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유 Nov 16. 2016

읽는 삶, 만드는 삶

연재를 시작하며

편집자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일까요? 

원고를 쓰는 사람? 교정을 보는 사람? 책의 꼴을 만드는 사람?

일반 독자 가운데 편집자가 하는 일을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드뭅니다. 책이라는 상품이 많이 읽히게 되면 그 영예는 대개 저자에게 돌아갑니다. 출판사에도 일부 가겠군요. 

그러나 한 권의 책이 온전하게 탄생하기 위해서는 편집자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 편집자는 그늘에서 일해서 독자의 눈에 잘 보이지 않지요. 영화계와 비교하면 조금 묘하기도 합니다. 책이 영화라면 편집자는 영화감독일 텐데, 사람들에게 받는 인정이나 관심도는 영화감독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떨어지니까요. 가려져서 주목받지 못하는 편집자의 이야기를 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한 사람의 편집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무엇이 편집자를 만드는지 궁금했습니다.

이현주 작가는 편집자입니다. 오랫동안 책을 만드는 편집자로 지내면서 무엇이 자신을 편집의 세계로 이끌었는지 궁리하던 그는 하나의 사물을 떠올립니다. 네, 이 사물은 바로 책입니다.

책을 만드는 것은 편집자입니다만 한 사람을 편집자로 만드는 것은 책이었던 거지요. 그래서 편집자를 만든 책과 책을 만든 편집자의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청했습니다.

앞으로 연재할 글들이 독자에게 책과 나, 나와 책의 관계를 찬찬히 돌아보는 작은 계기가 된다면 큰 기쁨이겠습니다. 

읽어 주세요.

                                                                                        유유출판사 편집자 조성웅


연재할 이를 소개합니다.


이현주  

1970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대학을 졸업하고 서평지 『출판저널』, 인터넷 서점 ‘리브로’, 책 요약 서비스업체 ‘북코스모스’, EBS 라디오 ‘책으로 만나는 세상’ 패널 등 책 관련 콘텐츠를 생산하거나 유통하는 일을 해 왔다. 책을 구경하며 커진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2002년 1인 출판사 ‘뜰’을 열고 책 만드는 인생을 야심차게 시작했으나 자칭 ‘저주 받은 걸작’ 세 권과 얼마간의 빚, 다시는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쓰디쓴 인생의 교훈만을 남겼다. 이후 도서출판 푸른숲 기획팀에 입사해 팀원과 함께 여러 권의 책을 기획, 편집했다. 

퇴사 후, 1년 6개월여의 미국살이를 마치고 지금은 좋은 저자를 발굴해 책을 쓰도록 부추기고 있다. 비관주의자지만 냉소를 싫어해 고통이나 빈곤, 차별, 멸시 등 온갖 악덕 속에서도 끝내 살아남은 인간 안의 한 점 존엄을 보여 주는 책을, 소설, 인문·사회, 에세이를 가리지 않고 사랑한다. 인간뿐 아니라 세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인간과 세상이 조금씩이라도 나아진다는 기대와 희망이 없다면 책이 다 무슨 소용인가 생각하곤 한다. 

그런 점에서 역사학을 흠모한다. 역사학이 지킴이 역할을 할 거라고 (순진하게) 믿어서다. 전공 때문에 종종 역사적 사실에 관해 질문을 받지만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 서양사 질문에는 동양사 전공으로, 한국사 질문에는 서양사 전공으로 전공을 돌려막기 한다. 그래도 ‘모르는 게 힘’이라는 뻔뻔한 생각으로 스스로 알고 싶은 것들을 책으로 기획한다. 다행히 세상만사가 다 궁금하고 재미있는 기질 덕에 대체로 일하는 게 즐겁다.

일 외에 삶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은 엄마와 주부노릇이다. 다른 일 못지않게 감정적으로, 육체적으로 고되지만 존중받지 못하는 일이라 늘 번민한다. 특히 두 아들에게 쿨하지 못해 인생이 피곤하다. 그래도 이런 경험 덕에 여성으로 살아가는 일을 더 많이 자각하게 되었고 그 깨달음을 책으로 만들어 더 많이, 더 크게 세상에 이야기하고 싶다. 용감하고 지혜로우며 멋진 여성 저자들이 세상에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스스로 무던한 성격이라고 생각하지만 유머감각과 재치가 부족해서 단련 중이다. 누구에게도 무해한 쓰잘 데 없는 유머와 귀여움이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타고 난 바가 없어 대신 유머와 위트를 수집하고 있다. 귀엽고 재치 있는 책들도 물론 포함이다. 모험이나 일탈보다 일상의 질서를 소중하게 여기고 언행을 비롯해 뭐든 거친 것을 잘 못 견딘다. 유형이든 무형이든 어느 구석에선가 아름다움을 발견하면 들뜬다.

책벌레는 아니지만 삶의 여러 순간마다 우연히 마주친 책들 덕에 사는 게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좋은 책을 오래도록 만들어 함께 읽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갈수록 그 길이 험난해지는 것 같아 먹고 살 일이 걱정이지만 책 만드는 사람, 읽는 사람 모두 파이팅!

작가의 이전글 한국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