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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고인 김종섭 Jan 28. 2024

광고 일을 하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작년, 이보영 주연의 JTBC 드라마 ‘대행사'가 인기였다고 한다. 그때는 만나는 사람마다 내게 대행사 이야기를 건넸다. 대행사 보는데 소장님 생각이 나더라고요! 하고 말이다. 한 번은 봐야지라고 생각했지만 끝내 그 드라마를 보지 못했다. 아니, 어쩜 멀리 했는지 모른다. 내게 드라마는 치열하게 한 주를 보내고 머리를 식히는 용도였기 때문이다. 쉴 때마저 광고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보며 머리 아파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대충 어떤 이야기일 것이라는 짐작은 간다. 그만큼 광고일은 치열하다. 하지만 나 역시 학창 시절에 접한 광고는 신세계 그 자체였다. 피 끊은 20대 시절  내게 광고는 크리에이티브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만큼 치기 어린 동경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학생으로서 광고를 공부하는 것과 광고회사를 창업해 회사를 경영하는 것은 매우 다른 것이다. 내가 광고회사를 운영하며 또 온오프라인으로 학생들에게 광고를 가르치며 느꼈던 것을 말하고 싶다. 당신이 정말 광고를 하고 싶다면 이 글이 도움 될 것이다. 미리 알아두면 좋을 것이다. 


첫째, 사람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당신에게 있는지 물어보라. 매우 중요한 조건이다. 광고는 상업주의 꽃인데 돈만 잘 벌어다 주는 광고면 되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다. 왜 인문학적인 요소가 첫째냐 따질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정작 마음이 움직여야 돈을 내놓는다. 사람의 마음을 녹이지 않으면 절대 소비자가 되지 않는다. 광고인이 되고 싶다면 따뜻한 시선으로 사람을 바라보라. 흔히 얘기하는 빅데이터와 같은 정량적인 수치와 트렌드 역시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소비자를 바라볼 때, 마치 내 자식처럼, 나의 여자친구인 것처럼 바라보라. 그래야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획을 할 수 있다. 


둘째, 정답이 없는 싸움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광고 일을 하며 내가 정말 간절히 바랐던 것이 공식이었다. 수학의 정석 책을 보면 공식이 있지 않나. 그 공식에 대입하면 객관적인 답이 도출된다. 그러나 기획에는 그런 것이 없다.  그것이 이 일의 무척 힘든 이유이기도 매우 보람된 일이기도 하다. 나 같은 경우에는 어떤 풀리지 않는 일을 의뢰받으면 계속 그 생각을 붙잡고 있는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모든 생각을 설루션과 연결해 본다. 그러다 보면 문제점의 주파수와 맞는 솔루션이 연결되는 순간이 있다. 처음부터 해결될 가능성이 없으니 무수히 많은 생각들과 연결해 보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이렇게 양으로 승부해 질을 높여가는 방식을 썼던 것 같다. 


셋째, 타인의 삶에 관여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조금 다른 표현으로 타인의 삶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알아야 한다. 당신의 하는 기획으로 영향받는 사람을 생각해 보자. 그 회사의 화장, 사장부터 임직원까지 매우 강한 영향을 끼친다. 잘못된 기획으로 광고 예산을 모두 낭비할 수도 있으며 최악의 경우, 사회적인 지탄을 받으며 회사가 쓸쓸히 퇴장할 수도 있다(물론 그런 확률이 매우 낮지만). 


넷째, 타인의 삶을 챙기려면 먼저 자신을 돌볼 수 있어야 한다. 예전의 광고 회사는 자신들을 혹사시키며 어떻게 해서든 광고주의 요구를 받아줬다. 가령 오늘 퇴근 때 연락해서 내일 아침에 기획안을 보자라는 잔인한 요청과 같이 말이다. 그 말은 곧 야근하라는 암묵적인 지시였다. 그러나 요즘은 광고주 역시도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 예전보다는 확실히 서로에 대한 배려가 많아졌다. 나 같은 경우, 중요한 기획안을 준비할 때면 몸에 나쁜 것을 극도로 멀리한다. 술, 탄산음료, 인스턴트, 수면 부족 등과 같은 것들을 말이다. 그런 것을 즐길수록 기획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즉, 자신을 해칠수록 좋은 기획은 달아나버린다. 생각해 보라. 나쁜 인풋을 계속 몸에 집어넣는데 어떻게 좋은 아웃풋이 나올까? 즉,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 


다섯째, 전략가가 되어야 한다. 전략에는 반드시 기승전결이 있다. ‘이번에 이런 기획을 하면 좋겠군!’이 아니라 ‘이번 기획이 내년, 내 후년에는 브랜드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까지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이세돌은 바둑을 둘 때, 최소 세 수에서 열 수 까지 보면서 둔다고 한다. 기획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발표하는 기획안이 앞으로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도 고민해야 한다. 


마지막은 감탄력이 있어야 한다. 감탄력이라니 무슨 말일까? 우리는 통장 잔고와는 상관없이 참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심장은 뛰어라는 명령을 하지 않아도 뛰고 (심지어 우리가 잘 때에도 뛰어준다) 걷다 보면 어디든 갈 수 있다. 끝내주는 국물의 맛에 감탄할 수 있는 혀가 있고 예쁘고 아름다운 것을 감상할 수 있는 눈이 있다. 


오직 인간만이 가진 재능과 축복은 나열하자면 오늘밤이 모자라다. 그러나 우리는 인스타를 보며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고 좌절하지만 그런 행복에 겨운 소리다. 그러니 당신 자신에게 감탄하라. 파스타에 감탄하고 드립커피에 놀라워해라. 아침마다 뜨는 태양에 감탄하고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는 것에 경이로워해라. 즉, 어린이처럼 모든 것을 신기하게 바라보고 온전히 느껴라. 세상에게 주입된 지식 안에서는 할 수 없는 기획들이 너무 많다.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함으로 0에서 기획을 해보라. 살짝만 다르게 봐도 세상은 경이로울 것이다. 그렇게 기획에 도전하라. 그렇게 광고인이 되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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