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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희수 Dec 23. 2021

0) 키보드 앞에 자리 잡으며 -이해인

born in 1992.10.13


언니의 글이 좋아,

한마디에 덥석 글을 쓰겠다 약속한 지가 한 달이 흘렀다.


대학교 1학년 필수 교양 과목이던 <사고와 표현> 수업의 학기 과제 이후로 제대로 된 글쓰기는 처음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글감을 찾은 지가 한 달.


당시 수업에서 꽤나 좋은 성적을 받았던 영화 <화이> 에 관한 나의 짧은 감상문을 다시 꺼내 읽어보다가,  

네 번에 걸친 비밀번호 찾기 후 5년 전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들어가 보지 않았던 페이스북의 예전 일기까지 탐독하며 숱한 새벽을 보내다가,

글을 쓰는 방법은 아무래도 모조리 까먹은 것 같아 괜스레 움베르토 에코의 <글 잘 쓰는 10가지 방법>을 뒤적여보다가,


그렇게 한 달이 흘렀다.



그 한 달 사이, 나의 서른 번째 생일이 있었다.


서른을 맞이하는 30±1의 친구들이 각자 쓴 글을 모아 함께 공유하는 자리니만큼, 아무리 자유 주제라고 하여도 우리 사회에서는 좀 특별하게 여겨지곤 하는 <서른>에 관한 나의 소회를 남겨야 할까, 생각이 들다가도.


남들 다 보내는 보통의 서른을 나 혼자 유난스러운 감성에 빠져 청승맞게 기록하고 싶진 않았다. 스스로도 괜한 '서른 병' 따위의 무력감에 취하지 말고 보통의 생일을 보내자고 다짐했던 생일이었는데.


그렇다고 낯선 화자를 상정해 소설 한 편을 쓰자니, N과 S의 경계를 아슬하게 줄타기하는 나의 창의성으로는 어림도 없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어디 한번 써보자. 그리하여 나를 이루고 있는 것들에 대하여, <물 70% 단백질 15% 그 외 무기질과 지방질>이 아닌, 서른 번의 계절을 보내며 한켠 한켠 쌓아온 나의 사적인 이야기들에 대하여.


용기를 내어 8년 만에 키보드를 잡은 11월의 밤.

글의 시작



30±1살,

[0) 키보드 앞에 자리 잡으며]

written by LEE HAEIN

@__ulmaire

이해인, born in 1992/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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