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처갓집 쪽 모임에 다녀왔다.
모인 사람들은 사촌 사이로 나이대 차이가 좀 나는 편이었다.
가장 형님이 되는 동서가 나와는 10살 넘게 차이 났다. 마침, 형님네 딸부부도 와 있었고 다른 조카들과 우리 아이까지 있으니 순식간에 아장아장 걷는 아이부터 결혼하여 아이가 있는 조카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섞이게 되었다.
요즘 세상, 사촌지간에 이렇게 만나서 시간을 보낸다는 것도 이채롭이만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사촌들이다 보니 집안 세대로는 같은 세대지만 나이차이는 부모뻘이 되기도 했다.
행사는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나중을 기약하며 모두 저녁이 되어서 헤어졌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예전, 어릴 적에 나는 매우 독특한 사람, 초능력을 가진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러다 어른이 되어 결혼하고 아이 낳고 살았다. 그래도 나는 독특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나는 남과 다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나도 우리 부모님이 살던 방식을 따라가고 있었다. 물론 생활양식이나 사고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자세히 보면 맥락은 동일하다. 예전 어른들이 모여 술 한잔하고 고스톱 치며 놀던 것이나 식사하고 실내 골프 치며 노는 것이나 형태는 달라졌지만 비슷한 패턴이다. 거기에 형님의 딸, 즉 나에게는 조카뻘 되는 아이도 이제 두 아이의 엄마가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할머니, 할아버지 하며 아이들 맡기는 모습을 보니 우리 부부의 신혼 때도 생각났다. 사람만 바뀌었을 뿐 패턴은 꼭 같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나도 저 형님의 패턴을 따라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십몇 년 후에 나도 아이들 부부의 수발을 해 주고 있는 모습이겠구나 하는 생각, 나도, 결국은 별 수 없이 인간이라는 문화적 생물이 가지는 패턴을 그대로 답습하는 역사적 인물이었던 것이다.
이런 생각에까지 이르니 슬프기도 하고 덧없기도 하다.
20대, 대학을 입학하고 첫 MT에서 같은 과 동기들과 나눈 대화를 기억한다.
"인생이 한 번 뿐이기에 즐겁게 대학생활을 하겠다."
그럼에도 인생의 의미를 최근에야 어렴풋이 깨닫게 되니 말뿐인 젊은이의 깨달음이었음을 느낀다.
나도 별 수없는 역사적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