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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사 Apr 27. 2021

회사원 생활 N년차

내가 시니어기획자라니

IT업계에서의 기획자, 그런 삶을 몇년을 살았나 곱씹어보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여기서 많이 흘렀다고만 표현하는 것은 내가 스스로 몇 년이다. 이번엔 얼만큼 더 잘 해야지, 이런 식으로 살아온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일년을 보내고 그 다음 일년 간의 과업을 해치우고 시간을 보내다보니 그만큼 시간이 흘러서 그렇게 자각한 것이다. 어릴 적에는 왜 어른들이 몇 살인지 이야기하길 꺼리고 몇년에 태어났는 지만 세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한 해 한 해 나이가 바뀌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그저 흘러가게 놔두었기에 생기는 현상인 것과 동일하다. 어떻게 또 2021년이 되었다. 

육아휴직 1년을 하고 돌아온 회사에서는 갑자기 나에게 시니어 기획자의 역할을 요구했다. 생각해보면 2010년부터  IT 비즈니스에서 기획자 역할을 하고 있으니 햇수로 많이 흘렀다. 그 사이에 1년 3개월 출산과 육아로 인해 보낸 시간은 여기서 아무렇지 않게 사라진다. 그간 회사일을 고민한 적도, 업계 변화에 신경쓴 적도 없다. 그냥 내 아이가 잘 자는지, 잘 먹는지 정도만 보고 있었지 프로젝트 진행에서 기획의 역할 같은 건 내 알바가  아니었으니까. 


주니어들을 잘 이끌어주는 역할을 해주길 바랍니다. 


정확하게 이런 문장까지는 아니었지만, 내 과거. 4년차가 되기 전에 치열하게 고민했던 '기획자는 무슨 일을 하는가' 이런 게 불현듯 머리속을 지나가긴 했다. 지금의 회사 입사 전에 썼고 그 글로 입사면접 때, 주목을 받기도 했었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이 언제 있긴 했었냐는 듯 까마득해져버렸다. 프로그래밍도 할 줄 모르는 기획자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걸까, 그런 의문이 들 때도 되었는데. 


조직장에게 부탁받은 저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시니어의 자리에 서서 생각을 해두고 미리 답변을 마련해두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러게. 기획자는 무엇을 해야하는 것이고, 어떻게 해야 일을 잘 하는 것이 될까. 저 문장이 다른 어떤 R&R 보다 지극히 부담스러웠다. 타인에게 조언을 하는 것도 어렵고, 어떤 식으로 전달할 지도 막막하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라떼는 말이야 를 외치는 꼰대가 될 수도 있고, 그것이 두려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무책임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열흘 정도 고민한 후에 어떻게 할지 결론을 내리기는 했다. 


1. 당사자에게 '내가 이런 역할을 맡게 되었다'를 알린다.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건 간섭이 아니라 도와주고 싶어서 하는 것을 미리 알리고,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해줬으면 좋을 지 먼저 물어보는 걸로 결정했다. 그래야만 선을 지키면서, 본인이 필요한 부분부터 함께 해나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서 내가 생각하는 나의 결함, 단점, 혹은 종종 간과하는 부분들에 대해서 미리 알려주고 오픈하는 게 좋겠다 싶다. 


2. 내 나름의 일하는 방식에 원칙을 몇 개 세운다. 


몇 가지 대원칙을 정해두면 어느 날은 이렇게 말했다가 다른 날은 또 다르게 말하는 과오를 범하지 않을 것 같다. 기준이 일관되어야 듣는 사람도 헷갈리지 않을 것이라. 여기서 원칙의 예를 들자면, '기획의 이유과 목표를 명확하게 쓴다' '화면기획서는 졸다가 봐도 이해할 수 있게 쉽게 쓴다' '어떤 일이 진행될 때 관련 자들을 열거해본다.' 등등 을 정해두려 한다. 


3. 함께 할 일 목록을 잘 관리한다. 


일이 많아지면 동시다발적으로 처리하기 버거워질 때가 있다. 특히나 여러 태스크가 진행이 될 때, 각각은 진척속도가 다르고 진행하는 주체들이 다르다보니 마냥 미뤄지는 것도 있겠지만, 진행상황을 상시 체크해야하는 일이 꽤 많다. 


4. 상대방이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맡긴다. 


이것은 내가 초년생일 때 사수가 해주던 방법인데, 전적으로 담당은 넘긴다. 다만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뒤에서 잘 망을 봐주고 해결을 해주는 게 필요하다. 약간 멀찍이서 지켜보는 방식인데, 이 방향이 성장이 제일 빠른 것 같다. 물론 프로젝트에 구멍만 안나면 가능한 방식이다. 마니또 같은 느낌이다. 


5.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결론은 내가 잘하면 된다. ... 사실 아직 업무 정상궤도로 들어오지도 않은 상태라 이 부분이 제일 어렵지만. 나의 방식을 만들고 그렇게 하면 잘 될 것 같다는 신뢰감을 주는 게 중요할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세월의 흐름을 더욱 잘 실감하려고 인턴쉽 관련해서도 참여해보기로 지원을 했다. 이들을 만나야 보다 더 나이를 땅땅 느끼고 잘 해야겠다는 걸 느끼게 되지 않을까. 조금은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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