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열음 May 18. 2022

2호선에서 운동해본 적 있나요?

시간이 없다는 건 핑계일지도


2호선 퇴근길, 출발하기 직전의 열차를 운 좋게 탔다. 가장 끝 칸에 등을 기대고 서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내 쪽으로 저벅저벅 걸어오셨다. 세미 정장을 입고 계셨던 그분은, 벽을 짚고 U턴해서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가셨다. 빈자리를 찾아오셨다가 만석이라 다시 가신 것 같았다.


이윽고 몇 분이 지나 그분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조금 다른 건 아까보다 조금 숨찬 표정으로, 하지만 평온한 눈빛으로 오셨다. 알고 보니 퇴근길에 짬을 내어 걷기 운동을 하고 계신 거였다. 인파가 적은 구간이라 걷기에 적당했다. 보기 좋게 착각한 것이다. 심하게 벽에 손을 대고 다시 돌아가는 모습은 반환점을 도는 수영선수를 떠올리게 했다. 자신만의 코스를 완주하고 그걸 꾸준히 지속하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우리는 운동하기 전까지 온갖 핑계를 대곤 한다. 퇴근하고 나면 피곤해서, 헬스장에 가면 사람이 많아서, 내일부터 시작하려고.. 나 또한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운동뿐만이 아니다. 무언가 시작하려고 할 때 당장의 수고스러움, 귀찮음이 의지를 앞서 갖가지 꼬리가 따라붙는다.


하지만 지하철에서 본 어느 아저씨를 보고 마음을 다잡아 본다.

진짜 없었던 건 시간이 아니라 내 의지가 아니었을까. 하고 싶을 땐 이유가 되고, 하기 싫을 땐 핑계가 되니까. '이유'를 좀 더 많이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밤이다.

작가의 이전글 마음이 시끄러울 땐 대교를 건넌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