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마를 모른다
엄마와 단둘이 교토를 다녀온 적이 있다. 그 여행은 엄마의 생에 첫 해외여행이자 번듯하게 자리 잡은 딸내미가 오랜 시간 마음먹은 효도 여행이기도 했다. 하지만 여행 내내 엄마의 반응은 내 기대와 달랐다. 몇 날 며칠을 검색하고 하나하나 후기를 읽으며 고른 료칸에 도착해서 내뱉은 첫마디는 "왜 이렇게 건조하노"였다. 제법 유명한 가게의 초밥을 먹으면서도 어제 먹던 음식을 먹듯 덤덤했다. 엄마 맛있지? 엄마 이쁘지?라고 물으면 응 맛있네. 응 이쁘네.라는 대답이 도돌이표처럼 돌아왔다. 54년 만의 첫 해외여행이 이렇게 덤덤할 수 있을까 하고 되려 내 속이 실망으로 가득 찼다. 그렇게 여행은 줄곧 기대하는 내 물음과 덤덤한 엄마의 대답으로 끝이 났다.
그런데 짧았던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엄마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 바뀌었다. 교토의 유명한 대나무 숲 입구의 작은 가게 앞에 진열되어있던 파란 구슬 바구니 사진이었다.
그 바구니 앞에서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 니 구슬치기 같은 거 해봤나? "
" 아니 "
" 엄마 어릴 때 많이 했는데 이런 거. 여기는 구슬도 이쁘네"
교토에서 본 수많은 아름다운 장면들이 아닌 기억을 더듬어야 떠오르는 작은 구슬 바구니가 엄마의 프로필 사진을 차지한 것은 의외였다. 내가 찍어준 사진들이 얼마나 많은데, 왜 엄마는 그 사진들을 두고 아무도 이곳이 일본인 지조차 모를 이 사진으로 자랑을 대신한 걸까.
" 엄마 왜 이사진 프로필 했어? "
" 구슬이 너무 이뻐서 "
엄마는 엄마의 방식으로 여행을 즐기고 있었다. 나는 엄마를 몰랐던 것이다.
내가 여행을 준비하며 기대한 음식과 풍경을 당연히 엄마도 나만큼 좋아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이 되려 나를 실망하게 만들었다. 엄마는 그 속에서 내가 모르는 즐거움을 충분히 얻고 있었음에도.
가끔 본가에 내려가 엄마와 나란히 누워 구글 포토에 담아놓은 교토 여행의 사진을 넘기다 보면 매번 새로운 엄마의 감상이 쏟아진다.
"나는 이 라면이 제일 맛있더라"
"라면 아니고 라멘"
"그래 라멘. 사묵은 건 너무 느끼하고, 호텔에서 공짜로 주는 게 제일 입에 맛있더라"
"여기는 간판을 전부 다 숨겨놨잖아"
"그러니까. 찾기 어렵게"
"그래서 거리가 더 기억에 남던데? 엄마는 좋더라"
엄마와의 다음 여행도 단조로울 것이다. 하지만 내가 느끼지 못하는 순간순간 엄마의 감상평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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