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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Chive Jul 08. 2023

3~4. 불편한 편의점 1,2

갑자기 진한 옥수수수염차가 먹고 싶어졌다.

최대한 스포일러를 뺐으나, 책을 읽고자 하신다면 책을 읽으신 뒤에 오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나는 무엇이든 베스트셀러 데이터를 잘 믿지 않는 편이다. 누군가는 나에게 홍대병이냐 뭐 그렇게 묻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태생부터 B급을 사랑하게 설계된 사람 같다. 핸드폰도 지금은 없어진 LG폰, SKY폰 마니아 였고, 이런 성향은 책에서도 이어졌다. 도서관이든 서점이든 서서 몇 페이지는 읽어보고 산다. 그런 내가 정말 오랜만에 베스트셀러 데이터를 믿고 책을 샀다. 교보문고에서도, 예스24에서도, 밀리의 서재에서도 계속해서 이 책이 베너에 떠있으니, 도대체 어떤 책이길레 거의 한 8~9개월 동안 내 모니터에서 내려가지 않는건지 궁금했다. 그렇게 출간된 지는 어느정도 지난 이 '불편한 편의점'이 내 책꽂이에 들어오게 되었다.


    책은 베스트셀러지만, 이 책은 책의 성공과는 대비되게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평범한 B급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책의 특징은 always 편의점이라는 공간적 배경을 바탕으로 그곳의 직원, 손님들의 이야기를 한 사람, 한 사람 조명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는 점인데, 마치 우리가 고등학교 시절에 읽던 양귀자 님의 소설 '원미동 사람들'을 보는 느낌이다. 독자의 입장으로는 읽다보면 자기와 처지가 비슷한 사람에 자신을 이입하게 되어 책속으로 자연스럽게 몰입이 된다.


   교사로 정년퇴직을 하여 먹고사는 데는 문제가 없으나 남편이 남긴 유산으로 작은 편의점을 차려 운영하는 사장 임영숙 씨(1권~2권), 못난 남편과 아들을 둬 평생 속앓이를 하는 오선숙(1권~2권), 힘없는 40대 가장 경만(1권), 코로나로 인해 무대가 사라져 힘든 시절을 보내는 은퇴한 배우이자 작가 인경(1권~2권), 편의점 알바를 하며 공무원 준비를 하는 시현이(1권), 가정형편이 안 좋은 고등학생 민규(2권), 취준에 계속 실패하며 계속 자신감을 잃어가는 알바 소진(2권), 코로나로 인해 가게 형편이 안 좋아져 힘들어하는 정육식당 최 사장(2권), 편의점 사장의 사고뭉치 아들이지만 2권에서 다시 마음을 다잡는 민식이(1권~2권), 이외에 모든 사람들을 연결하는 1,2권의 각 주인공들인 독고 씨와 황근배(홍금보) 씨 등 여러 인물의 이야기가 남 얘기 같지 않은 이야기들이다. (오히려 제일 현실성이 없는 쪽은 정작 1편의 주인공인 의사에서 노숙자로 전락했다가 회복하는 독고씨였지 않았나 싶다.)


이 책은 이들이 어려움에서 헤어나와 회복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쭉 읽다보면 이들이 나의 부모님이고, 나의 동생이고, 나의 형/누나들이고. 내가 되기도 한다.(그래서 그런가, 이 책에 대한 댓글을 보면 가족이 다같이 봤다는 댓글이 많다.) 거기다 아직 채 가시지 않은 코로나 펜데믹 시대에 우리가 겪었던 불편함을 보여주기에 더 빠져서 읽을 수 있었다.


1. 불편한 편의점, 여러분의 편의점은 어떤 곳인가요?

   제목부터가 매력적이다. '편의'와 '불편'은 양립하기 어려운 단어다. 1989년, 내가 태어난 해에 한국에 최초로 편의점이란 것이 생겼다. 내가 어렸을 때는 오히려 GS, CU 보다는 우리가 슈퍼라고 불렀던 구멍가게가 더 많았다. 그 시절 슈퍼는 100원짜리 오락기가 슈퍼 앞에 있어 동네 꼬맹이들이 다 줄을 서서 게임 한판 하려고 모이는 장소였고, 가끔은 밤의 방범초소의 역할을 하며, 동네 주민들이 서로 이야기를 하며 모이고, 가게 주인 아주머니 아저씨들은 동네 사람들에게 말을 거는 것에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그러나 요즘 편의점에는 그런 것들이 없기도 하거니와, 책을 읽다보면 이 곳에 오는 사람들에게 편의점은 그런 것이 '불편함'으로 느껴지게되는 곳이 되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독고씨(1편 주인공)와 근배씨(2편 주인공)가 편의점에서 근무하며 손님과 주변사람들에게 부리는 그 오지랖, 그리고 그에 따라 사람들이 느끼는 그 '불편함'에서 해결의 실마리가 나온다. 결국 거기서 사람들은 위안을 얻고, 고독을 떨치고, 가족과 화해한다. 그 불편함 어쩌면 이 always 편의점이 따뜻한 이유는, 편의점과 슈퍼를 적당히 섞어놓은 데서 온 특별한 정서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이 책은 그렇게 얘기하는 거 같다. 그 불편함이 정말 나쁘기만 한거냐고. 코로나로 더더욱 고립되어버린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거는 오히려 이런 것들 아니냐고. 그리고, 우리도 저렇게 남을 위로할 줄 아는 어른이 될 수 있겠냐고.


2. 불편한 편의점, 지친 당신을 위한 선물 

   대부분 힐링소설이라는 테그를 달고 나오는 소설을 보면 그렇듯이, 특히나 지금 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이라면 한번쯤 읽고 마음이 가벼워지는데 도움이 될 것같다. 나 역시 요즘 여러 일로 피곤해지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주변 문제가 한결 덜 무거워 보이고 다시 회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을 스포 안 하고 리뷰를 하려니 참 어렵다.) 그 원인이 코로나로 인한 무언가였다면, 더더욱 강하게 추천 드린다. 그러고보면 이 소설은 힐링소설이기도 하지만 세태소설이기도 하지 않을까? 아마 먼 훗날 이 코로나 시국이 교과서 어딘가에 기록으로만 남게되는 시기가 오면 이 책은 엄청 중요한 자료가 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3. 불편한 편의점, 생각나는 한 줄들 모음 (전자책 기준)


- 편의점이란 사람들이 수시로 오가는 곳이고 손님이나 점원이나 예외없이 머물다 가는 공간이란 걸, 물건이든 돈이든 충전을 하고 떠나는 인간들의 주유소라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1권, 157p.  


- 따지고 보면 가족도 인생이란 여정에서 만난 서로의 손님 아닌가? 귀빈이건 불청객이건 손님으로만 대해도 서로 상처 주는 일은 없을 터였다. 1권, 289p.


-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음을 이제 깨달았다. 1권, 172p.


- 인생은 원래 문제 해결의 연속이니까요. 그리고 어차피 풀어야 할 문제라면, 그나마 괜찮은 문제를 고르려고 노력할 따름이고요. 1권, 159p.


- 밥 딜런의 외할머니가 어린 밥 딜런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행복은 뭔가를 얻으려고 가는 길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길 자체가 행복이라고. 그리고 네가 만나는 사람이 모든 힘든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에 친절해야 한다고. 1권, 93p


- 다시 일어나 돌아가야 했다. 사람은 일어나면 가만히 서 있지 않는다. 일어나면 움직이게 되어 있고 어떻게든 앞으로 걸어가게 되어있다. 그것이 재기이고, 정신을 차리고 내가 가야할 길이었다. 2권, 176p.


- 살았다. 살아지더라. 걱정 따위 지우고 비교 따위 버리니, 암 걸릴 일도 독 퍼질 일도 없더라. 물론 근배에게 산다는 건 걱정거리로 가득했고 사람들의 하대는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엄마가 남겨준 말을 꼭꼭 씹었다. 2권, 122p.


- 각자를 자각해야 각각이 되는 거야. 가족이자 각각이어야 오래 갈 수 있는 거고. 2권 167p.


- 평안. 평안은 문제가 해결되어서가 아니라 문제를 문제로 바라볼 수 있어 가능했다. 2권 164p.


- 간단히 말해서 로켓에게는 때론 궤도 수정이 필요하단다. 동현이도, 우리 집도 지금은 궤도 수정이 필요한 때 같다고 아빠는 생각해. 2권 9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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