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들린 책을 읽으며
우리 귀신이야기는 왜 슬플까? 책을 읽는 내내 생긴 감정이다.
설화는 보통 구전되어 온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다가 변형이 일어나기도 하고 뜻있는 사람들에 의해 기록되어 전해지기도 한다.
설화는 그래서 사람들의 삶과 의식을 반영하고 우리 내면의 깊은 무의식을 보여준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전해지는 귀신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귀신의 등장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대부분 슬프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있는 정서 중 ‘한(恨)’이 있는데 대부분 귀신들은 한스러운 사연을 가지고 있다. 서양 귀신에서 볼 수 있는 악귀의 느낌은 아닌 것이다.
예를 들면 전설의 고향에서 시각화된 처녀 귀신도 보기에는 무섭지만 저마다 사연과 억울함이 있어 나타나는 것이다. 자신의 억울함을 알아주거나 풀어주는 이가 있으면 물러간다. 또한 우리 설화에는 불교가 자주 등장하며 이에 얽힌 이야기도 많다. 아마도 긴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 불교의 영향이 아닌가 싶지만 이 또한 뭔가 사연이 많아 보인다. 사실, 불교라면 속세의 인연을 뛰어넘어야 하지만 이야기를 보면 지극히 뭔가 얽혀 있는 일들이 많다.
또한 뛰어난 인물이 있었으나 그 뜻을 펼치지 못하고 사그라진 사연도 꽤 있다. 아마 그 사람들이 모두 자신의 뜻을 폈다면 우리나라는 아마도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도 해본다.
한 가지 더 이야기하자면 도깨비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도깨비는 심술궂은 경우가 많은 데 먹을 것이 모자라 자신의 몫이 없으니 심술을 부려 완성해 놓은 둑의 돌 일부분을 빼 버리는 장면은 도깨비의 심술을 잘 보여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무섭거나 두렵다기보다는 인생의 희로애락(喜怒哀樂) 중 ‘애(哀)’ 즉 슬픈 감정이 앞선다. 삶은 조금이나마 알아서 그런지 인생이 원래 그런 것이라 그런지 잘 모르겠다. 책 표지의 설명처럼 고전은 상상력의 원천임에는 분명한데 뭔가 애잔하다. 슬프고도 무서운 이야기, 그것이 우리나라 귀신 이야기의 특징이 아닌가 한다.
또한 이러한 귀신 설화에는 인간 마음의 움직임이 담겨져 있다. 약속을 끝까지 지키는 사람, 신의를 배반하는 사람, 욕심에 눈이 먼 사람, 사랑하는 사람을 못 잊는 사람 등 수많은 인간 내면이 매우 잘 드러나 있었다.
살다 보니 나도 신화에 나오는 그들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친근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