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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십일페이지 Jan 15. 2019

월급이 주는 삶의 만족도는?

'남편' 월급이 0원인데, '아내'는 만족스럽다고 한다

18년 12월, 회사는 퇴사했다.

보통 직장인의 퇴사는 이직할 곳을 마련해둔 퇴사(라고 말하고 잠시 휴식이라고 읽는다)가 일반적이다.

이번 나의 퇴사는 진짜 퇴사였다. 이사 갈 집을 계약하지 않고, 지금 집을 나왔다.


이유가 딱 하나를 꼬집어 말할 수 없다. 결정에 영향을 준 요인은 늘 복합적이다.


아무튼, 그렇게 12월 초부터 집안 일과 5살 아이 육아를 하며 보낸 지 40일이 지났다.


- 과연 월급이 주는 삶의 만족도는 얼마나 될까?

- 남편의 월급이 가정에 미치는 (만족도) 영향은 어느 정도 일까?


여러 질문이 생각나던 시기에 아내랑 이야기를 나눴다.


아내 - '당신 요즘 스트레스받는 거 있어?'


얼마 전 이야기 나누다. 아내가 물었다.
퇴사 후 쉬면서 집안 일도 하고 아이와 여행 다니고 즐거워 보이지만 남편이 퇴사 후 분명 불안한 마음이 있을 텐데 여러 걱정에 물어본 질문이었다.


나 - 스트레스? 당연히 걱정이 있지~ 물론 걱정이 너무 커서 스트레스 심하게 받을 정돈 아니고 쉬면서 즐기고 있지만~ 없다고 할 순 없지


아내 - 응, 그렇겠지~ 혹시 너무 심하게 스트레스받고 있을까 봐 이야기한 거야. 알아서 잘하겠지만 스트레스받지 마. 좋은 기회다 생각하고 아이랑 아빠랑 시간도 많이 보내고, 즐기면서 모처럼 쉬고 그래~ 어설프게 스트레스받다가 이런 기회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보내지 말고


나도 피부로 느끼고 있지만, 요즘 아내가 삶의 만족도가 올라간 듯 보였다. 직장 생활 스트레스도 비교적 덜한 느낌이다.  아이러니하다. 남편이 월급이 0원인 상황인데, 오히려 돈 잘 벌 때보다 만족도가 올라가다니?

아내도 여느 직장인과 마찬가지로 연말연초 회사 일이 많고 인사이동에 정신없이 보내고 있다. 

거기에 12월, 1월은 대부분 유치원, 어린이집 겨울방학시즌이다.

평소라면 이 시기에 맞벌이 부부는 서로 예민해지는 시기다. 아이를 어디에 맡길까? 유치원 보낼 순 있지만 대부분 아이들이 놀러 가거나 할 텐데, 우리 아이만 보내자니 죄책감도 들고... 이런저런 걱정이 많아진다.


아내는 늘 아이 유치원 하원으로 야근도 못하고, 회식이나 동료들과 저녁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집에 뛰어오기 바빴다. 남편이 마침 이런 시기에 퇴사 후 집에서 아이랑 여행도 다니고, 집안 일도 하며 이 문제를 해결하니 아내 만족도가 자연스럽게 올라간 것 같다.

늘 머리를 무겁게 하던 풀기 어려운 숙제가 풀린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다들 알지만, 이 문제는 단순히 돈으로 해결하기도 어렵다. 하원 도우미를 고용하거나 양가 어르신들에게 부탁하거나 방법이 있지만~ 돈으로 그렇게 해결해도 마음 한편에 미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아이한테 늘 미안하다.


해결이 어렵던 문제가 월급이 0원이 되니 해결되었다.

개인적으로도 쉬면서 건강하게 집안 일도 하고 아이랑 많이 즐기며 만족스럽고 아내도 만족스럽다.

아이도 아빠랑 시간을 자주 보내고, 유치원 등원/하원을 같이 하니 아빠에 대한 애정도가 올라가고 있다.

어느 날 유치원 선생님이 '아이가 요즘 아빠 이야기를 참 많이 해요!'라고 하셨다.

매일 아침 아이와 유치원 등원...


퇴사 후 세 가족이 모두 만족스럽다니. 재미있는 경험을 하고 있다.


물론 아내가 갑작스러운 남편 퇴사에 바로 적응을 한 건 아니다.

전에 퇴사 후 동네서점을 창업했고, 1년 반 정도 운영을 하며 아내도 남편의 퇴사와 창업 후 서점을 키우던 힘든 시간을 겪어보니, 남편의 퇴사가 그렇게 죽을 만큼 힘든 일이 아니구나. 소비를 적절하게 조절하면 충분히 혼자 벌어서도 지낼 수 있구나라는 경험치가 쌓였다. 맷집이 생긴 것이다.


아내 - '당신 서점 할 때 그 경험 덕분에 내 생각도 많이 바뀌었어'



퇴사 -> 서점 창업 -> 다시 직장인 -> 퇴사를 거치며 나도 성장했지만

아내도 함께 성장했다. 맷집이 강해졌다.


당장 1개월 정도 더 빨리 취업한다고 삶이 드라마틱하게 좋아지지 않으니 초조하게 결정하지 말고, 잠시 휴식하면서 다음 그림 천천히 그리라고 위로해주는 아내에게 감사하다.


회사 다니면 다니는대로 걱정

퇴사하면 퇴사한 대로 걱정

창업해도 걱정... 살다 보니 어느 정도의 '불안'과 '걱정'은 디폴트다. 피할 수 없다. 


늘 책으로만 접했고, 배부른 소리 아닌가? 싶던 이야기지만 다양한 경험을 직접 하며 나도 배우고 있다.

돈이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삶을 만족스럽게 살아가는데 1순위는 아니구나~


지금 시기를 허무하게 보내지 말고 이왕 쉬는 거 즐겁게 집안 일도 하고 책도 읽고 아이랑 여행도 다니며 최대한 불안을 지렛대 삼아 알차게 보내려 노력 중이다.

지금 내가 경험하는 이 시기는 누군가에겐 인생에 가져보기 어려운 시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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