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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51page
이 사회는 거대한 타인의 운전석이다.
타인의 운전석이라는 가장 좁은 공간에서 바라본 우리 사회의 모습 그대로다. 타인의 운전석에서 나는 세 가지의 통제를 경험했다.
운전에 필요하지 않는 모든 ‘행위’의 통제다.
액셀, 브레이크, 깜빡이 등 운전에 꼭 필요한 행위 말고
차의 주인이 자기 몸에 맞춰 조절해 놓은 모든 걸 크게 불편하지 않으면 모두 건드리지 않았다.
다음은 ‘말’의 통제다
화제를 내가 정하고 먼저 말을 걸지 않는다
차의 주인이 화제를 정하고 말을 건네면 반가이 화답만 하면 그만이다. 그가 침묵하면 나도 묵묵히 운전만 한다.
마지막으로 ‘사유’의 통제다
주체적으로 행위하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은, 사유하지 않게 된다는 의미와 같다.
처음엔 하고 싶은 말이 맴돌아 답답했지만 나중에는 그런대로 편해졋다. 손님의 질문에 영혼 없이 대답하면 그만이었다.
스스로 판단하지 않고 타인에게 질문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타인의 운전석은 이처럼 한 개인의 주체성을 완벽하게 검열하고 통제한다.
신체뿐 아니라 언어와 사유까지도 빼앗는다. 운행을 마치고 운전석에서 내려와도 나의 신체는 온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나는 그 어느 공간에서도 그다지 주체적인 인간으로 존재하지 못했다.
나는 이 사회를 대리사회로 규정한다.
우리는 더 이상 온전한 나로서 현상을 바라보고 사유하지 않는다.
스스로 판단하고 질문하는 법을 점차 잊어가고 있다.
대리사회의 괴물은 그러한 통제에 익숙해진 대리인간을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