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돌에게 생살을 내주고 파타고니아 양은 생을 마감합니다.
전혀 다른 이야기겠지만,
언제가 보았던 '조장'에 대한 다큐가 언듯 떠오릅니다. 처음 볼때는 꽤 충격입니다.
티벳 고산지대, 춥고 거친 자연환경속에서는 매장도, 화장도 어렵습니다.
늘 얼어 있는 땅을 파기도 힘들뿐더러, 낮은 기온으로 박테리아가 번식 않기에 시체가 썩지도 않습니다.
선택할 수 있는 장례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시신을 독수리에게 내줌으로써 자연으로 돌아가는 방식이 이루어집니다.
자연은 돌고 돌며, 한 생명체는 또 다른 생명체의 일부분이 됩니다.
곧 비포장 길이 시작됩니다.
차 밑바닥은 탕탕 튀는 돌소리가 요란합니다.
얼마 안가서 미라도르, 첫번째 전망대가 등장합니다.
구름에 가려 가장 멋진 모습은 볼수 없습니다만, 첫 미라도르 맞이 기념입니다.
신나게 기념사진 찍어 봅니다.
처음이라 점프가 좀 약한가요. 앞으로 점점 더 좋아질 겁니다.
옆에서 만족스레 지켜보는 엄마들… ‘애들처럼 함 뛰고 싶은가…’
한번 뛰어보라 하니 사양을 안합니다.
이번엔 아빠들도 뛰라 합니다. 까짓거..
진작 공원안에 접어든줄 알았지만, 정식 매표소는 이제 등장합니다.
입장권을 끊으면서 주의사항을 이야기 합니다. 어제는 오늘보다 더한 강풍이 불어, 여행사 승합차 한대가 바람에 넘어갔다고 합니다. 두어 곳 지도에서 위치를 가리키며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라고 거듭 강조합니다.
조금 들어가다 보니 삼봉이 등장합니다. W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은 저 삼봉 근처까지 올라가서 사진을 많이 남깁니다. W 트레킹 코스는 여름철만 허용됩니다. 정차하고 멀리 삼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습니다.
제대로 서서 버티기 힘들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아까 관리인에게 들은 소리가 있습니다. 혹 아이들이 바람에 날려 넘어지진 않을지, 차는 문제 없을지 걱정스럽습니다. 물론 아이들은 생전 처음 접하는 강한 바람이 신나기만 합니다. 한국 과천 과학관내, 태풍체험관에서 겨험했던 바람보다 훨씬 더 세다며 즐거워 합니다.옥색 호수 위 하얗게 뻗은 한 줄이 보입니다. 무얼까 잠시 생각해 봅니다. 그렇네요. 바람이 호수위를 때려 만들어내는 물보라 입니다.
토레스 델 파이네 전체가 거대한 자연공원입니다.
과냐코 한 무리가 어슬렁 거리고 있습니다.
수명이 20년쯤 된다는데, 2007년에 만났던 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과냐코는 이곳 칠레 남부 냉대 지방에 살고 있는낙타과 동물입니다. 라마, 알파카, 비쿠냐 친척쯤 됩니다.
우리 일행이 차에서 내리니, 천천히 멀어집니다.
풀을 뜯는 동물들은 순하긴 순한가봅니다.
이제부터는 약 20분 짧은 트레킹 코스 입니다.
한여름 커다란 배낭을 들쳐 업고 이곳을 방문하는 트레커들은 하루에 보통 9-10시간씩 걷습니다.
4일 짜리 W코스 또는 일주일간 토레스 델 파이네 완전 일주 코스 트레킹을 합니다.
칠레에 살면서 가장 해보고 싶은 여행입니다. 언젠가는 꼭 도전해 볼 참입니다.
우리는 달랑 하루짜리 여행 코스입니다. 하지만, 기동력이 있습니다.
어느때고 멋진 곳에 멈춰 대자연을 감상하고 사진을 남깁니다.
잠시 잠시 짧지만 환상적인 트레킹 코스를 경험합니다.
Salto Grande입니다. 커다란 폭포라는 뜻입니다.
조금더 내려가면 Salto Chico도 있습니다. 빙하녹은 물 색깔이 참 오묘합니다.
한참을 감상합니다.
차로 되돌아 가는 길에 예전 기억이 납니다.
똑같은 포즈를 취해 봅니다.
아무래도 어색합니다.
몇번을 되풀이 찍고 또 찍어봐도...
똑같이 될 턱이 없지요.
엄마키보더 훌쩍 더 커버렸는데요...
토레스 델 파이네 미라도르 중 가장 포토제닉한 곳입니다.
Torres del paine를 찾아보면 가장 많이 접하는 풍경입니다.
살짝 살짝 봉우리를 보여주긴 합니다.
시원하게 탁 트인 모습을 보고 싶었습니다만,
비, 구름 예보속에서 이정도라도 모습 드러내 주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림같이 자리잡은 작은 호텔이 궁금합니다.
생각만 하고 실행에 옮기지 못했습니다. 이곳에서 하룻밤 지내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배꼽 시계가 울린지 꽤 시간이 지났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식당을 찾아 갑니다.
한번에 실패 없이 잘 찾아 왔습니다. 두 봉우리가 눈앞에 펼쳐지는 호숫가에 자리잡은 캠핑장안에 있는 식당입니다. 다들 배는 고프겠다 맛있는 점심을 기대하고 식당으로 달려갑니다.
느낌이 이상합니다. 바베큐 식당에 연기가 올라오고 있지 않습니다.
문이 굳게 닫혀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비수기에.. 찾아오는 관광객도 얼마 없는데 영업을 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금강산도 그렇지만, 토레스 델 파이네도 식후경입니다.
특히 아이들에겐 고픈배로 구경다녀봐야 아무 감흥도 없습니다.
어딜가든 뭐시 중한디 물으면,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먹는것이 젤루중하다고 할 녀석들입니다.
옆에 조그만 매점이 열려 있습니다.
인기척 없는 매점에 들어가 한참을 살펴봅니다만, 마땅히 끼니를 때울만한 것이 안보입니다.
누구없냐고 불러봅니다. 매점 뒷채에서 졸다가 나온 듯 청년이 어슬렁거리며 등장합니다.
뜨거운 물을 좀 얻을 수 있겠냐고 묻습니다.
혹시나 밤에 아이들 간식으로 먹을까 하고 산티아고에서 실어온 컵라면 한박스가 승헌아빠차에 실려 있습니다. 매점 청년은 흔쾌히 알겠다고 하고 뒷채로 들어갑니다. 금방 뜨거운 물 한 컵을 들고 나옵니다.
음… 길게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차로 뛰어가서 컵라면을 하나 들고 옵니다.
바깥에 서성거리는 일행을 가리키며, 잔뜩 불쌍하고 미안한 표정으로... 모두 이 라면을 하나씩 먹을거야. 뜨거운 물이 많이 필요해라고 설명합니다. 청년은 고개를 끄덕끄덕 사람좋은 미소를 지으며, 알겠다고 기다리라고 하고, 뒷채로 들어갑니다. 열린문 틈으로 슬쩍 들여다 보니, 오래된 주전자가 난로위에서 데펴지고 있습니다. 한 10여분 지났을까요. 포트에 물을 옮겨 담아 전해 줍니다.
토레스 델 파이네에서 은인을 만났습니다.
호수변 피크닉 테이블에 자리 잡고 라면박스를 엽니다. 기가막힌 절경속에 자리잡은 피크닉장입니다.
컵라면 댓개 정도 물을 따르니 바닥을 드러냅니다.
아이들은 인생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이라고 격찬을 주고 받습니다.
얼마나들 사셨기에.. ㅎㅎ.
금방 하나씩 비우고, 다른 라면봉지를 뜯고 있습니다. 이 라면이 없었으면 어쩔뻔 했는지…
라면 챙겨온 승헌아빠가 날 살렸습니다.
염치 불구하고 매점 청년에게 몇번을 부탁합니다. 귀챦은 기색없이 다섯번정도 뜨거운 물을 만들어 줍니다.
한참 라면 파티를 벌이고 있는 우리팀 옆 테이블로, 일일 투어를 온 여행객들이 자리를 잡습니다. 샌드위치와 차가운 음료수, 일일투어 전형적인 점심입니다. 옆에서 난리치며 라면 먹는 동양 가족이 신기한 듯, 한편으론 부러운(?) 눈으로 바라봅니다. 어디서 왔는지 파타고니아 매 한마리가 우리팀 주위를 서성입니다.
'뜨끈한 라면 국물좀 먹어 볼테냐?'
큰녀석들은 세개씩, 작은 아이들은 두개씩 컵라면을 비우고야, 어른들에게 자리를 비워주고, 호수변으로 이동합니다. 이제 우리차례가 왔습니다. 아름답고, 웅장한 대자연 한복판에서 오이소박이를 곁들여 컵라면을 먹습니다.
컵라면 한그릇에 오이소박이 김치반찬 하나였지만, 지구상 가장 아름다운 피크닉장에서 맛보는
인생에서 가장 맛있는 컵라면.. 맞습니다!
이날의 은인 매점 청년에게 조금 넉넉히 사례를 합니다. 청년은 환환 웃음을 지으며, 몇번이고 고맙다고 합니다. 정말 고마운건 우린데 말입니다.
이제 그레이 빙하를 찾아 갑니다. 날이 점점 험해집니다. 비바람이 몰아칩니다. 이정표 없는 길을 제대로 찾아가고 있는건지...걱정스러울 쯤 주차장에 도착합니다. 이동하면서 단잠에 빠진 아이들은 안내리겠다고 떼씁니다. 매정한 아빠는 조금의 갈등도 없습니다. 두들겨 깨워 내립니다.
급류에 놓여 있는 흔들다리를 건너야 합니다. 한번에 5명이상 함께 다리를 건너지 말라는 안내문이 급류와 오버랩되며, 살짝 무섭습니다. 충실히 안내문을 따릅니다. 다리위에서 장난치지 말라고 몇번씩 겁박하고 내가 제일 먼저 건넙니다. 겁없는 아이들은 흔들흔들 거리는 다리가 재미있습니다. 바로 뒤에서 깔깔깔 거리며, 신나라 건넙니다. 모두 무사히 흔들다리를 건너왔습니다. 다리를 넘자 고요한 숲이 시작됩니다. 다리 저편, 세찬 바람과 급류가 만들어 내던 굉음은 순신간에 다 사라집니다.
평온한 파타고니아 숲길입니다. 얼마든 걸을 수 있을것 같은 아름다운 길입니다.
숲이 끝나고 탁트인 풍경이 펼쳐집니다. 그레이 호수 입니다. 저 호수 너머로는 그레이 빙하가 자리합니다. 숲을 벗어나자마자 다시 거센 남국의 바람이 몰아칩니다. 매섭고 차가운 바람입니다. 잠시사이 피부 연한 아이들 얼굴은 빨갛게 상기됩니다. 거센 바람에 입을 열기도, 숨을 쉬기도 어렵습니다. 목청을 높여 소리를 질러보아도 바람소리에 다 묻혀버립니다. 얼마 안되 보이는 거리였지만, 맞바람에 맞서 걷는것은 몇배로 더딥니다. 30분이 걸려서야 호수끝에 도착합니다.
몰아치는 비바람 너머 저멀리 그레이 빙하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드디어 우리는 떠내려온 유빙조각을 발견합니다. 수천년전 생성된 무균질 최상급 얼음이란것을 아이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신나라 입에 넣어 맛을 봅니다.
이순간을 위해서, 짊어지고 왔습니다. 피스코 병과 콜라병, 그리고 아침에 호텔 식당에서 빌려온 유리잔을 꺼냅니다. 빙하를 가득담은 피스코 언더락과 콜라 언더락을 한잔씩 손에 쥡니다.
토레스 델 파이네 비바람 뚫고 이곳까지 함께한 어른 아이 모두 하나가 됩니다.
짧게나마 파타고니아 거친 자연을 함께 체험하고 극복한 동지입니다.
다함께 건배를 외칩니다.
파타고니아~ 토레스 델 파이네 ~ 달레 달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