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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 May 08. 2016

덕수궁 가는 길

길에서 만난 사람들

며칠 전부터 보고 싶었던 변월룡 전 마지막 날이라는 것을 아침에 알게 되었다. 아침도 거른 채 부랴부랴 카메라만 챙겨 길을 나섰다. 시청역으로 향하던 중 날씨가 너무 좋아서 조금 멀지만 경복궁역에 내려 걷기 시작했다.

부처님 오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탓에 여기저기서 이미 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뜻하지 않게 사람이 많았다.


인사동 쌈지길은 더 이상 인사동스럽지 않아서 그리 좋아하진 않는다. 마치 한국 인척 하는 곳 같아서 괜스레 그곳을 걸으면 민망하다. 사람들이 잔뜩 모여있길래 슬쩍 자라목을 하고 지켜봤더니 돈도 받지 않고 휙휙 글씨를 써 여기저기 나눠주는 아저씨가 앉아있었다.




대충 휘적여 주는 것 같지만 나름의 철칙이 있었다.


쓸 때는 빠르고 간결하게 끝마치지만 쓰기 전 종이를 펼칠 때면 신중하고 천천히, 바른 자세로 수평을 맞춘다. 또한 마르기 전까지 망가지지 않게 펼쳐서 붙들고 있도록 받은 사람에게 지시하는 것.




인사동 쌈지길엔 중간중간 앉을 수 있는 공간이 많은데, 그들은 한결같은 표정을 하고 있다.

'얼른 집에 가고 싶다'


나눠 쓴 모자가 다정한 노부부
엄마의 두 손이 전화를 붙잡은 탓에 아이의 손은 갈 곳을 잃었다
조금 한적한 거리에 자리잡은 솜사탕 리어카


그렇게 덕수궁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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