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도사…
처음 멘도사라는 지명을 접했을때,
떠오르는 한 영화속 주인공 이름.
영화 시작과 함께 이과수 폭포를 맨손으로 오르는 선교사 등장.
이과수를 실제로 보기전에는 그럴수도 있겠다 상상...
선교사 (제레미 아이언스)는 폭포를 거슬러 가까스로 폭포 상부에 오른다.
주위 풀숲에는 독침으로 무장한 원주민들이 낯선 침략자를 노려보고 있다.
봇짐에서 작은 피리를 꺼내 연주를 시작한다.
언제 들어도 심금을 올리는 그 음악..
"빠라~ 바라밤~ 빰~ 빰~~아아아~~~~~"
풀숲에 몸을 낮추고 공격시기만 노리고 있던 원주민들은 그 천상의 소리에 절로 감화가 된다.
그 피리는 '오보에'라는 목관 악기이다.
다음 주인공이다.
피도 눈물도 없는 악랄한 노예상이 잔인하게 원주민 사냥을 하고 있다.
우발적인 결투로 친동생을 죽이게 되고, 회한에 자기몸을 만신창이가 되도록 고난을 청한다.
전혀 다른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 제레미 아이런스와 함께 하는 선교사가 된다.
두 사제가 일군 평화로운 원주민의 땅이
지구 반대편 교황청의 결정으로 한순간 포르투갈 영토로 편입된다.
총칼을 앞세운 포르투갈 군이 아마존 밀림속 에덴동산을 접수한다.
변함 없는 비폭력 순교의 방식을 택한 제레미 아이언스.
총칼앞에서 외쳐보는 비폭력은 비참한 살육만이 남게될 것을 잘아는 로버트 드 니로.
계란으로 바위치기 일지언정 그가가진 모든 무력을 다 쏟고,
손바닥 한뼘이 모자라 화약에 불을 부치지 못하면서 포르투갈군 총탄에 숨을 거둔다.
물론, 그가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부싯돌에 불이 붙어 설치된 폭탄이 터졌더라도,
밀물처럼 들어오던 포르투칼 군에게 별 데미지도 없었을 것이지만…
인간, 종교, 그리고 지구 반대편 남미에 대해 마음속 큰 궁금증과 동경을 남겨주었던 영화,
‘미션’의 주인공인 그 노예사냥꾼의 이름이 바로 ‘멘도사’였다.
2014년 부활절 연휴.
우리가족이 칠레에서 처음 맞은 연휴를 보내기 위해 멘도사를 목적지로 정한다.
산티아고에서 약 400km거리 안데스 너머에 자리한 도시.
2박3일 동안 맛난 아르헨티나 음식을 잔뜩 먹여주겠다고 사탕발림을 해서,
내키지 않아하는 가족을 끌고 출발.
국경통과에 시간이 제법 지체된다는 것을 고려, 새벽부터 집을 나선다.
북쪽으로 향하는 5번국도를 탄다.
‘로스 안데스’라는 작은 도시를 지나면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튼다.
조금씩 날이 밝아 오고 있다.
주위가 밝아 지는것 만큼 풍경은 점점 더 웅장해진다.
깍아지는 절벽을 끼고 아찔하게 길이 나 있다. 운전을 하면서 살짝 살짝 오금이 저린다.
하지만, 조금더 서둘렀어야 했나 보다.
해뜨기 훨씬 전에 떠나 9시쯤 국경에 도착하지만…
우리는 국경통과를 위해 거의 4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여행을 다녀도, 비자를 받기위해서도..
남미에서 빨리빨리를 찾다가는 제명에 못산다.
그래도..
이 국경만 넘으면, 금방 멘도사에 도착해서 맛난 아르헨티나 아사도, 아르헨티나 스파게티, 피자를 먹겠다는 희망이 있다.
이제 죽 내리막.
안데스 동편 아르헨티나쪽은 칠레쪽 안데스보다 훨씬 완만하다.
천천히 내리막 길에서 보는 경관은 정말 가슴이 뻥 뚫린다.
대충 찍어서 이곳이 미국 어디 그랜드 캐넌이라고 해도 될 듯 하다.
초행길… 대충 인터넷 검색을 하기는 했지만, 국경 통과 시간과 멘도사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에 대한 감이 많이 어긋난다. 안네스 험준한 골짜기를 내려와서, 이제 평평한 땅에 이른다.
멘도사 도착 약 20분전, Luyan de Cuyo라는 조그만 도시를 먼저 만나게 된다.
아르헨티나 유명하다는 와이너리는 이 근방에 다 자리한다.
점심시간이 한참 지났기에, 와이프, 애들 성화가 대단하다.
좀 괜챦은 곳 찾아가서 제대로 먹으려고 중간에 간이 휴게실을 지나쳤다만…
더 지체하다간 큰일 나겠다. 적당해 보이는 식당을 찾아 들어간다.
아르헨티나는 음식이 맛있다고 엄청 강조했는데,
역시.. 그냥 들어간 식당도 대충 기본은 한다.
애들도 컷겠다, 앞으로 몇년후면 배낭여행도 다닐텐데...
미리 험블한 호스텔도 좀 다녀봐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웠지만,
실은 이제 아이들이 커서 한방에 4명이 자는 건 불가능하다.
(남미는 호텔에 한방에 2인이상 허용을 안함)
호텔 비용 아껴서 먹는거 더 먹자고 하며,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호스텔을 예약.
그나마 평이 괜챦은 호스텔이었는데,
기대했던 것과 완전 달라 당황스럽다.
가족들 불평 불만이 터져 나온다..ㅠ
나름 예전 배낭여행 시절, 우연히 들어간 호스텔이 대박인 경우가 많았었는데...
여하튼, 이날 이후로 가족여행을 위해 호스텔 예약은 없다.
멘도사는.. 도시만 보면, 볼 것도 없고, 그닥 특징도 없다.
아르헨티나에서 4번째로 큰 도시라 하지만, 도심은 작고 낡았고...
아침 일찍 부터 와이너리 투어에 나선다.
예전 브라질에서 많이 먹던 익숙한 이름의 와이너리들을 구글맵에서 검색
Luigi Bosca, Lagarde, Alta Vista, Catena Zapata...
포도 수확이 거의 다 끝난, 조금은 을씨년스러운 와이너리 분위기.
첫번째 찾아간 와이너리 - Luigi Bosca.
아침 일찍 부터 찾아온 동양 가족에 많이 당황한 듯, 입구 경비원이 안쪽과 한참을 통화한다.
아침에 투어가 없으면, 그냥 와인만 사가고 싶다고 하니, 그제야 기댜려 보란다.
확실히 칠레 와이너리 보다는 훨~씬 규모가 크고, 웅장하다.
그리고 하나하나 더 부티가 난다.
물건 팔 준비도 안된곳을 뒤져서,
와인 한박스, 포도씨기름 한박스를 사들고 나온다.
두번째로 Alta Vista를 찾아간다.
와인병 라벨이 안데스 봉우리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브라질 시절 많이 마시던 와인이었다.
다행히 와이너리 투어가 있다.
아이들에겐 고역.
관심도 흥미도 없는 와이너리 따라다니며 아주 좀이 쑤셔 죽는다.
'쫌만 기다려라... 여기 나가면, 또 갈비 아사도 사줄꾸마..'
예전 통계 기사를 떠올려 본다. 아르헨티나는 칠레보다 와인 생산량이 5배가 넘는다. 하지만, 와인수출은 칠레가 아르헨티나보다 훨씬 많다. 칠레 사람들은 생각보다 와인소비가 많지 않은 반면에 (맥주소비가 더 많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자신들이 생산한 와인을 국내에서 다 마셔 버리기에, 수출할 와인이 별로 남아 있지 않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여하튼 아르헨티나는 여러가지 생산물에 대해서 굳이 수출을 장려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모든 자원이 풍족한 나라이기 때문에, 굳이 외국으로 부터 어떤 생산물을 수입해야할 필요성이 적다. 어떤 생산품을 수출하게 되면, 그 품목의 아르헨티나 국내가격이 올라감으로 국내 물가가 오른다. 가령, 밀 수출이 늘게 되면, 아르헨티나 국내 밀 가격이 인상되고, 밀가격 인상이 되면, 밀 생산업자는 좋겠지만, 대부분의 아르헨티나 국민들에게는 손해다. 대부분 국민들은 유권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 상식으로는 참 이해하기 힘들지만, 아르헨티나는 수출을 장려하지 않는다. 국내 소비가 이루어지고 남으면, 그다음에 수출을 하겠다는 경제시스템이 오랫동안 유지되어 왔다.
대부분 국민들에게 손해나는것을 안하겠다는 정치는 어찌 생각하면 당연한데...
또 이런 유형의 많은 정책들을 소위 '포퓰리즘'으로 비난하는 내부집단과 외부국가가 있다.
2박3일 내내 숙소에 대한 불평불만을 막는 방법은, 맛있다는 식당 찾아가서 매끼니 잘 먹는거 뿐이다.
침침한 우리 호스텔에서는 그냥 잠만 잔다.
아침 사먹기 위해, 커피 사먹고 편안하게 늘어져 있기 위해 멘도사에서 제일 좋다는 그랜드 하얏트로 가서 시간을 보낸다.
금방 이틀이 지나버린다.
일찌감치 체크아웃하고, 다시 호텔을 찾아가 아침 부페를 먹니다.
아침 부페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애들 먹성을 따지면 부페는 남는 장사다.
칠레로 돌아가는 길에 안데스 골짜기 노천온천을 들러 가기로 한다.
입구에서부터 상한계란 냄새같은 유황냄새가 강하게 코를 자극
제대로 된 진짜 온천에 왔다고 좋아라 했는데…
호텔투숙객과 사전 예약한 당일 입장객만 받는다고 한다.
우리 이곳에 오려고 한국에서 왔다고...
아무리 애원하고 사정을 해도 눈하나 꿈적 않는다. ㅠㅠ.
매정하고 쌀쌀맞은 직원이 미우면서도...
이 온천호텔 때문에, 별 볼일 없는 멘도사 다시 한번 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품고..
첫번째 멘도사 여행을 끝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