정말 매니큐어 같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 블러셔!

세 가지 색을 손등에 그어봤다.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컬러. 왼쪽부터 정직한 레드, 핑크, 코랄.

팡팡팡팡 펴 바르면 이런 느낌이 된다. 붉은색도 아주 진하지 않아서 쓸만했다. 정말 자연스러운 컬러를 원한다면 핑크와 코랄을, 조금은 수줍은 듯 물든 볼을 원한다면 레드를 쓰면 좋겠다. 조금 더 고수라면 이 색들을 블렌딩 해서 쓰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나는 21에서 23호 사이라서 저 색들만 샀지만 13호 파운데이션을 쓰는 쿨톤 여성들이라면 연보라색을 구입해도 쏠쏠하게 잘 쓸 것 같다. 친구 말로는 뚜껑이 약해서 파우치에 넣고 들고 다니다 보면 쏟아지지 않을까 조금 걱정이라고 하는데, 아직까지는 큰 문제없었다. 베네틴트 스타일의 케이스들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혹시 불안하다면 작은 지퍼백에 담아서 들고 다니도록 하자. 1만원 안 되는 블러셔 때문에 10만원 넘는 가방을 버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올해 상반기 내 볼은 이걸로 물들이는 것으로. 몇 번은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 양 조절에 실패하면 얼굴에 과즙 미가 아니라 과실 미가 넘쳐버리게 되니 말이다. 가루 파우더 특유의 뽀송한 느낌보다는 촉촉한 느낌을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글&사진 조랭이 / 지름 지름 앓는 직장인(일명 지지직) 운영자이자 보기 좋은 회사가 다니기도 힘들다의 주인공. 이 시대 직장인답게 언제나 지름 지름 앓고 있다. 오래 앓다가 한 순간에 훅 지르고 한동안 써본다. 10분 동안 사진 찍고 20분 동안 글 써서 3분 안에 소화되는 리뷰를 지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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