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레볼루션하트 부산 팝업스토어 관람기
몇 달 전부터 아이와 엄마가 실랑이를 했다.
가끔 흘려들어 대략 짐작은 가지만 '레볼루션하트'라는 아이돌 그룹, 정확하게 말하자면 버츄얼 그룹이다.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가면 뒤에서 움직이는 그룹이다. 사람은 있으되 그들의 목소리를 제외한 모습은 그래픽으로 구현한 아이돌 모습과 연동되어 움직인다. 라디오 방송을 하되 모습은 그래픽으로 창작한 사람들이 화면에서 움직인다고 보면 된다. 가상현실과 진짜 사람을 합쳤다고 할까?
어쨌든, 거기서 이번에 처음으로 팝업 스토어를 연다고 한 모양이었다.
아이는 부산으로 가고 싶다고 했고 엄마는 탐탁지 않게 여겼다.
결국, 아빠와 이야기해 보라고 했는데, 나는 아내와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그냥 어떻게 부산 롯데백화점 본점까지 갈지 방법을 제시해 버렸다. 아내는 내심 여행 계획으로 관심을 돌리려고 했던 모양이고 나한테 그걸 이야기해 줬으면 했단다. 아이는 의외로 쉽게 자신이 가고자 하는 곳에 데려다준다고 하니 표시는 내지 않았지만 내심 매우 좋았던 모양이다.
아내와 나는 별 인기도 없는 낯선 그룹이 백화점을 빌려서 행사를 한다면 남는 게 있을까?라는 걱정을 하면서 부산으로 새벽부터 출근하듯 길을 나섰다. 그러나, 부산에 도착하여 아내와 아이가 내리는 순간 우리 부부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차를 주차하고 돌아오니 아내가 먼저 카톡을 남겼다.
줄이 매우 길다는 것, 아이들 생긴 모습이 대략 비슷한 패턴이라는 것
얼마간 걸어서 도착하니 과연 아내말대로 청소년 또래 아이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고 아내의 설명대로 아이들은 우리 집 아이와 비슷한 패턴의 모습이었다. 희한했다. 아내와 나는 눈앞에 펼쳐진 이런 광경을 해석하느라 저마다 한 마디씩 했고 선착순 대기에 등록한 아이는 신이 나 있었다.
간단히 요기하러 근처 분식집에 갔더니 딱 봐도 어떤 사연으로 가족들이 한데 모여 간식을 먹고 있는지 알만한 사람들이 가득했다.
커피집도 마찬가지였다.
부모와 아이, 멀리 오겠다는 아이의 성화를 못 이겨 따라온 부모는 예의 그렇듯,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그 잔소리 패턴은 짐작하다시피 우리 집과 매우 유사했다. 조금 떨어져 그런 모습을 보니 좀 웃겼다. 그런 소리를 하건 말건 아이가 신나 있는 모습도 꼭 같았다.
시간이 되어서 팝업스토어 쪽으로 갔다. 백화점 직원들은 몰려든 사람들을 정리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었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무슨 일인가 하면서 호기심 어린 눈으로 힐끔 거렸다. 드디어 차례가 되고 입장을 하니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사진 찍기에 열중했다. 나는 그런 아내와 아이의 모습을 찍고 있었다. 사실, 입장하니 별거 없었다. 어른들 눈에는 그랬다. 하지만 아이와 그 장소에 있던 수많은 아이들은 열광하고 있었고 별 쓰일 데도 없는 물건에 그동안 모아 놓은 용돈을 아낌없이 투척했다. 그나마도 품절이 있어 예약까지 했다. 오기 전까지 백화점에 주차를 하면 주차요금이 나와서 일부러 멀리 주차를 했는데 아이가 쓴 금액을 보니 백화점에 5시간도 주차가 가능했다. 참 웃기는 현상이지만 재미있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
밖으로 나와서 백화점 전광판에 아이가 좋아하는 '레볼루션 하트', 아니다 'Re레볼루션 하트' 영상이 나오니 지나가던 아이들이 사진을 찍고 난리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도 아니고 가수도 아닌데, 거기다 잘 알려진 그룹도 아닌데 저런 반응을 보이다니, 익숙해졌다가도 또 낯설다.
아이가 좋아하니 다행이다.
아내는 대입이 끝날 때까지는 금지라고 한 말을 다시 한번 못 박는다.
아마 그때쯤에는 저 그룹 망했을 거라고 나도 농담 삼아 한 마디 거든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이는 신나 있다. 그런 모습도 나중에는 그리울 것이다. 그러기에 아내나 나도 여행 삼아 따라왔다.
따지고 보면 어르신들이 옥장판, 온열기기 등을 사는 것을 보고 자식들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또 한 편 생각을 해 보면 우리의 부모님들이 왜 그것을 사는지, 왜 열광하는지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이런 말을 하는 우리 자신도 무엇인가에 알게 모르게 열광하고 살고 있다. 자식 혹은 우리 부모님은 그걸 보고 뭐라 할까?
세대가 다르면, 나이가 다르면 열광하는 것도 다르다. 그것을 이해하는 것이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지름길일 것이다. 어쨌든 유쾌한 다른 세대 문화 탐험이었다. Re레볼루션하트 만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