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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B 진범 Readen Jul 27. 2016

윤영관 '외교의 시대' 서평

아흑 복잡, 험난하고, 다이내믹한 한반도여

 현재 우리의 인식


 미국과 중국 중심의 세계체제를 의미하는 G2라는 개념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쓰이고 있다. 중국은 공식적으로 이 말을 거부했다. 한국의 이러한 인식은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이라는 인식이 나타난 건 아닐지 생각한다.

 

 중국은 세계의 중심이 중국이었다는 강한 자의식을 바탕으로 동아시아의 새로운 패권국이  되려 한다. 한반도에 다른 해양 세력이 들어오는 것을 지금은 물론 그 긴 역사 속에서  꾸준히 반대해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중국은 활발하게 그 기회를 노리고 있다.

 

 세계의 경찰임을 지난 몇십 년간 자인해온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직후에는 유럽을, 그 후에는 중동에 집중해왔다. 동아시아의 세력은 일본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관여해 왔다. 그러는 동안 동아시아에서는 동아시아의 새로운 패권을 꿈꾸며 중국이 고속 성장했다. 이를 다시 미국 중심으로 균형 잡고자 하고 있다.

 

 현재 우리는 작게 보면 동아시아의 패권국을 꿈꾸는 중국, 세계의 경찰임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미국 사이에 놓여있다. 국제관계적으로 보면 중국-러시아-(북한) vs 미국-일본-(한국)의 구도 아래 놓여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틈바구니에 놓여있다. 이런 틈바구니 속에 우리가 어떤 선택을 했느냐 따라서 한반도의 명운은 바뀌어왔다. 때로는 황제국이 되기도, 때로는 식민지가 되기도, 때로는 사대의 국가가 되기도 했다. 그러한 절박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국가적 과제이자 시대적 과제이자 세계적 과제인 '통일'을이루어 한반도와 전 세계의 평화를 구축해야 한다.


현재의 우리 주변의 국가와 그 관계는?


 

 우선 중국과 미국이 극단으로 치닫고 양극으로 충돌하는 그런 체제는 당분간 생각하기 어렵다. 중국의 경제력이 얼마큼 성장하든 간에 전 세계 국방력의 50%를 차지하는 미국의 국방력을 감당해내기는 힘들다. 더군다나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더 이상 두 자리 수를 기록하기 힘들 것이다. 중국 역시 미국과 1:1 구도를 당장은 꿈꾸지 않는다. 

 

 지난 몇 년간 중국의 외교전략은 '도광양회'였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유비가 조조 아래에서 객으로 지낸 그 시절을 묘사할 때 나오는 그 고사성어다. 중국은 고속성장을 이루면서 내부적 문제를 그간 잘 다스려왔다.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중국의 경제성장이 이제는 멈추게 되었다. 그간 고속성장으로 인해 덮였던 상대적 박탈감과 양극화 문제를 이제 당면하게 될 것이다. 현재 그들의 외교 전략은 '유소작위'이다. 힘을 가진 만큼 위세를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중국의 세계적 도전을 강조함으로써 내부적 문제를 외부적으로 시선으로 돌리려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그들은 그 위세 범위를 동아시아로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그 막강한 국방력과 경제력을 소유할 수 있는 건 다름 아닌 전 세계 어느 지역에서도 세계 경찰임을 끊임없이 보여줬기 때문이다. 하드파워의 소프트파워화며 선순환이다. 국방력은 미국의 많은 경제주체들의 안전과 거래를 보장해주는 역할을 했고 자국의 이익이 되는 정책을 펼칠 수 있게 했다. 그런데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를 초래하는 시점에서 소프트파워에서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 위기를 기회 삼아 중국은 동아시아에서의 패권에 도전하고 있다. 재균형전략은 이 현실에 다시 개입해 동아시아를 미국 중심으로 안정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다른 나라들은 어떠할까? 

 

 일본은 '보통국가'를 꿈꾼다. 일본은 자주국방력을 지닐 수 없는 나라다. 반쪽 자리 국가이며 안보 부분에 있어서는 표면적으로는 적어도 근방의 국가보다도 소국이다. 그간 미국의 핵우산을 빌려 경제적으로 엄청난 강국이 되었지만 경제 규모에 어울리지 않는 안보 수준을 갖고 있다. 일본은 자주 국방력을 키우고 동아시아를 넘어서 경제 수준에 걸맞은 안보 대국을 꿈꾸고 있다. 

 

 러시아는 옛 소련 시절의 위상을 꿈꾼다. 푸틴의 집권 이후 풍부한 지하자원을 토대로 엄청난 경제 성장을 이루고 있다. 경제 침체에서 벗어나 국제 사회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자기의 위신을 획득하려는 모습이다. 

 

 인도는 현재 국제사회에서 비주류로 분류된다. 그런데 모디 총리의 집권 이후 엄청난 경제성장을 이루어내고 있다. 풍부한 물적,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경제성장과 기술발전을 동시에 이루고 있다. 더군다나 핵을 보유한 국가로서 국제사회에서 소외되었던 비주류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비주류의 중심국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지리상으로도 중국과 가까워 어떤 목소리를 내느냐에 따라 국제사회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는 국가로 성장할 수 있다. 

 

 유럽은 유럽 통합을 통해 한층 진일보하고 있다. 시간이 다소 걸리겠지만 평화롭게 통합을 마무리하리라는 기대가 컸다. 하나 브렉시트 이후로 유럽 내 여러 국가들이 이에 반응하고 그 귀추를 주목하고 있어 조금의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미국과 중국의 긴장 관계 그리고 여러 나라의 이해관계 사이에서 우리는 북한과의 통일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이루어야 하는 상황이다. 북한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따라 한반도의 평화가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최근의 사드 배치는 이 문제의 연장선상이다. 우리는 '민주주의의 딜레마'를 겪고 있다. 단일한 통일정책을 시행하지 못 하고 있다. 정권이 뒤바뀌며 그때마다 대북한 전략과 그에 따른 외교 정책이 바뀌고 흔들려 왔다. 한국은 몇 가지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우선 통일이 되더라도 현재의 국제관계 상 우리는 일종 정도의 국방력을 필요로 한다. 이를 대비하는 첫 번째 길은 핵을 보유하는 것이다. 그런데 핵 보유는 필연적으로 비핵화의 앞장서 왔던 우리의 국제적 위신과 핵을 없애겠다는 미국의 외교 정책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국제사회로부터 경제 제재 조치를 받을 수 있는 여지도 크다. 이래저래 수지타산 안 맞는 대비책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남는 길은 한미동맹뿐이다. 아쉽게도 남아있는 가장 확실하고 강력한 유일한 안전보장 장치이다. 

 

 둘째로 중국은 우리의 제1 경제 파트너인 동시에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 절대적인 파트너이다. 대중국 의존도가 미국을 초월하는 건 시간문제로 보인다. 중국은 북한을 해양 세력에 대한 완충재로 생각한다. 미국의 한반도 내 목표가 비핵화라면 중국의 목표는 북한의 체제 안정이다. 이는 통일을 적극적으로 찬성하지 않는 유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남중국해와 여러 국경에서 미국과 충돌하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가 중국의 평화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해야 한다.

 

 셋째로 미국과 우리의 목표가 같은 지점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한반도 내 목표는 앞서 말했듯 비핵화이다. 미국 자국 내에서도 북한을 대하는 태도가 나뉜다.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앉혀한다는 큰 방향을 같지만, 대화와 여러 채널을 통해야 한다는 국무부와 압박을 통해 앉혀야 한다는 국방부가 심하게 대립한다. 확실한 건  북한의 비핵화 파트너는 우리가 아니라 미국이다. 미국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독일의 경우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서독의 우파 정부는 친서방 정책을 통해 통일의 필요성과 함의를 역설해왔다. 국제 사회에서 우리도 부족하지만 북한 인권 신장과 통일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분명히 필요한 외교정책이다.

 

 독일이 우리와 다른 점은 정확한 상황 인식을 바탕으로 경쟁 정당의 정책을 수용하고 발전시켜 통일을 이루었다는 것에 있다. 독일 통일 전 시기에 집권한 사민당의 브란트 총리는 동방정책을 펼쳤다. 이 정책은 동독에 대한 지원책이자 회유책이자 엄청난 지원을 약속하는 정책이다. 이 정책은 최대 우방이었던 미국의 반발을 샀다. 좌파의 민족주의적, 기회주의적 책동이라고 폄하까지 받았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 역시 이에 반대했다. 미국과 유럽의 이해관계는 현상유지에 있었던 것이다. 

 

 사민당의 집권 이후 등장한 기민당의 헬무트 콜 총리는 통일을 바라지 않는 국제 사회 인식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통일은 친서방의 몫이 아니라 독일인의 몫이라는 사민당의 정책을 수용했다. 대표적인 독일의 보수 정치인임에도 불구하고 경쟁 정당의 외교정책을 수용한 것이다. 독일 보수의 품격을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끊임없이 동독과 물꼬를 트고,  결국 평화적인 통일을 이루어냈다.

 

저자는 무엇을 말하는가?


 윤영관은 국제관계에 대한 여러 인식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세 가지의 외교전략을 제시한다. 

 

 첫째로 '횡축 외교'다. 한반도를 가로질러 놓여있는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의 양자 모두와의 동맹을 강조한다. 결단코 한쪽을 택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하며 강조한다. 중국의 경제의존도, 미국의 안보 의존도 포기할 수 없는 외교전략이다. 

 

 미국에 대해서는 우리가 중국에 경제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음을 강조하면서 우리의 제1 목표가 북한의 비핵화이자 한반도 내 평화이며 미국의 핵우산으로부터 벗어나지 않는 것이 안보의 최우선 순위임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중국에 대해서는 한반도 내 긴장관계가 사라지는 것이 미국과 직접적인 대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통일한국이 나서서 완충지대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둘째로 '종축 외교'를 강조한다. 우리는 위쪽으로는 러시아 아래쪽으로는 동남아시아와 접해있다. 그간 중국과 미국에 끼어서 외교역량을 확충할 수없었던 것을 반면교사 삼아 외교역량의 확충해야 한다. 자원의 풍부한 두 나라와의 외교는 경제적 실익을 제공해줄 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에서 대립하는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새로운 국제적 역할을 해낼 기회를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의 경우 중국과도 친밀하면서도 긴장관계에 있기도 하며 미국과는 과거에 비해 약해졌지만 대립의 관계에 놓여있다. 한국은 러시아와 특별한 관계에 놓여있지는 않은데 지리적 이점을 살려 중국과 러시아 사이, 러시아와 미국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도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외교를 강조한다. 한국의 경제력 규모는 강대국 사이에 끼여 있어서 그러하지 국제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수준이다. 특히 강대국으로 도약하려는 인도와의 관계가 중요하다. 인도는 비주류 국가들을 대변하면서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우며 미국과 중국의 여러 분쟁지역 사이에 끼여 있다. 이때 인도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서 아시아의 패권이 결정될 수도 있다. 한국은 경제적, 국제정세적으로 인도를 특별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유럽의 경우 유로를 통한 통합의 길로 나아갔으며 국제 사회에서 미국에 버금가는 목소리를 내는 글로벌 지위를 지니고 있는 만큼 글로벌 파트너로서의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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