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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서울에서 기간제 교사가 되는 방법

나는 2013년 기간제 교사가 되었다

by 하루


서울에서 기간제 교사가 되는 방법


서울에서 기간제 교사가 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은 서울시 교육청 사이트의 구인란에 올려진 공고를 확인하는 것. 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를 채용해야 한다면 개별 학교 홈페이지나 서울시 교육청 구인란에 공고문을 올려서 공개 모집을 해야 하는데 많은 학교들이 두 가지 사이트를 모두 활용한다. 긴급한 사정으로 기간제 교사 채용 공고를 내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학기말이나 학년말에 채용 공고가 몰린다. 다소 은밀하게(?) 채용이 진행될 경우 너무 많은 이의 눈에 띄기를 원하지 않으면 굳이 교육청 사이트에는 올리지 않고 해당 학교의 홈페이지에만 슬쩍 올려놓기도 한다. 기간제 교사 경험을 꼭 해보고 싶은, 정말 가고 싶은 학교가 있다면 해당 학교의 홈페이지를 즐겨찾기에 등록해 놓고 학기말 즈음 꼬박꼬박 들어가서 직접 체크할 필요도 있다.


서울시 교육청 구인란과 학교 홈페이지에 올려진 공고문을 보고 지원하는 것 외에 가능한 방법은 역시 지인 찬스. 주로 해당 학교 내에 아는 분이 있을 경우 '이번에 OO 과목에 자리가 나니 지원해보라'는 이야기를 듣고 지원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경우를 낙하산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여러 해 학교를 들어오고 나가는 이들을 보면서 깨달은 것은 그럴 때도 있지만 아닐 때도 있다는 것이다. 인맥으로 연결되어 쉽게 계약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추천을 받아도 더 뛰어난 지원자가 있는 경우 최종 단계에서는 떨어질 수도 있다. 직접 들었거나 자세한 사정을 알고 있는 경우가 사람마다 매우 한정적일 테니 '일반적으로 이렇다'라고 말하기는 조심스럽다.


일단 자신이 원하는 기간에 맞는 채용 공고를 찾았다면 필요한 서류를 정리해서 보내야 한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기간제 교사 채용 과정에 미묘한 변화가 일어났다. 2010년대 초반까지는 많은 경우 기간제 교사를 채용할 때 서류전형(1단계)과 면접 및 시연(2단계)의 과정을 거쳤다. 서류전형에서 비슷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을 경우 사실상 가장 중요한 것은 시연 결과였다. 실전을 가장한 수업을 했을 때 교육 현장에 바로 투입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 자신의 내공을 드러낼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을 것이다. 그러나 2010년 중반을 넘어서면서 서류전형과 면접 및 시연 사이에 '필기시험'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기간제 교사 채용 과정은 전적으로 해당 학교의 재량에 맡기기 때문에 필기시험을 보는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가 혼재하던 시기를 거쳐서 현재는 전공 교과 지식을 바탕으로 한 필기시험 결과로 한 차례 더 지원자들을 걸러내는 것이 보편적이다.


모든 과정을 통과하여 채용 대상으로 선정이 되었다면 문자나 이메일, 또는 전화로 연락을 받게 된다. 친절한 학교의 경우 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며칠 뒤 학교를 들를 날짜를 잡는다. 주요 보직 선생님들 또는 전체 선생님들과 인사를 하고 해당 교과 선생님들에게 인수인계를 받고, 교과서와 가르치는 데 도움이 될 자료들까지 전달받는다면 운이 좋은 경우. 많은 경우 교과서와 시수 정도만 안내를 받고 알아서 준비를 한다. 처음 기간제 교사로 채용이 되었다면 3월부터 해당 학교의 엄연한(?) 교사로 근무를 시작해야 하는데 3월 1일까지도 계약서를 쓰러 오라는 말이 없어서 괜히 불안해질 수도 있다. 정말 최악의 경우 채용하기로 했던 자리가 없어지지 않는 한** 3월에 출근해서 수업을 하고 있으면 '계약서 쓰러 오세요~'라고 메시지를 받을 것이다.





나는 2013년 기간제 교사가 되었다


2012년 여름학기 교육대학원을 졸업한 뒤 그 해 겨울 처음으로 임용 시장에 발을 디뎠다. 처음에는 기간제 교사가 아니라 정규교사 채용공고로 시작했다. 당시 여름방학 때 공고를 낸 학교부터 2013년 1월까지 8개 남짓한 학교에 지원했던 기억이 난다. 대부분의 학교가 방문접수여서 강북, 강서, 강남으로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다. 그 때나 지금이나 사립학교 정규교사 채용과정에서는 필기시험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서류를 필기시험보다 먼저 평가하는 학교도 있지만 서류는 받기만 하고 필기시험 점수로 1차 합격자를 걸러낸 뒤 그중에서 서류를 평가해서 면접과 시연 대상자를 정하는 곳도 많다. 당시 지원했던 8개 남짓한 학교 중에서 5개 학교의 필기시험을 통과했다. 면접과 시연을 하나의 전형으로 치르는 학교도 있었고 면접 또는 시연을 2단계, 나머지 하나는 3단계 전형으로 치르는 학교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5개 학교 모두 최종 단계(보통 이사진을 포함한 임원 면접)를 앞두고 떨어졌다.


떨어진 이유에 대해서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있다. '경험 부족'. 사실 현장에서의 교육 경험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다. 교육대학원을 다니면서 이미 방과후 강사를 2년 이상 이어왔고 영문법이나 교과서 수업뿐만 아니라 문학 작품을 활용한 수업까지 다양한 형태를 경험한 상태였다. 하지만 방과후 강사를 중학교에서만 했기 때문에 고등학생들을 실제로 가르쳐본 경험은 없었다는 점과 채용시장용 면접을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다는 것이 치명적이었다. 필기시험을 통과했던 5개 학교의 2차 전형일이 조금씩 달랐는데 그러다 보니 실질적으로는 날짜가 빠른 학교의 2차 전형이 다음 순서의 면접/시연을 위한 연습이 되는 꼴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렇게 순수하게 전형을 치렀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의 기억들은 소중한 자양분이 되었다. 평가하시는 분들이 긴장한 티가 역력하게 났던 순간이나 나의 부족함이 드러난 부분을 여과 없이 정확하게 지적해 주셨었는데 그때 뇌리에 박혔던 멘트들 덕분에 이후에도 지적받았던 부분들을 의식하고 고치려고 노력할 수 있었다. 물론 그때 당시에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마음에 박혀서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한겨울 얼음길을 구둣발로 걸어 나왔지만... (허허허)


그래도 당시 멘탈을 잘 붙잡을 수 있었던 것은 면접과 시연 결과는 냉혹하지만 과정은 인간적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지원자들을 언젠가 교원이 될 후배라고 여겨서 그런지 면접과 시연 현장에서 실수를 하거나 긴장하는 경우 오히려 측은하게 여기고 격려를 해주셨다. 평가자들이 왠지 따뜻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되면 '떨어졌구나' 싶으면서도 마음이 편해지는 신기한 경험을 몇 번 하기도 했다. 이런저런 점은 정말 좋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모실 수 없게 되어서 죄송하고 다음에 다른 기회로 꼭 다시 보기를 응원한다고 개인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주신 교감선생님도 계셨는데 덕분에 그 학교에 대한 기억은 아직도 따뜻하게 남아있다.


교원자격증을 따면 교사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나는 공립 임용시험과 사립학교 정규교사 채용공고를 다 미끄러지고 난 후에 '기간제 교사'라는 것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요즘 학생들은 모든 것을 불필요할 정도로 잘 알고 있는 편이지만, 순진하게도 나는 학교를 다니면서 한 번도 선생님들을 정규 선생님과 기간제 선생님으로 나눌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선생님들이 어떠한 사유로 휴직을 하는 경우, 또는 학교에서 선생님을 필요한 만큼 뽑아야 하지만 어떤 사유로 뽑지 않는 경우 필요한 기간만큼 그 자리를 맡아줄 기간제 선생님이 있다는 사실을 사립학교 정규교원 채용시즌과 공립학교 교사 발령이 끝난 뒤에 올라오는 기간제 교사 채용 공고들을 보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교원자격증을 따면 교사가 된다'는 생각이 '교원자격증을 따면 (정규/기간제) 교사가 된다'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지원했던 정규교원 채용과정에서 모두 시원하게 미끄러질 거라는 예감이 확신으로 변할 때쯤, 기간제 교사를 모집하는 공고도 열어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하나의 학교에 원서를 보냈다. 그때는 기간제 교사 채용과정에서 필기시험을 보지 않을 때라 바로 시강과 면접이 진행될 날짜와 전형자료를 안내하는 메일을 받았고, 일주일 뒤 준비한 자료를 들고 학교로 향했다. 앞선 전형들을 치르면서 연습이 되었기 때문일까. 이상하게도 떨리지 않았다. 며칠 뒤 합격문자를 받았고, 그렇게 나의 6년이 시작되었다.







* 지역별로 기간제 교사 채용문화가 많이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 이 글에서는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들이 주로 다뤄질 예정이라 '서울에서' 기간제 교사가 되는 방법으로 소제목을 정했다.


** 휴직을 하려고 했던 교사가 부득이한 사정으로 번복하는 경우도 들은 적이 있다. 그러므로 채용 합격 소식을 듣고 나서 3월 개학 전까지 번복되는 경우가 절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매우 드물다.


*** 물론 지금은 '교원자격증을 따면 (정규/기간제) 교사가 (된다/될 수도 있다)'로 바뀌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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