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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사 Jun 06. 2022

'유능'한 기획자

넥스트레벨 : 새로운 일을 발굴하자. 

'좋은' 기획자, 라고 써 둔 나의 글을 보면 대놓고 마음가짐에 대한 글이 일색이다. 어떠한 분야에 공부를 해야하고 연구하여 발전시킨다, 라는 내용은 정말 한 줄도 없다. 


모든 이유는 나에게 있다. 


사람마다 공부할 범위는 다르다 


지능을 발휘해서 해결하는 것은 알아서 잘 해야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조언으로 해 줄 이야기도 아니고, 문제 해결을 위해서 닥치면 다 배우는 게 맞다. 필요하면 SQL도 하면 되고 급하면 운영을 위한 공지사항도 잘 써야하고 정말로 디자이너가 말도 안되게 바쁘면 포토샵도 간단하게나마 쓸 수 있어야한다고 생각하니 그 부분을 통째로 비워둔 것도 있다. 그리고 각자가 처한 영역에 따라 필요한 지식의 분야는 너무나 다르니 쓸 이유가 없다. 음악서비스, 매칭서비스, 메신저서비스, 결제플랫폼, 광고플랫폼 모두 필요한 내용이 달랐다. 그리고 글을 보는 다른 기획자들도 그에 맞은 내용을 잘 공부하고 있을 것이다. 


음악서비스를 할 때 공부가 필요했던 범위 
- 앱스토어 정책
- 사용자 패턴
- 음악장르분류
- 스트리밍을 위한 데이터처리 구조
- 로그인 값 관리
- 화면 크기변화에 따른 사용성 차이 
- QA 시 확인 범위
매칭서비스 때 공부가 필요했던 범위
- 심리학 
- 결혼정보회사의 로직
- 교환가치 
- 아이템에 따른 금액 설계
- 어드민 설계
- 배포 주기 산정
메신저 서비스 
- 통계 
- 사용성
- 트래픽과 연간 이벤트 
- 사용자 패턴
- OS별 차이, 관리
결제플랫폼
- 로그와 추후 처리 프로세스
- 회계 및 대차대조표
- 사업자 정보 관리
- 충전, 결제, 환불 로직
광고플랫폼
- 다양한 사용자의 요구에 맞는 플랫폼 설계
- 온라인 광고 산업 구조
- 소셜 로그인
- 유관 서비스에 대한 이해
- 대량 데이터 처리 흐름 이해 



공부가 쉽고 사람 대하는 것이 더 어려워요 


더 예전이었다면 꼭꼭 숨겼을 말이지만, 대인관계를 공부하거나 일하는 것보다 열다섯배는 어려워하는 사람이다. 그러다보니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시점에 스스로 정리해둔 내용이 모두 애티튜드만을 다루었다. 의외로 직장생활에서는 남이 나에게 가르쳐 줄 수 밖에 없다. 내가 알아야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보니, 알아먹을 때까지 떠먹여준다. 좋은 사람을 잘 만나면 더 친절하게 떠먹여줄 수 있다. 좋은 사람을 잘 만나면 되는 것이고, 배우는 것은 내가 하기 나름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사람을 대하는 것이 어렵고 신중할 수 밖에 없어졌다. 의식하지 않고 무심결에 말을 했다가 같이 일하는 동료의 마음을 다치게 하면, 이후에 그 사람과의 업무진행은 꽤나 힘들어진다. 담당자 배정을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보니 한 번 사이가 틀어지면 마주하는 내내 괴로울 수 밖에 없다. 특히나 기획자는 업무 특성상 다양한 역할을 하는 이들은 많이 만나고 자주 만나다 보니, 순간순간을 괴롭게 만들면 하루 여덟시간 업무가 많이 힘들어진다. 


저는 회사 친구 사귀러 다녀요 


유치한 이야기지만, 진심이다. 24시간 중 8시간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은 인생의 목표 수준으로 중요한 일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미움을 받거나 소원해지는 것이 싫다보니, 안정적으로 화목한 관계가 보장되어야만 일을 할 수 있다. 감정적인 패널티가 있다보니 이부분에 정말 많은 공을 들인다. 타인에게 다가가는 것이 서툴다보니 일을 하면서 천천히 다가가도 방해되지 않게 작은 사담을 한 줄 정도만 건넨다.

연봉인상을 위해 좋은 평가를 받는 것보다 같이 일하는 동료 한 명이라도 더 나를 좋아해주는 게 좋다. 지극히 소시민적이지만 삶의 기조가 그렇다. 더 나이든 부모님의 말을 들어도 이 방향이 맞는 것 같다.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데, 사람이 훨씬 귀하다고. 


'유능'한 기획자


'유능'한 기획자 라는 말에 인용부호를 넣은 이유가 이부분이다. 

무엇을 유능하다고 볼 것인가. 

여러 필드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 혹은 자신이 있는 필드에서 새로운 일을 진행할 있는 사람, 어떤 일이든 있는 사람. 아니면 어떤 요구사항이든 되게 하는 사람. 


나의 연차에 대해 놀라기 전까지는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 목표였다. 다채로운 분야를 경험하고자 했고 그 경험이 어디든 빠르게 적응하여 찰떡같이 할 수 있는 것이 기획자로서의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어쩌면 주니어 기획자라면 맞는 말이다. 제너럴리스트, 필요하면 다 하는. 다 할 수 있는 사람. 


주니어들을 잘 이끌어주는 역할을 해주길 바랍니다. - 익명의 상사 A


육아휴직 후 복직을 하고나니 이런 이야기를 듣고. 나는 부모만 된 것이 아니라 시니어 기획자가 된 것이라는 자각을 했다. 손으로 햇수를 세어보니 어느새 10년이 지나있었다. 그 때 알게 된 친구는 거의 열살이 차이가 나고, 그 시절의 내 모습을 간직한 이들도 있고. 한 세대가 바뀌는 것처럼 뉴비들을 보고나니 생각이 달라졌다. 빠르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역할은 비단 나 아닌 누구든 가능하다. 빠릿하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뉴비들을 보니, 어쩌면 그만큼 연차 값을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보다 뇌도 젊고 체력도 좋은 이들이 다 할 수 있는 일을 그저 시킨다고 하는 것 아니었나 싶었다. 


보다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영역을 찾아요. - 익명의 상사 B 


내가 여지껏 생각한 것과 정 반대의 요구사항이다. 어쩌면 다른 스테이지로 진입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제 새로운 유능을 찾으러 가자.

새로운 유능은 아마도 '새로운 할 일을 발굴할 수 있는 사람' 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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