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광고인 김종섭 Jan 29. 2024

선거는 어떻게 기획해야 할까?



기획은 선거철이 되면 더 큰 빛을 발한다. 정치인들의 구애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미팅을 할 때면 그들은 얼굴에 ‘간절함'이라고 쓰고 나타난다. 그리고 절대 그냥 나타나지 않는다. 배우자와 함께 나타난다. 가족을 대동한 모습을 보면 기획자의 어깨는 더 무거워진다. 나의 기획으로 누군가가 배지를 달거나 놓친다는 생각을 하면 펜이 무거워진다. 그러나 그 부담감을 이기고 전략을 세워야 한다. 


요즘이 퍼스널 브랜딩의 전성시대라 했던가. 선거 기획이야 말고 퍼스널 브랜딩의 압축판이라 할 수 있다. 후보자의 컬러는 어떤 색으로 할까? 후보자의 캐치프레이즈는 어떻게 쓸까? 후보자의 치적을 어떻게 알릴 수 있을까? 후보자의 장점을 어떻게 부각할 수 있을까? 질문을 던지자면 끝도 없다. 아이리니 하게도 유권자는 후보자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가 형성하고 있는 이미지를 통해 후보자를 바라본다. 눈에 보이는 그의 외모부터 깊게는 그가 해왔던 일 등이 그의 이미지가 된다. 그러니 결국 선거는 이미지 싸움이 된다. 


사실 후보자들의 능력의 차이는 크지 않다. 선거에 출마할 정도의 후보자들은 나름 자신의 인생을 열심히 살아온 이들이다. 스마트한 두뇌를 가지고 있고 선거를 위해 많이 준비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의 당선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유권자들이 그에 관해 가진 인식이다. 잘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잘할 것이라라는 이미지다. 적어도 광고의 세계에서는 그렇다. 당신이 지금까지 투표한 인물들을 살펴보라. 진짜 잘하는 사람에게 표를 줬는지, 잘할 것 같은 이미지를 가진 사람에게 표를 줬는지. 맞다. 우리는 그렇게 참 많이 이미지에 속고 살았다. 그것이 이미지의 힘이다. 자, 그렇다면 선거 기획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후보자의 이미지 메이킹 관점에서 살펴보자. 


첫째, 자랑하지 마라. 후보자와 미팅을 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자랑을 늘어놓는 경우가 많다. 물론, 기획자에게 자신을 어필하고자 하는 노력일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자랑에 대한 후보자와 유권자의 온도 차이는 몹시 크다. 중요한 것은 그 자랑이 유권자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었냐의 문제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사람들은 내가 저 후보에게 이런 도움을 받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러니 자랑은 독이다. 자랑을 정말 샤프하게 할 수 있다면 해도 된다. 그러나 자랑이 자랑처럼 보이면 표를 얻기 힘들다. 


둘째, 후보자의 가장 큰 쓸모를 찾는 일이다. 선거의 본질은 나라를 위해 대신 고생할 사람을 찾는 것이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위해, 조금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쓸모 있는 사람을 찾는 일이다. 그러나 그가 가진 특장점을 찾아내어야 한다. 브랜드로 따지면 USP (Unique Selling Point) 쯤 되겠다. 그 포인트를 찾아 그 가치를 극대화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재선을 노리는 어떤 후보가 있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그 후보의 쓸모는 무엇일까? 그 후보가 어필할 수 있는 포인트는 무엇일까? 바로 경험일 것이다. 초선을 해본 경험 말이다. 그러면 이것을 표현할 수 있는 워딩은 많다. ‘구관이 명관이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 등 경험을 표현할 수 있는 전략으로 가야 한다. 조금 더 심하게 말해 다른 후보가 인턴처럼 보이게 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 


셋째, 다 버려라. 두 번째 전략에서 후보자만의 쓸모를 가졌다면 그 한 단어만 남기고 다 버리는 것이다. 나는 후보자와 미팅을 할 때 여러 가지 자랑을 늘어놓는 모습을 보며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한다. ‘이 사람이 책이라면, 이 책을 내가 손에 쥐고 훌훌 털면 어떤 단어만 남을까?’ 나는 그 단어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심플하지 않나? 아무리 후보자의 자랑거리가 많아도, 아무리 후보자와의 미팅 시간이 길어도 결국 유권자가 섭취할 수 있는 단어는 하나다. 사람들은 광고에 관대하지 않고 선거 광고에는 더욱 냉정하다. 그러나 후보자가 가진 모든 자랑을 다 버리고 하나만 남겨둬야 한다. (여전히 많은 후보자들이 자신의 업적을 버리지 못해 현수막을 빼곡히 채운다.) 


넷째, only one이 되어야 한다. 선거철 후보자들의 광고를 보라. 대부분이 ‘more’를 말하고 있다. 제가 ‘더' 잘하겠습니다. 제가 다른 후보보다 ‘더’ 낫습니다. 제가 ‘더' 많이 노력했습니다. 등과 같은 말이다. more는 기획해서 매우 위험한 단어다. 당신보다 더 잘하고 당신보다 더 노력하고 당신보다 더 뛰어난 사람은 나오기 마련이다. 세월이 그렇게 만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은 건 당신의 ‘고유함’이다. 전 세계 인구를 통틀어도 당신의 존재는 당신뿐이다. 그러니 more의 전략이 아니라 only one의 전략으로 가야 한다. 예를 들어, 열심히 한다, 잘한다라는 단어는 누구나 쓸 수 있는 문장이다. 상품으로 따지면 커스터마이징 된 명품이 아니라 그냥 기성품인 것이다. 맞춤형 양복이 아니라 그냥 쇼윈도에 전시된 105 사이즈 옷인 것이다. 그러니 오직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문장을 구사해야 한다. 초선을 노리는 후보자의 워딩과 재선을 노리는 후보자의 워딩이 분간되지 않는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냥 기성품의 카피를 가져다 쓰는 느낌이다. Be yourself보다 퍼스널 브랜딩에 중요한 문장이 있을까? 선거 역시 마찬가지다. 신이 당신에게만 내려준 그 매력을 찾아 어필하라. 



작가의 이전글 광고 일을 하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