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rn in 1993.03.21
이 글은 전 편인 29세 윤미리님의 <금쪽같은 뇌새끼>에 대한 29세 이희수의 답변입니다.
답변이라고 하기보단, 같은 고민을 했던 29세 이희수가 아주 예전에 일기장에 끄적여 놨던 글입니다.
감각이 파편화되었다. 본래 하나에 집중하는 것은 인간만이 지닌 능력이다. 멀티태스킹은 자연의 상태에서 생존하기 위한 지극히 동물적인 능력이다. 인간만이 자신의 생각에 집중할 수 있다. 하나의 감각에 자신의 정신을 모을 수 있다. 생각의 에너지를 시각으로, 청각으로, 촉각으로, 미각으로, 후각으로 모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자신이 바라보고 있는 것을 글, 미술, 음악과 같은 각기 다른 형태의 예술로 다시 만들어낸다. 청각에 집중하여 어떠한 소리에 가치를 부여한다. 촉각에 집중하여 공예작품을 만들어낸다. 미각으로 동물은 해낼 수 없는 조리법의 음식을 만들어낸다. 후각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낸 향수를 조합해 낸다.
오감이 생각으로 이어지는 것은 인간만의 탁월함이며, 인간만의 능력이다. 그러나 지금 시대의 오감은 생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끊임없이 수많은 자극들을 받아들인다. 끊임없이 새로운 콘텐츠에 노출된다. 우리는 그러나 그것들을 생각으로 소화해내지 않는다. 우리는 너무 많은 소리에 노출되어 있다. 음악은 계속해서 스트리밍 되며, 끊임없이 팟캐스트를 통한 정보가 주입된다. 그러나 그것은 감각에만 머문다. 생각으로 소화되지 않는다. 촉각의 감각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우리는 많은 촉각적 감각에 노출되어 있지 않다. 우리는 그 어느 시대보다 풍부한 먹을 것에 노출되어 있지만 그것은 감각적 섭취에 지나지 않는다. 후각 또한 마찬가지이다.
감각이 감각에만 머문다. 생각으로 변환되지 않는다. 감각이 생각으로 변환되는 과정은 능동적이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쉽게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더 자극적인 감각을 원하게 된다. 자극의 역치는 높아져만 간다. 끊임없이 제공되는 자극들에 의해 감각은 파편화된다. 한 순간에 한 감각에 집중할 수 없다. 다섯 개의 감각은 파편화되었으며 그중 한 감각조차 하나로 온전하지 않다. 모든 감각이 수십 개로 분쇄되어 의식을 조각내 버린다. 지금, 여기, 현재라는 시간과 공간의 감각을 분쇄시켜버린다. 감각은 제각기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에 놓여버린다. 온 의식이 제각기 찢겨 버린다. 그곳에서 자기 자신을 명확하게 의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30±1,
[Re: 분쇄되어버린 감각들]
Written by LEE HEESU
@urheesulee
이희수, born in 1993/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