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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 May 15. 2016

통영

사진들. richo grd4


매년 최소 한 번의 가족여행을 가겠다는 다짐을 한 이후로 두 번째였다. 매번 가보려다 다른 곳에 치어 포기하게 되던 곳, 통영. 


주말에다 석가탄신일이라 그런지 가는 길부터 차가 너무 막혀 예상시간보다 훨씬 지체했다. 거기다 동피랑 마을은 이미 차 댈 곳은 없고, 벽마다 둘러싸고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 탓에 잠깐 내렸다 포기해버렸다. 왠지 힘 빠지는 시작에다가 모두들 뱃속엔 김밥 한 줄이 고작이라 살짝 날이 서있다. 일단 엄마의 기분을 끌어올려야 했다.


"미래사라는 절이 있어. 엄마 절 가자"


석가탄신일. 통영 미래사


멀지 않은 곳에 차로도 다다를 수 있는 절이 있었다. 석가탄신일임에도 그렇게 북적이지 않고 편백나무가 웅장하게 드리운 절이었다.

가끔 등산 겸 절에 올랐다가 약수 한 모금 마시고 내려오는 맛을 좋아하는 엄마는 금세 기분이 풀렸다.


절 뒷편에 편백나무 숲 길이 있다.
편백나무. 문득 배병우의 사진이 생각난다.


내가 아는 몇 안 되는 사진작가 중에 유일하게 사람을 찍지 않는 작가가 있다. 소나무 작가, 배병우. 

그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단단하게 박혀 끝없이 펼쳐진 소나무가 느껴지다가, 이내 먼 곳에서 밀려오는 안개의 물 내음으로 고요하게 마음이 가라앉는다. 

가끔 선물 받은 그의 사진집을 한 장씩 넘겨보며, 나도 언젠가는 카메라로 그러한 물기를 담을 수 있길 고대한다.


한 때는 마을사람들의 끊이지 않는 발걸음으로 문턱이 닳았을 어촌의 낡은 상회


.richo grd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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