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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 Mar 27. 2016

홍콩의 밤

그리고 사람들

12월의 짧은 홍콩 여행을 계획했다. 연말을 위해 아껴두었던 연차 중 하루를 끌어왔다. 주어진 시간은 단 3일. 홍콩은 3일로 충분하기도 어쩌면 부족하기도 했다.


금요일 아침, 출근하는 인파를 거스르며 캐리어를 끌고 공항으로 향했다. 어제 아침까지만 해도 그 무리 속에서 똑같은 표정으로 걸어오던 내 모습을 상상하니 가슴속에서 작은 희열감이 샘솟았다. 


사실 홍콩 자체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았다. 딤섬과 쇼핑 말고는 2박 3일이라는 일정에서 또 무얼 얻을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특히 아침 비행기를 타고 도착하자마자 먹은 딤섬에 실망을 하고, 그 기대는 더 숨을 죽였다. 


지친 몸을 다독이며 호텔에 짐을 풀고 나오자 해가 어스름하게 지고 있었다. MTR을 타고 침사추이로 넘어왔다. 밖으로 나오자 생각지도 못한 그림이 펼쳐져있었다.




침사추이, 홍콩


홍콩답지않게 친절하다


아래를 지나가면 간혹 에어컨 물이 정수리를 툭, 건드린다


무서운 광경이지만 하루정도 지나면 저 속에서 내가 찾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아이스크림 트럭의 주인




홍콩의 밤은 수많은 색채로 이루어져 있다. 그것은 비단 간판의 조명뿐만 아니라 그 아래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표정과 삶과 기대와 흥분이다. 

참 재미있는 건 색으로 가득 찬 홍콩에서 색을 빼면, 그 나름 괜찮은 것들이 보인다는 것이다. 


화려한 화장을 지운 여인의 밤처럼


홍콩의 사람들







둘째 날 밤 유명한 야시장을 찾다 길을 잃었다. 헤매던 끝에 막 정리되고 있는 작은 동네 시장에 들어섰다. 그곳은 비에 젖은 땅 위로 간판의 불빛들이 번져 들고, 얼마 남지 않은 몇몇 가게들이 마지막 손님을 받고 있었다. 우습지만 그곳에서 진짜 홍콩을 만난 것 같다. 


홍콩을 떠올리면 겹겹이 쌓인 간판의 레이어와 그 아래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삶이 물밀듯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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