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글쓰기
현충일 하루 동안 피츄와 함께 지냈다. 하루 내내 잠을 자지만, 그래도 부족한지 내 옆에서 고롱고롱 거린다. 피츄는 호기심이 많은 고양이이고, 이제 만 1살이 된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이 맘때쯤 우리집에 왔는데, 그 때부터 똥고발랄한 성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낯을 가리지 않지만 겁은 많아서 새로운 무엇인가를 보았을 때, 종종 앞발로 조심조심 다가가다 세게 한 번 친다. 그럴거면 왜 그렇게 조심했는 지 모르겠다.
작년 한 해동안 쓴 삼만원 중 가장 뿌듯한 장난감이다. 놀이를 좋아하는 피츄에게, 집사들이 없을 때도 혹은 잠을 잘 때도 잘 놀 수 있는 틱톡박스. 게임중독냥이라서 앞발 모두 넣어서 안에 있는 주황색 탁구공을 튕겨본다. 몇몇 개 구멍보다 작은 물건들을 넣어두었다. 탁구공은 정말 애를 써도 구멍에 비해 커서 결코 빠져나오지 못하지만 다른 물건들은 하다보면 박스 바깥으로 나온다. 그걸 즐길 수 있게 했다. 새벽 시간에도 종종 탁구공 소리가 울려퍼지곤 한다.
종이봉투에서 나는 그 특유의 냄새가 신기한지 새로 집으로 온 봉투가 있다면 그 안에 들어가 숨숨집 놀이를 한다. 아니면 깔고 앉기도 했다. 근래에는 폭신한 곳에 앉거나 눕는 편이지만 조금 더 어렸을 때는 바닥이 반드시 딱딱해야만 자리를 잡았다. 그 중 하나의 옵션이 종이봉투 위였다.
고양이 아니랄까봐 박스 안 착실히 들어갔다 .
더 어릴때는 앞뒤를 튼 휴지박스에도 들어가곤 했다. 어린시절 냥초딩은 그저 뭐라도 장난감이 된다.
여름에 와선인지 죽부인처럼 발레바를 꼭 안는 경우가 많았다. 더운 날 안고 있으면 꽤 시원하다. 나는 기걸 산지 오래되었어도 피츄가 안기 전에는 이러한 상상을 하지 못했다.
어린 시절에는 1분동안 쉬지 않고 움직였다. 뭐 그리 대단할 게 없는 야광봉도, 그저 반짝이가 박혀있는 플라스틱 막대기 인데도 치고 놀고 그걸 붙박이장 밑에 밀어넣고 애써 앞발로 빼보려고 노력했다. 그 때는 지금보다 다리가 짧아서 그게 쉽지 않았다. 애써 해보아도 그게 잘 될리 없다. 한 번은 안타까워서 그걸 내가 빼서 건네 주었다. 그게 너무 인상이 강했던 걸까. 무엇이든 가지고 놀다가 방석이나 쿠션 밑으로 넣어버리고 나면 나를 보며 '냐앙' 하고 울었다. 표정은 '그게 어디갔어?' 라는 것 같지만 내심 '찾아줘' 로 읽혀서 함께 찾아주곤 했다. 대부분 어딘가 밑에 끼어있어서 보이지 않게 된 상황이 많다. 다시 주면 또 그걸 신나게 축구하듯 가지고 논다.
요새는 그런 요청이 많이 줄었다. 학습이 된 것인지 어디 끼어있는 건 집요하게 자신의 앞발로 꺼낸다. 요즘엔 장족의 발전으로 장난감 통 안에서 직접 발굴해서 빼오기도 한다. 사람이든 고양이든 성장이라는 것이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