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괜찮은 태도

박지현 저. 메이븐 출판사

by Dr Jang

다큐 3일이라는 프로그램을 즐겨본 적 있다. 3일, 72시간이라는 시간적 범위를 정해놓고 다른 장소, 다른 인물을 대상으로 여기저기 옮겨가며 이야기를 풀어내는 프로그램이었다.

카메라라는 것이 묘한 힘이 있어 찍는 사람이나 찍히는 사람이나 마음을 열게 할 수 있는 묘한 매력이 있다. 카메라를 든 사람은 그 자체로 화자가 되어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으려 하고 카메라에 비친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를 맘이 내키면 술술 풀어내게 하는 도구가 된다.

어느 날 뉴스에서 다큐 3일이 약간의 잡음이 발생했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은 것 같았고 어느샌가 프로그램은 사라져 버렸다. 황금시간대에 하는 프로그램이 아닌 밤늦게 하는 프로그램이라 집중을 하며 봤는 데 아쉬움이 잠시나마 있었다.

이 책은 그 프로그램에서 카메라를 든 사람이 쓴 글을 담았다.

짐작할 수 있겠지만 VJ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이야기를 나누고 카메라에 그들의 모습을 담았다. 그중에서 저자가 기억에 또렷한 에피소드를 담은 책이었다.

각 이야기별로 짧아서 읽기 좋았고 눈물샘을 자극하는 내용도 있다.


내 경우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와닿았다. 수험생 아들을 위해 날마다 갓바위를 오르는(쉽지 않은 코스다. 직접 올라보면 말이다.) 아버지의 이야기는, 그러나, 아들에게 표현하지 못하고 속만 끓이는 아버지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글을 읽으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도 아버지에게 받은 선물이 있었다. 나의 아버지는 술을 드시면 주사가 있어 가족들을 힘들게 했고 최근까지도 그것을 무척이나 원망했는데 이 이야기를 읽고 보니 아버지가 어린 시절 나와 둘이서 쉬는 날이면 놀러 간 일이 문득 생각났다. 내가 아빠가 되어 아이들에게 잘한다는 말을 듣고 싶은 욕심과 의무에 자식들과 여러 곳으로 놀러 간 것이, 실은 우리 아버지가 나에게 준 선물이었구나!라는 생각에까지 다다르니 생애처음으로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그게 유산이었고 선물이었던 것이다.

나에게 깨달음을 준 책이다.

물론 비슷한 패턴을 반복하니까 흡인력이 떨어지는 면이 있어 힘이 떨어져 다 읽지는 못했지만 위의 에피소드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책인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우리나라 귀신의 특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