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티쟈, Frutillar
딸기는 스페인어로Fresa 또는 Frutilla라고 쓴다. 칠레시장에서는 Fresa가 더 흔히 들린다.
동화마을 푸르티쟈는 Frutillar라고 쓴다. 딸기(Frutilla)에 ‘R’만 하나 더 붙은걸로 봐서는 무언가 엄청난연관성이 있을거 같은데… 아직은 그 이유를 찾지 못했다.
남미를 다니다 보면 아주 원초적인 도시이름이 흔하다. 가령, 건조한 마을 (Villaseca), 이쁜마을(Villarica), 새로운마을 (Villanueva), 뜨거운물 (Agua Caliente) 커다란 해변 (Playa Grande) 이런식으로 대단히 직설적 이름을 가진 도시도 많은데, 푸르티쟈는 꼭 동화속에서 튀어나온 마을 그 생김새처럼 어울리는, 그리고 색다른 이름이다.
호수변 오페라 하우스 (Teatro del Lago)
오래전 여행시 보지 못했던 랜드마크 건물이 새로 생겼다. 떼아뜨로 델 라고 (Teatro del Lago), 작명은 역시 속직하다. 말 그대로 호수극장.
볼칸 오소르노를 마주보며 호수안쪽으로 건설된 ‘떼아뜨로 델 라고’는 거대한 목조선박이 정박해 있는 모습이다. 중후한 교회당 처럼 보이기도 한다. 오랜 건설기간동안 수없이 많은 논란이 일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주위 경관과 잘 어우러진 색감과 모양으로 완공되어, 한적한 호반관광도시였던 푸르티쟈를 이젠 칠레를 넘어 남미내에서 제법 인지도 있는 도시로 변화시켜 놓았다.
무려 2 천만불 공사비를 들여, 1200석 규모의 공연장 (칠레최대규모)을 인구도 몇 안되는 이런 시골에 지었을까? 푸르티쟈 바하(아랫동네)는 말할것도 없고, 푸르티쟈 알토 (윗동네) 까지 다해야 인구 15,000명 남짓이다. 인근 가장 큰 도시들인, 북쪽 오소르노, 남쪽 푸에르토 바라스, 푸에르토 몬트를 싹 다 합쳐도 전체40만이 채 안된다.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어렵다.
나름 이유를 짜 맞춰본다.
이근방 칠레남부 독일계 출신 기업인들이 칠레경제계 주류다. 푸르티자 출신 한 기업인이 지난 10년간 이 근방 토지 대부분을 지속적으로 구입했다는 소문도 있다. 오페라 하우스는 장기적으로 지역 투자가치를 올리는데 긍정적이다.
경제적 이유따위는 고려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예술과 문화를 사랑하는 독일계 후손 부호가 고향땅에 남미최고 현대식 오페라 하우스를 건설해서, 지역 문화 발전을 통한 사회환원을 꿈꾸었는지 모른다. 호수변에서 힐긋 들여본 안쪽 연습실에는 어린 소녀들이 발레연습에 한창이다. 북유럽 어느 복지국가에서나 볼수 있는 모습인 줄 알았는데...여기 정말 칠레 맞니?
내부 연주 홀 구경을 해보려 했지만, 공연이 있는 관계로 티켓을 끊지 않고는 내부 구경이 불가능하다. 이런식으로 어른에게 불행은 두 아들에겐 행운일때가 종종있다. 출입이 안된다고 하니 환호성을 지른다. 예술적 취향은 아빠를 닮아 제로에 수렴한다. 아쉬운 마음에 나중 홈페이지를 방문해보니, 거의 매주말 공연스케줄이 잡혀 있다. 특히, 여름 성수기 1월에는 푸르티쟈 음악주간으로 남미에서 제일 큰 규모의 음악행사가 진행된다. 다른주말 갔더라도 내부구경은 불가능 했다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사라진다. 공연이 없는 평일에는 내부관람이 가능하다 인 4500페소.
쿠첸라덴
떼아뜨로델라고 앞을 지나 100미터쯤 걸으면, 푸르티쟈에서 제일 유명한 ‘쿠첸’집이다. 쿠첸이 독일식케익이고, 이곳이 가장 대표적인 독일마을이니, 우리는 제대로 찾아왔다
점심 든든하게 먹은지 채 30분이 지나지 않았지만, 칠레 최고 쿠첸집에 왔는데 그냥 갈수는 없다.
산티아고로 사들고갈 호두쿠첸, 블루베리쿠첸을 한판씩 주문한다. 케잌은 그자리에서 바로 맛봐야 한다. 다른종류 두조각 주문. 계산하면서 슬쩍 둘러 보니, 몇 안되는 실내 테이블을 확보하긴 불가능하다. 금방 포장된 쿠첸 두판과 조각케익 두접시를 전해받는다. 계산대에 있는 주인아저씨에게 눈짓으로 밖에 나가서 먹고 접시와 포크를 반납하겠다는 사인을 보낸다. 미소로 오케이. 동화마을 호수변에 앉아서 오소르노화산을 바라보며 먹는 케잌맛은 과연.. 설레며 길건너벤치를 향해 빠른걸음으로 이동, 누가 먼저랄 것도없이 포크를 쥔다.
“악” 하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와이프는 포크를 떨어뜨린다. 반사적으로 나와 큰아들은 각자 하나씩 들고있던 케잌접시를 하늘높이 쳐든다. 와이프 어깨뒤로 송아지만한 검둥이가 케잌을 향해 머리를 들이밀고있는 중이었다. 입주위엔 침까지 흥건한채로.
아쉽고도 아쉽지만, 눈과 입 동시만족은 허락되지 않는다. 주섬주섬 챙겨서 다시 쿠첸집으로.
이젠 케잌맛 음미는 상관없다. 아빠와 아들은 그저 한입 더먹겠다고 실랑이 벌인다.
길거리 개들은 생긴것과 달리 참 순하다. 따라온 검둥이는 우리가 케잌을 다 끝낼때까지 얌전히 옆에 앉아있는다. 굳이 케익을 먹겠다고 덤빈것은 아니었던가 보다. 하여튼 너땜에 분위긴 다 망쳤다.
라벤다카페, lavanda Cafe
쿠첸집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향하면 금방 언덕 비포장길이 시작된다. 이길을 따라 5분정도 차를 몰면, 인근에서 유명세를 떨치는 "라벤다카페"가 있다. 주차장에서 바라보는 첫인상은 평온하고 목가적이다. 어느 조용하고 깔끔한 시골농가 모습.
문열고 들어선 실내는 반전이다. 그야말로 화려하다.
집기들이 어떤 유럽, 미국산 비싼 명품 식기는 아닌듯 하지만, 그런 명품식기못지 않게 고급지고 화려하다. 어중간한 시간인지, 번잡하지 않으니 더욱 마음에 든다.
중앙 테이블을 차지한다. 테이블에는 아직 치우지 않은 점심 세트메뉴 안내가 그대로 놓여있다.
종업원이 메뉴판과 함께 레몬에이드를 들고와 한잔씩 가득 따라준다. 순박해 보이는 청년은 미소지으며공짜라는 듣기 좋은 말을 던진다.
메뉴판을 열어보니, 레몬에이드 한잔값이나 차 한잔값이나 비슷하다. 한잔당 2500페소(약 4500백원).아이들 아이스크림은 1500페소.
차 가격이 싸다고 할수는 없지만, 이런 멋진 장소에서 이정도 가격 지불하는것은 당연하다. 막상 서브되어온 차를 보고는 당연함이 고마움으로 바뀐다. 한잔씩이 아니고 각자 한 주전자를 가져다 준다. 얼마나 티팟 온기를 유지해 줄지 의문이지만, 티팟받침 아래에 놓인 양초가 앙증맞다.
아이스크림 한컵씩 뚝딱 비운 아이들은, 진작 바깥에 자리를 잡고 있다.
사진기 들고 따라가보니, 그 또래들 고민거리를 심각한 표정으로 주고받고 있다.
그저 케잌 한입 더먹는거에만 신경쓰는 녀석들은 아닌것 같아서 오히려 맘이 좋다.
그래, 아빠 고민이 아들들 고민보다 더 크다고 확신할 근거도 없다.
결국 그 선택의 범위만큼 고민은 주어지는거고,
범위 바깥의 일들은 나와는 상관없는 쓰달데없는 고민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