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Tesla의 디자인을 작정하고 까 본다.
Elon Musk는 대단한 사람이고, Tesla 역시 대단한 기업이다. Elon Musk와 Tesla는 전기차의 시대를 최소 십 년, 길게는 수십 년을 앞당겼다. 이것은 실로 위대한 업적이다. 누구도 그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는 Tesla가 아닌, Tesla가 만든 차들을 싫어한다. 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단순하게 말해서 '못생겼'기 때문이다.
Tesla가 새롭게 론칭한 Cyber Truck 역시 정말 못생겼다. 대체 이 디자인을 뭐라 표현해야 할까?
Retro-futuristic?
7~80년대 만든 2050년 정도를 배경으로 한 SF 영화에서 나왔을 법한 미래 자동차 같기도 하고, 3D 그래픽 기술이 막 태동하고 있던 8-90년 대의 3D 게임에서 나왔던 거칠게 렌더링 된 미래 차 같기도 하다. 확실히 독특하고 차별적이기는 하다. 하지만 절대 멋지거나 예쁘게 보이지는 않는다. 그냥 어처구니가 없다.
'못생겨'서 싫다고 했는데, 이를 조금 더 있어 보이는 표현으로 포장해 보겠다.
내가 디자인에 대한 판단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두 가지 기준이 있는데, Tesla의 차들은 이 기준에 모조리 걸린다. (난 디자인에 대한 식견은 전혀 없다. 그냥 나의 개인적인 기준일 뿐이다.)
첫째는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이다. 이런 차별화는 단지 차별화를 위해 심미성을 포기한다. Cybertruck은 전형적인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처럼 보인다. Futuristic이라는 컨셉으로 극단적인 차별화를 추구한 나머지 심미성은 포기한 디자인이 탄생했다. 심지어 이건 지금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전혀 Futuristic하지도 않다. 지금으로부터 3~40년쯤 전에나 futuristic 하다고 여겼을 디자인이다.
둘째는 실용성을 상쇄시키는 디자인이다. Tesla의 2세대 모델 S가 처음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혁신적'이라고 여겼던 부분 중의 하나가 센터패시아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대형 터치스크린이었다. 이 터치스크린이 일반적인 자동차의 센터패시아에 있던 모든 디스플레이와 버튼을 대체해 버렸다.
나는 이게 '혁신'을 가장하면서 '실용성'을 희생시키고 '원가절감'까지 노린 전형적인 '실용성을 상쇄시킨 디자인'이라고 본다. 자동차의 공조장치나 엔터테인먼트 기능들은 터치스크린보다 버튼으로 조작하는 것이 훨씬 편리하고, 운전 중에도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어서 안전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대형 스크린을 장착하는 '혁신'을 통해 이런 부분들을 희생시켜 버린 것이다. 아울러 그 자리에 들어갈 많은 버튼과 기판들을 대체하면서 원가절감 효과도 노렸을 것이라고 본다. 이 스크린은 너무나 커서 꽉 끼어 보이기까지 하는데, 이 역시 원가 절감을 위해 시장에 나와있는 표준 사이즈의 스크린을 사용했기 때문일 거라고 짐작한다.
위의 두 가지 기준으로 봤을 때, 모델 X가 가장 많은 부분에서 걸린다. 그래서 내가 제일 싫어하는 차가 모델 X다.
첫 번째 요소는 애매한 루프라인이다. SUV를 표방하고 있으면서도 마치 프리우스처럼 어정쩡하게 뒤가 떨어지는 라인이다. 심미적으로 예쁘지도 않은 데다 적재공간을 줄여서 SUV의 실용성마저 희생시켰다. 전형적인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이다.
둘째는 걸윙도어와 자동으로 여닫히는 앞문이다. 이 두 가지 모두 확실한 차별화 포인트이기는 하지만, 실용성은 전혀 없다. 오히려 문을 자동으로 여닫기 위해 모터와 같은 추가적인 부품이 들어가면서 차를 더 비싸고 더 무겁게 만들었으며, 연료효율까지 떨어뜨렸다.
셋째는 앞에서부터 지붕까지 한 장의 통유리로 만들어진 윈드실드다. 주행 중에 돌이 튀어 앞유리에 금이라도 가면 앞유리만 교환하는 게 아니라 지붕까지 같이 교환해야 된다. 부품 가격과 수리비가 어마 무시하게 비싸진다.
Tesla에 개인적인 원한은 없지만, cybertruck의 디자인이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평소에 하던 생각들을 정리하면서 한번 까 봤다. 뭐.. Model 3라면 모를까, Model S나 X는 살 능력도 안 되긴 한다.